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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해 9천억원...눈먼 혈세 어떻게 쓰나 했더니
김준규 검찰총장이 최근 전국 검사장들에게 특수활동비로 돈봉투를 돌린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권력자나 고위공직자들이 영수증 없이 맘대로 쓸 수 있는 특수활동비가 재차 도마위에 오르고 있다.

김 총장은 지난 2일 경기도 용인 법무연수원에서 열린 ‘전국 검사장급 위크숍’에서 격려금 명목으로 특수활동비에서 총 45명에게 200만~300만원씩 든 돈봉투를 나눠줬다. 물론 이들에게 지급된 총 9800만원은 영수증 처리가 필요없는 김 총장의 특수활동비다. 올해 검찰총장의 특수활동비는 189억원으로 경찰청장의 5억원 안팎에 비해 엄청나게 규모가 크다. 게다가 쌈짓돈 집어주듯 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옥근(59) 전 해군참모총장은 업무추진비 수억원을 아예 사적 용도에 쓴 혐의(업무상 횡령)를 받고 있다.

김 총장은 앞서 2009년 11월 출입기자들과 회식에서 제비뽑기 당첨자 8명에게 50만 원씩 봉투를 하나씩 전달해 ‘특수활동비 논란’을 부른 전과가 있다. 검찰은 총장의 돈봉투 문제가 확산될 조짐을 보이자 지난 4일 대검 한찬식 대변인을 통해 “검사장들에게 주어진 업무활동비는 총장 특수활동비에서 나간 것”이라며 “특수활동비는 범죄정보수집과 수사활동을 위한 공식 예산인데, 왜 문제 삼는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김총장이 일선 검사들의 수사활동 격려 등에 써야 할 특수활동비를 워크숍에서 검사장들에게 나눠준 것은 적절하지 않고, 게다가 정치권의 사법개혁안에 대한 대응책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간부들에게 격려금을 지급한 것은 오해의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검찰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정치권의 한 인사는 “검찰이 특수활동비 문제를 개선하겠다고 여러 차례 약속했는데 여전히 구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수활동비는 이미 여러차레 논란거리가 됐으며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지난해 8월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부 장관 후보자는 인사청문회에서 차관 시절 1억1900만원의 특수활동비를 골프와 유흥비로 썼다는 의혹을 받았지만 “특수활동비는 어디에 썼는지 공개하지않는 비용”이라며 답변을 거부했었다.

경찰청은 지난 2009년 특수활동비를 수사와 관련 없는 간담회, 시계구입, 격려금에 썼고, 정상문 전 청와대 비서관은 대통령 특수활동비 12억5000만 원을 차명계좌로 빼돌렸다가 구속되기도 했다.

2007년 5월 당시 김성호 법무장관은 부산에 있는 모교인 초등학교, 고등학교를 찾아 학부모, 동문들과 점심 식사비로 140만 원을, 저녁에는 특급호텔에서 부산시의회 의장, 부시장, 교육감 등 유력인사들을 초청한 만찬과 숙박비 600만 원을 쓰는 등 특수활동비를 사적인 접대비로 사용해 말썽을 빚기도 했다.

특수활동비는 정부 기관이 수사나 정보수집 목적으로 쓰는 돈인데, 사용내역이 공개되면 국가기밀이 샐 우려가 있는 예산이어서 다른 예산과 달리, 어디에 무슨 목적으로 쓰는지 국회의 감시를 전혀 받지 않는다. 사용내역을 밝힐 필요가 없으니 권력자가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사적용도로 쓸 여지가 있어 현금으로 인출해서 제 주머니에 넣어도 알 수없고 따질 수 없어 ‘묻지 마 예산’, ‘눈 먼 돈’, ‘권력자의 쌈짓돈’인 셈이다. 권력자들이 금일봉이라고 이름을 붙인 위문금, 성금은 물론이고 직원 격려비도 특수활동비로 쓰고 심지어 친ㆍ인척, 친지의 경조사비로도 이 눈먼 돈을 들어간다고 한다. 이러다보니 정치인이나 출마에 뜻을 둔 고관이라면 선거관리를 위해서도 쓴다고 보지 않을 수 없다.

2009년의 경우 특수활동비는 당초 8623억 원보다 2507억원이나 많은 1조1130억 원이나 집행됐다. 국가정보원 4419억원, 국정원예비비 3339억 원으로 국정원이 가장 많고 국방부 1266억 원, 경찰청 1242억 원, 법무부 279억 원, 대통령실이 221억 원이다. 기밀을 요하는 정보수집이나 사건수사와는 관련이 없는 총리실 10억 원, 교육과학기술부 22억 원, 문화체육관광부 9000만원, 방송통신위원회 27억 원, 지식경제부 5억9000만원, 특임장관 1억9000만원 등을 써 눈길을 끌었다.

국회에서도 2009~2010년 2년간 ‘특수활동비’ 명목으로 영수증을 첨부하지않고 쓴 돈이 170억 원이 넘는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특수활동비가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현금이다 보니, 자기멋대로 개인지갑으로 여기고 쓰고 심지어 자기 주머니에 넣어도 전혀 알 수가 없는 구조”라며 “조직 내부에서도 구체적으로 어떤 곳에 사용됐는지 아는 사람이 없게된 특수활동비 제도를 개선하고, 예산도 대폭 삭감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특수활동비 예산은 해마다 큰 폭으로 늘어나 2001년 4954억 원, 2002년 5487억 원, 2003년 6015억 원, 2004년 7137억 원, 2005년 7479억 원, 2006년 7876억 원, 2007년에는 8135억 원, 2008년 8510억 원, 2009년 8624억 원 등으로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김대우ㆍ홍성원ㆍ신소연 기자@dewkim2>dewk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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