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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高3 같은 경쟁…‘사람’ 은 없었다
인성무시 성적으로 획일화

전인교육 기본정신에 위배

일부 학생들 우울증 호소

카이스트의 교육 개혁이 심판대에 올랐다. 올해 들어 4명의 청춘이 목숨을 잃은 지난 7일 서남표 총장은 교육 개혁의 총아나 다름없던 징벌적 등록금제를 전면 폐지하기로 했다. 스스로 몸을 내던진 4명의 카이스트 재학생들은 저마다 학업 성적에 대한 극한의 부담감을 안고 있었지만 우울감을 호소할 친구도, 스승도 찾지 못한 채 속앓이만 하다 극단적인 선택에 이르렀다. 몰아치기식 교육 개혁의 부작용이라는 각계의 비판에도 꿈쩍 않던 카이스트는 결국 ‘서남표식 교육 개혁’의 어두운 면을 인정하고 한 발짝 뒤로 물러섰다.

교육계 전문가들은 서 총장의 실험적인 개혁이 대학 문제에 대한 진단부터 첫 단추가 잘못 끼워졌다고 지적하고 있다.

김기석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는 “카이스트는 성과급 운운하며 교수들을 들볶더니 이제는 학생들을 들볶고 있다”며 “사람을 탓하는 장치로 발전을 꾀하려는 것은 옳지 않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올 들어 네 번째 학생 자살사건이 발생한 카이스트는 큰 충격에 휩싸였다. 서남표 총장은 징벌적 수업료제 폐지, 전 과목 영어수업 보완 등의 긴급대책을 발표했지만 8일 교내에는 계속해서 대자보가 나붙는 등 뒤숭숭한 분위기다.

유인종 전 서울시 교육감도 “경쟁은 격려를 통해 이뤄져야 하는데 카이스트는 무턱대고 경쟁만 강조했다”며 “카이스트 개혁은 원천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쓴소리를 했다. 서 총장이 카이스트의 문제점을 단순히 교수와 학생들의 현실안주적 자세로 보고 교수와 학생 사회에 경쟁을 불어넣으려 했던 과정이 잘못됐다는 것이다. 또 카이스트식 경쟁에는 그 안에서 숨쉬는 4000명의 ‘개성’을 고려하지 않고 획일적인 기준만 강요했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박거용 한국대학교육연구소장은 “인문학도들보다 상상력과 창의력이 더 필요한 이들이 공학도들”이라며 “카이스트는 단숨에 결과를 얻어내기 위해 성적을 짜내면서 학생들에게 상대적 열등감을 느끼게 했다”고 지적했다.

유 전 교육감은 “학생들의 개성이 전부 다른데 잠재력을 길러줘야지 성적으로 획일화하는 방향으로 경쟁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냐”며 “학점에 따라 등록금을 다르게 내게 한 것은 인권 침해 문제”라고 비판했다.

카이스트는 무한경쟁 구도를 잠시 멈추고 학생과 함께하는 교육으로의 갈림길에 서 있다. 전문가들은 입학 이후 학생을 품에 안고 이들을 지원하는 교육으로의 전환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한용진 고려대학교 교육학과 교수는 “경쟁 자체를 없앨 수는 없지만 학교는 경쟁이 요구되는 교육 안에서 학생들이 받는 스트레스나 부담감을 완화해줄 수 있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도 “100명 중 80~90등으로 입학했다 하더라도 입학 후에는 격려를 통해 성장하도록 도와주는 게 대학의 역할이지 결과로만 학생을 판단하는 것은 옳지 않다”라고 진단했다.

도현정ㆍ대전=이권형 기자/kate01@
사진= 대전=박현구 기자/phk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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