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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사람>“사진은 대상과의 교감이 가장 중요”
한국 첫 개인전 여는 패션사진작가 유르겐 텔러
“상업과 예술 경계 중요치 않아

갇힌 틀에 집어넣는 것 더 싫어”




“인간적인 교감이 중요합니다. 그들이 유명인이라서 찍는 건 아니죠.”

독일의 패션 사진작가 유르겐 텔러(47ㆍ사진)의 작품 사진에 흔히 등장하는 세계적인 셀러브리티들은 우아함과는 거리가 멀다.

그가 찍은 마크제이콥스 광고에는 로고가 찍힌 쇼핑백 안에서 쫙 벌린 채 비어져 나온 두 다리만 보인다. 얼굴은 없다. 다리의 주인공은 유명 여성 팝그룹 ‘스파이스걸스’ 멤버이자 축구 스타 데이비드 베컴의 아내인 빅토리아 베컴. 황량한 컨테이너 앞에 아무렇게나 놓인 농업용 손수레에는 슈퍼모델 케이트 모스가 권태로운 포즈로 누워 있다. 모델의 이름값과 아름다운 이미지를 극대화해 뽑아내려는 여타 광고 사진과 비교하면 텔러의 작업은 파격이다. 그가 15일부터 한국에서 첫 개인전을 연다. 서울 통의동 대림미술관에서 열리는 ‘터치 미’전이다.

14일 방한한 텔러는 이브생로랑, 비비언웨스트우드, 셀린 등 자신이 작업한 해외 명품 브랜드의 이미지 대신 헐렁한 티셔츠와 재킷을 입고 나왔다. 그는 자신의 사진철학을 한마디로 “그 속에서 인간적인 교감을 발견하는 것”이라고 요약했다. “유명인들을 찍은 사진도 마찬가지입니다. 기법은 최대한 단순화하고, 작업에 임할 때도 교감을 나누는 게 중요합니다.”


텔러의 작품은 보그나 W 같은 패션매거진은 물론 테이트 모던이나 베니스 비엔날레 같은 미술관 전시장에서 동시에 볼 수 있는 독특한 경계성을 지녔다. 상업과 예술을 넘나드는 만큼 입지에 대한 논란도 있다. 그는 “어떤 것을 찍든 일에 충실할 뿐이고 고차원적 예술과 상업적인 것의 경계를 중요하게 생각지 않는다”며 “제 작업을 갇힌 틀에 집어넣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파격을 중시해 즉흥에 기대는 것 아니냐는 혐의도 그는 부정했다. 텔러는 “얼핏 보면 대충 찍은 한 장의 스냅샷 같지만 그 뒤에는 굉장히 많은 고민이 숨어 있다”고 했다. “어떤 사진이 의뢰인의 목표에 부합하는가가 가장 중요합니다. 단순히 유명인사나 슈퍼모델을 고집하기보다는 목표를 가장 잘 달성하게 해주는 모델이면 됩니다.”

텔러는 엘튼 존, 커트 코베인, 비요크 등 팝 뮤지션들의 사진으로도 유명하다. 7월까지 이어지는 이번 전시에는 마크제이콥스, 비비언웨스트우드의 광고 사진을 비롯해 데이비드 호크니, 로니 혼, 리처드 해밀턴 등 유명 미술작가를 찍은 초상 사진 등도 소개된다.

그의 작품은 인위적인 조작을 거치지 않고서도 사물과 인물의 조합, 배치나 소재 선택만으로도 몽환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특별한 자연스러움이 있다.

“늘 실제적 모습을 담으면서도 환상적 이미지를 담으려고 노력합니다. 두 가지가 적절히 배합돼야 하죠. 컴퓨터로 작업하는 데에는 관심 없습니다. 그런 기술은 오히려 제 작업을 방해하는 요인이죠.”

임희윤 기자/im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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