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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수는 128단계 올랐지만...‘서남표식 개혁’ 좌초 위기
우리나라 과학기술계의 미래인 KAIST 학생들이 올들어 4명이나 자살했다. 매년 1~2건 정도의 자살 사건이 있기도 했지만, 이렇게 짧은 시간에 많은 학생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일은 전례가 없다. 고통이 없으면 성과도 없다는 ‘No pains, No gains’으로 압축되는 서남표(75) KAIST 총장의 개혁이 단행 5년만에 최대 위기에 놓이게 됐다.

지금은 개혁의 대상이 된 ‘징벌적 수업료제’는 서 총장이 주도한 대표적인 개혁 조치 가운데 하나였다. 지난 2006년 7월 KAIST 총장 취임 직후 가진 과학기술부(현 교육과학기술부) 기자간담회에서 서 총장은 우리나라에서도 20대 박사가 배출될 수 있는 교육구조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런 문제 인식에서 출발한 것이 바로 성적 미달 학생에게 수업료를 부담 지우는 징벌적 수업료였다.

일련의 개혁 조치는 ‘서남표식 개혁’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대단했다. 먼저 교수 정년을 보장하는 ‘테뉴어’에 대한 심사를 강화했는데, 취임 이듬해 서 총장은 테뉴어 교수 심사에서 35명 중 15명을 무더기로 탈락시켰다. KAIST 역사상 전무한 일이었다. 그가 지난 1991년부터 2001년까지 미국 MIT 기계공학과 학과장을 역임하면서 교수진의 40%를 갈아치우는 등 혁신적인 개혁을 이뤄낸 것이 재현되는 듯했다.

이 외에도 서남표식 개혁은 학부 수업을 100% 영어로 강의하도록 했으며, 입학사정관제를 도입하며 일반계 고교생 가운데 잠재력과 성공 가능성을 보인 150명을 선발하는 등 KAIST에 유례가 없었던 개혁 조치로 이어졌다.

강력한 개혁 드라이브가 취해지는 동안 그에게는 ‘독선적이다’, ‘너무 일방통행이다’ 등의 악평이 뒤따랐지만, 이방인에 대한 교육계의 질투 정도로 치부됐다. 실제로 영국 일간지 더 타임스(The Times) 등이 실시한 세계대학평가에서 서 총장 취임 당시 세계 196위였던 KAIST는 2009년에는 69위로 128계단이나 뛰어 오르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리고 그는 지난해 14대 총장으로 연임하는 데 성공했다. 40년 KAIST 역사상 연임 총장은 그가 처음이다.

서 총장의 개혁은 대단한 것이었지만, 개혁의 대상인 학생들은 힘든 생황의 지속이었던 모양이다. KAIST 학내 상담센터에서 연간 2000건의 심층상담이 진행되는 데 그 중 15% 정도가 성적에 대한 고민이었다고 한다. 올해 자살한 4명의 학생 중에도 성적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서남표식 개혁에 강력한 브레이크가 걸렸다. 그 어떤 훌륭한 개혁 조치도 정당화될 수 없는 학생들의 자살이 급제동을 걸었다. 행복은 성적순이 될 수 없는 교육 소비자의 관점에서 KAIST 교육 과정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한 상황이다.

<박도제 기자 @bullmoth> pdjw24@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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