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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민기, 세시봉의 빈자리 채우다
김민기가 세시봉의 빈자리를 채웠다. 카메라가 없는 무대는 작았지만 가득했다. 1960년대 말 무교동 음악감상실 세시봉의 무대가 2011년 재현됐다. 30일 학전 20주년 기념공연 노영심의 작은 음악회 ‘길은 다시 다른 봉우리로’의 마지막 무대엔 조영남, 윤형주, 송창식, 이장희, 김세환과 더불어 김민기 학전 대표가 함께 섰다.

여섯명이 함께 무대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 지난 2009년 세시봉에 대한 관심에 불을 지핀 출발점으로, 조영남, 최유라 진행의 ‘지금은 라디오 시대’에 출연했을 때도 이장희까지 5명의 멤버는 있었지만 김민기의 목소리는 듣지 못했다. 지난해 9월 ‘유재석 김원희의 놀러와’로 세시봉이 다시 한번 폭발적인 화제의 중심에 섰을 때도 김민기를 볼 순 없었다.

김민기는 “세시봉에는 딱 한 번 가봤다”고 했다. 대학 입학 신입생 환영회를 그곳에서 했기 때문이란다. 하지만 세시봉 멤버를 꼽을 때는 늘 그가 언급됐다. ‘ 말도 없고 수줍은 민기의 노랫말과 노래는 전무후무한 스타일로 독보적’이란 이장희의 표현처럼 큰 존재감으로 남았다. 김민기 역시 질리지 않는 음악을 하는 이들을 “아날로그적 음악의 본령에 대한 욕구를 세시봉 콘서트가 대변한다”며 의미를 높이 평가했다.

“카메라가 불편하고 부담스럽다”는 김민기는 카메라를 피해 200석도 채 되지 않는 자신의 소극장 무대에 40년 지기 친구들과 함께 했다. ‘아침이슬’부터 ‘사랑하는 마음’ ‘길가에 앉아서’ ‘웨딩 케익’ ‘하얀 손수건’ ‘그건 너’ ‘나 그대에게 모두 드리리’까지 친구들의 노래가 흐를 때 김민기는 무대 한켠을 지켰다. 마이크를 정리하고 기타를 옮기며 늘 그래왔듯이 묵묵히 자신의 자리에 있었다.

김민기의 목소리는 이날 공연이 끝날 즈음에야 들을 수 있었다. “하여 친구여 우리가 오를 봉우리는 바로 지금 여긴지도 몰라. 우리 땀 흘리며 가는 여기 숲속의 좁게 난 길 높은 곳엔 봉우리는 없는지도 몰라. 그래, 친구여 바로 여긴지도 몰라. 우리가 오를 봉우리는.” 그는 20년을 버텨온 학전, ‘지금 여기’서 자신이 만든 노래 ‘봉우리’의 가사를 담담히 낭독했다.

<윤정현 기자 @donttouchme01>
hi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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