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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JP모건 ‘얼리 워닝’ 정착…금융위기 후에 더 강해졌다
JP 모건체이스

시장 점유율 1위 모기지사업

위험 징후에 과감히 정리


산탄데르·웰스파고

‘아는 분야 집중’ 보수경영

파생상품 투자 원천배제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금융기관들의 운명을 갈라 놓았다. 살아남은 금융기관은 부실화된 금융기관들을 인수 합병해 규모와 경쟁력을 더욱 키웠다. 위기가 곧 기회였음을 여실히 증명했다. 운명의 가늠자는 리스크 관리였다.

월스트리트의 강자로 우뚝 선 JP모건체이스는 전 세계 영업점에서 발생하는 리스크를 매일 점검했다. 그 덕분에 금융위기 이전에 부실 요인을 제거할 수 있다.

직원의 25%가 리스크 관리를 담당하고 있는 자산운용사 블랙록, 모르는 분야는 손대지 않는다는 원칙을 고수한 스페인의 산탄데르, 자사 직원이라도 신용등급이 떨어지면 신용카드 발급을 하지 않았던 웰스파고 등은 리스크 관리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며 위기를 기회로 바꾼 금융회사들이다.

▶리스크 관리의 모범생 금융위기의 승자가 되다: JP모건체이스

리스크 관리의 모범생으로 불리며 위기를 기회로 바꾼 JP모건체이스.
지난 글로벌 금융위기의 최대 승자는 JP모건체이스다. 전 세계가 그리고 금융기관들이 맞이한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었던 것은 결국 리스크 관리 능력이었다. 결과는 리스크 관리에 실패한 베어스턴스와 워싱턴뮤추얼 등의 회사를 인수해 규모를 키우고 사업을 다각화하는 기회를 잡았다.

JP모건체이스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하기 전 여러 리스크를 심층 분석한 결과, 모기지 연체율이 급증하는 것을 발견했다. 물론 시스템만으로 모든 게 가능한 것은 아니었다. 과감한 결단이 필요했다. JP모건체이스는 위험에 빠졌다고 판단된 모기지 사업을 과감히 포기했다.

그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JP모건체이스는 모기지 분야에서 미국 내 시장점유율 15%로 업계 1위를 달리는 중이었다. 하지만 사내 리스크 관리 부서의 보고는 당장 이를 처리하지 않으면 더 큰 위기를 겪을 수밖에 없다는 내용을 전달했고, 최고경영자는 리스크 관리부서의 경고를 신뢰하고 실천에 옮겼다.

이 같은 결정이 가능했던 이유는 ‘얼리 워닝 리포트’(Early Warning Report)라는 JP모건체이스만의 리스크 관리 시스템이 작동했기 때문이다. 매일 전 세계 모든 사업부문에서 발생하는 시장상황과 이슈, 시장전망, 대내외 위험요인 등을 종합 분석해 경영진에 보고하는 시스템이었다.

이 같은 시스템으로 2006년 서브프라임모기지 리스크관리에 착수할 수 있었고, 엔론(Enron) 사태 때도 주거래 은행이었음에도 부실 징후를 사전에 감지해 대출 등 보유 신용리스크를 조기 처분할 수 있었다.

JP모건체이스는 얼마나 많은 딜을 성공했는지보다는 얼마나 좋은 딜을 성공했느냐에 따라 성과를 보상한다. 단기성과에 급급하지 않고 위험요인들을 철저히 관리하는 보상시스템인 셈이다. 그래서 판단 실수는 용납해도 원칙의 실수는 냉정하게 해고 요인으로 삼는다.

▶보수적 경영방식 고리타분하지 않다:산탄데르와 웰스파고

스페인의 금융그룹 산탄데르는 오로지 아는 분야에만 투자한다는 원칙으로 유명하다. 그 원칙이 금융위기를 피해갈 수 있게 했다. 산탄데르의 리스크 관리 핵심은 ‘아는 곳에 집중하고 경쟁력 있는 분야만 투자한다’에 있다. 

모르거나 준비돼 있지 않은 분야에 대해선 과감하게 포기한다는 원칙을 고수한다.

오죽하면 ABN암로를 인수합병하면서도 자신들이 정통한 중남미 및 이탈리아의 소매금융만을 인수했다. 경험 없고 인력 없는 CDO와 CDS(신용부도스와프) 등 파생상품에 대해선 전혀 투자하지 않았다.

미국의 웰스파고 역시 보수적인 경영방침으로 금융위기를 극복해낸 회사로 꼽힌다. 웰스파고와 거래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신용등급 이상이 돼야 가능하다.

서브프라임 고객은 웰스파고와 거래 자체가 불가능했다. 신용기록이 충분치 않을 경우 웰스파고는 자사 신입사원에게까지도 신용카드 발급을 허용하지 않을 정도였다.

이 같은 보수적인 신용관리로 인해 웰스파고의 전체 고객 중 27% 만이 신용카드를 발급받을 수 있었다. 금융위기의 원인으로 꼽힌 미 주택담보대출에서도 고객의 평균 신용점수가 프라임 이상일 경우 대출 서비스를 받을 수 있었다.

IB업무 자체는 거들떠 보지도 않을 정도였다. 웰스파고는 회사 수익 중 해외사업 부문은 2%에 불과할 정도다.

외부에서는 과연 미국 금융회사가 맞느냐고 할 정도로 상업은행으로서 본연의 업무만 유지해 왔다. 결국 이 같은 보수적 리스크 관리 문화를 바탕으로 글로벌 금융위기과정에서 웰스파고는 와코비아를 인수하는 쾌거를 거뒀다.

와코비아 인수 이후에도 웰스파고는 은행업무와 관련된 투자 금융업에만 충실할 뿐, 매매업무나 파생상품 판매 등 잘 알지 못하는 곳에는 일절 투자하지 않았다.

▶고유의 솔루션으로 리스크 관리에 성공한 블랙록

미국계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은 전문화된 맨파워와 독자적인 리스크관리 솔루션인 투자위험관리시스템 구축을 기반으로 성공한 회사다.

블랙록의 성공 핵심은 창업시절부터 전 직원의 25%가 리스크관리 업무를 담당하면서 차별화된 리스크관리시스템과 정보경영시스템을 구축한 데 있다.

그들이 생각하는 리스크 관리는 회피가 아니라 제대로 알고 부담하는 것이다. 이를 근거로 전 세계 자사 직원들이 투자자산의 리스크와 리서치보고서를 공유해 정보 경영을 해왔다. 경영정보를 통해 리스크 관리가 작동하는 문화를 성공적으로 정착시킨 것이다.

▶강한 네트워크가 선제적 리스크 관리를 만든다:골드먼삭스

골드먼삭스의 경우 강력한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리스크 관리를 주도한 사례로 꼽힌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골드먼삭스는 다른 금융기관보다 CDO(부채담보부증권) 포트폴리오가 크지는 않았지만 조직화된 네트워크를 통해 접수한 위기 신호를 조기에 감지해 불확실한 모기지 사업과 파생상품을 조기에 정리할 수 있었다. 위험도 높은 파생상품은 2007년 4, 5월에 모두 정리했다. 골드먼삭스는 사업부서와 리스크관리 부서 간 의사소통이 잘되고 이해도가 높은 대표적 금융기관으로 꼽힌다. 부서 간 인사 교류도 활발하고 금융산업은 위험과 기회가 공존한다는 인식을 공유토록 하는 교육을 끊임없이 하고 그 결과는 자연스럽게 나타난다.

▶리스크를 피하지 말고 해결하자:로열은행과 코메르츠뱅크

글로벌 위기에서 독야청청한 유니버설 뱅크인 캐나다 로열은행은 아예 구조적으로 리스크 관리가 되도록 하고 있다.한 사업부문이 그룹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5%를 넘지 못하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지나칠 정도의 리스크 분산을 통한 관리를 하고 있다는 얘기까지 듣는다. 특정 부분이 확대될 때도 이를 즐기기만 하는 게 아니라 미래의 위험에 대비한 관리를 하는 것이다.

독일 코메르츠 뱅크의 경우는 경영방침이 독특하다. 리스크 관리와 수익은 고객과의 스킨십에서 온다는 것이다. 고객을 찾아가는 현장경영 중심의 차별화된 신용평가로 위기를 미연에 방지하고 있는 것이다.

당장 신용도가 낮아도 잠재력이 뛰어나다고 판단되는 기업에는 다른 은행이 대출을 꺼려도 과함하게 지원한다. 독일 중소기업의 40% 가까이가 코메르츠뱅크의 거래처다.

코메르츠뱅크는 차별화된 신용평가기법을 리스크 관리에 적용한다. 리스크 관리의 회피자가 아닌 리스크를 해결하는 솔루션 제공자가 되겠다는 철학을 가진 결과다.

<박정민 기자@wbohe>

boh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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