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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방사능 비상...`축소-은폐병' 걸린 정부
국민들이 뿔났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에서 누출된 방사성 요오드와 세슘 등이 전국 곳곳에서 검출되면서다. 검출된 방사성물질 양은 0.049~0.356m㏃(밀리베크렐)/㎥수준으로, 인체에 노출되는 피폭 방사선량으로 환산하면 연간 한도인 1m㏜(밀리시버트)의 3만~20만분의 1정도의 극미량이다. 하지만 그동안 교육과학기술부를 비롯해 기상청,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등 관련 기관은 한 목소리로 “편서풍 덕분에 우리나라는 안전하다”고 말해왔다. 바람 방향만 믿고 안이한 모습을 보인 정부에 국민들은 강한 불신을 보이고 있다.

▶“직접 유입이 없을 것이라는 설명…돌아서는 언제든 올 수 있다”=기상청은 지난 15일 증권가를 중심으로 일본 일대 바람이 동풍으로 바뀌어 우리나라에 방사성 물질이 유입될 것이라는 소문이 돌자 “선풍기 앞에서 입김을 부는 격이다. 한반도 주변에는 늘 서풍이 불기 때문에 방사성물질이 바람을 타고 이동하기는 어렵다”고 가능성을 전면 차단했다. 당시 기상청이 배포한 보도자료에는 편서풍의 영향으로 방사선 물질이 지구를 돌아 한반도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설명은 없었다.

기상청 유희동 예보정책과장은 “15일에는 후쿠시마 남쪽에 저기압의 영향으로 동풍이 불며 (방사선 물질이) 우리나라에 오후에 상륙한다는 소문이 돌았다. 편서풍을 타고 멀리 돌아서 2주 후에 우리나라에 들어올 수 있다는 내용보다는 일본 저기압 의해 우리나라에 직접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설명이 시급했다”고 말했다.

▶봄ㆍ여름, 동풍 불고 기압배치 달라진다=문제는 시간이 지날수록 방사선 물질 피해가 더욱 악화될 것이라는 점이다. 우리나라가 위치한 중위도 상층의 기류는 편서풍이지만 겨울이 지나고 봄ㆍ여름이 오게되면 ‘편서풍의 탁월성’이 갈수록 떨어진다. 겨울철에는 편서풍의 영향이 100이었다면 봄 여름으로 갈수록 그 비율이 줄어든다는 의미다.

기상청 기후예측과 김지영 연구관은 “우리나라는 동아시아 몬순지역에 속하기 때문에 겨울철과 봄철(3~5월)의 풍계가 다른다. 전체적인 흐름은 편서풍이지만 봄, 여름으로 갈수록 편서풍의 탁월성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민주당 이미경 의원이 29일 “강원도 속초를 기준으로 300일 중 79일 동안 일본에서 한국 방향으로 부는 동풍이 관측됐다. 일본 원전 사고로 발생한 방사성물질이 동풍을 타고 국내에 직접 유입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또한 여름철인 8~9월에도 기압배치의 변화로 인해 동풍이 불 가능성은 더욱 높아진다. 또한 태풍이 잦은 여츰철에 일본 해상에서 발생한 태풍이 북상해 한반도에 영향을 주는 상황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권원태 국립기상연구소장은 “태풍에 의한 영향이 있을 수 있다. 우리가 가진 모델이 태풍에 관한 부분까진 포함하고 있진 않다.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 적극적인 대응 필요한 때”=시민들은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을 요구하고 있다. 최예용 환경운동연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은 “1991년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이 방한했을 당시 ‘체르노빌 원전 사고 당시 폐쇄적인 관료주의 때문에 사고 발생 며칠이 지난 뒤에야 전말에 대한 보고를 받았다. 사고발생 즉시 보고를 받았다면 적극적인 사고수습을 하고 희생자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며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도 관료주의와 폐쇄주의, 축소와 은폐가 최악의 원전 사고로 키웠다”며 한국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박수진 기자@ssujin84>
sjp10@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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