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관한한 청혼자는 늘 약자다. 무릎을 꿇고 간절히 상대의 대답을 기다려본 사람이라면 그 떨림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약자의 떨림이 한없이 아름다울 수 있는 건 역설적이게도 그것이 사랑이라는, 단 하나의 이유 때문이다.
여기 한 명의 약자가 있다. 그는 여행 작가다. 남들은 부러워하는 직업이지만 일년의 절반이나 사랑하는 사람을 혼자 남겨두어야 한다. 그는 또 작아졌다.
“그녀를 외롭게 만들었던 시간을 특별한 프러포즈로 보상하고 싶었습니다. 그러기에 저라는 한 사람은 너무 부족하기에, 더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담아 그녀에게 제 진심을 전달할 계획을 세웠습니다”
그는 생면부지의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했다. 그는 자신이 좋아하던 뉴욕을 떠올렸고, 100명의 뉴욕 시민들은 이 낯선 동양 남성의 진심을 들어주었다.
아이슬란드 청년, 경찰관, 타임스퀘어의 스파이더맨, 거리의 악사 등은 하얀 종이에 이렇게 적었다. “‘예’라고 답하세요” “그와 결혼하세요” “그를 차버리면 미국 플레이보이를 만날 것입니다” 등등.
100명의 든든한 지원군을 사진에 담은 그는 서울로 돌아와 ‘비밀 전시회’를 계획했다. 오직 한 사람을 위한 전시회.
“이 기획은 구상에서부터 사람들의 섭외, 촬영, 전시에 이르기까지 온전히 한 여인을 위한 것이다. 사진이 개인들에게 갖는 의미는 본래 그런 것이다. 값비싼 유명 예술 사진 작품보다 자신에게 소중한 사람의 기념 사진이 훨씬 가치있는 법이다. 사랑하는 사람의 사진을 한 장 갖고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가슴 벅찬 일인지 생각해 보라”
마침내 그녀가 들어왔고 방안을 벽면 가득 사진을 봤다. 그리고 둘은, 지난 2일 결혼했다.
이 독특하고도 낭만적인 프러포즈의 주인공은 여행 전문가인 정상구(필명 김치군)이다. 10여 년간 35개국을 다니며 여행에 얽힌 다양한 이야기와 경험을 블로그를 통해 누리꾼과 나누고 있다. 여행에 관한한 수많은 사람의 손을 잡아끈 여행서를 써온 그가 이번엔 ‘100번의 뉴욕 프러포즈’(포토넷)라는 책을 냈다.
세상 단 한 명인 그녀를 위한 단 한 번의 프러포즈를 담은 이 책은 ‘사랑’을 간직한 모두에게 그의 글이 그렇듯 청혼자의 떨림을 안겨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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