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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평의 ‘행복’…도심텃밭 열풍
직접 키운 상추에 삼겹살

가족·이웃 묶는 연결고리로

아이들 자연체험은 덤

日방사능 누출 영향도 한몫


말랑말랑한 흙을 밟는 건 인간의 본능일까? 콘크리트의 숲에 둘러싸여 일상 속에서 맨땅을 딛기 어려운 서울 도심에서 주말농장, 도시텃밭 가꾸기 열풍이 불고 있다. 개인에게 할당되는 땅은 고작 2~3평이지만, 사람들은 그 좁은 땅에서 생명의 신비와 삶은 활력소를 찾아내는 재주를 부린다.

“도시인들은 가슴속에 가족이나 이웃과 함께 친환경적인 여가생활을 즐기고자 하는 ‘도시농부’의 꿈이 있어요.” 서울시의 주말농장을 총괄하는 이한호 서울시 농업기술센터소장은 이어 “조금만 주위를 둘러보면 도시에서도 친환경적인 여가를 누릴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이 존재한다”고 조언한다.

봄철에는 상추, 고추, 가지, 시금치, 열무, 감자를 경작하고, 가을철에는 배추, 무, 갓, 쪽파를 수확할 수 있다. 국제적 트렌드인 로컬푸드(Local food)운동과 같은 맥락에 있을 뿐 아니라, 올 들어서는 일본 원전 방사능 누출로 직접 가꾼 먹을거리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어 텃밭 열풍은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뿐만 아니다. 텃밭은 가족과 이웃, 친구를 묶어주는 공동체다. 주말 가족단위로 텃밭에서 땀 흘려 농사를 짓고, 밭에서 나오는 상추며 고추를 곁들여 삼겹살을 구워먹으면 억만장자라도 부럽지 않다. 아이들의 자연 체험은 덤이다. 주말농장을 분양받은 조영선(34ㆍ여ㆍ구로구) 씨는 “가끔 야외로 나와 흙냄새를 맡으며 땀 흘리는 기분이 정말 좋다”며 “자연 속에 있으면 건강해지는 기분이 들고, 채소 경작 방법도 익힐 수 있어 주말 하루는 꼭 나와 둘러본다”고 했다. 
서울 송파구 오금동에 조성된 솔이텃밭에서 도시민들이 농작물을 경작하고 있다.


서울시와 25개 자치구가 분양하는 주말농장은 온라인 접수 후 불과 수초에서 수분 만에 마감된다. 가격도 저렴하다. 8~9㎡(2~3평) 안팎의 1년 사용료는 5만~6만원대. 일반인이 운영하는 주말농장도 10만원 안팎이다.

하지만 ‘도시농부’의 꿈을 펼치려면 부지런해야 한다. 공급에 비해 수요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 지난달 송파구의 솔이텃밭(오금동)은 분양 개시 후 3초 만에 마감되는 진기록을 세웠다.

구좌당 16.5㎡ 크기의 주말농장 250구좌는 1년간 6만원만 내면 ‘신토불이’ 채소를 가꾸고 먹을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광클’을 일으켰다. 송파구는 “주말농장에 대한 도시인들의 엄청난 갈망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매년 수요가 폭발하자, 올해부터는 자치구별로 주말농장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빈 농지가 없는 도봉구는 허가 이후 10년이 지나도록 건물 신축을 하지 않는 땅을 찾아내 소유주인 덕성여대와 주말농장으로 활용하기로 묘안을 냈다. 17일 개장을 앞두고 지난달 올 분양은 마감됐다. 

지역 특산물로 차별화하는 자치구도 있다. 중랑구는 황실배(서울먹골배) 1그루를 1년간 9만원에 분양한다. 운영 방식도 재미있다. 가을에 분양받은 나무 1그루에서 15㎏ 3상자의 배가 나오지 않으면 3상자를 보전해준다. 1999년 관내에 산재한 배밭에서 122그루의 배나무를 분양한 것을 시작으로 2010년까지 총 4000그루가 분양될 정도로 인기가 높다.

서울시는 경기도 남양주시 4곳, 양평군 4곳, 광주시 5곳 등 팔당상수원 내 13곳 등 모두 7000구획의 주말농장을 구해서 운영 중이다. 서울시가 운영하는 주말농장은 서울시가 운영비의 반을 부담해 시민들은 2만5000원만 내면 된다. 아울러 일반 가정집에서 농사를 지을 수 있는 상자 텃밭 5000세트를 이달 초 분양했다.

‘공터가 없어서’ ‘있었지만 거리가 멀어 이용률이 떨어져서’ ‘공터에 아파트가 들어서서’ 등의 이유로 주말농장을 운영하지 못하는 금천구ㆍ영등포구ㆍ양천구는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김수한 기자/soo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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