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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지펀드, 자산관리의 ‘소금’이 되다
요리에서 주재료 만큼이나 중요한 게 ‘소금’이다. 아무리 주재료가 좋아도 재료 고유의 맛을 살려주고, 재료들사이의 어울림을 잡아줄 간이 없으면 요리도 없다.

자산관리의 주재료는 주식이나 채권이다. 하지만 이들만으로 포트폴리오는 짜여지지 않는다. 주식과 채권의 본래 투자목적을 살리면서도 투자포트폴리오의 완성도를 살리기 위한 간이 필요하다. 바로 헤지펀드다.

최근 국내에서 헤지펀드가 인기를 끌고 있다. 삼성증권, 우리투자증권, 한국증권, 미래에셋증권을 통해 사모형태의 재간접헤지펀드가 본격적으로 판매되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헤지펀드에 대한 일반적인 인식은 간 보다는 주재료로 오인받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헤지펀드의 투자목적은 ‘대박’이 아니라 위험에 대한 ‘헤지(hedge)’ 즉 회피다.

정진균 삼성증권 AI팀장은 “헤지펀드의 투자목적은 주가 하락, 금리 상승 등 시장 방향성에 대한 고민을 덜어주고 낮은 변동성으로 예금 금리의 2배~3배를 추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식이나 채권 등 원재료가 싱싱하고 훌륭할 때 간은 최소화되는 게 좋다. 호황장에서 헤지펀드 수익률은 성장주식형 수익률에 뒤쳐진다. 하지만, 경제위기 상황 등으로 원재료가 시원치 않을 때는 간을 통해 부족한 원재료의 맛을 돋궈줘야 한다. 주가가 폭락하는 위기상황에서 헤지펀드는 위험관리를 통해 시장대비 우수한 성적을 내는 경우가 많다.난세가 영웅을 만들듯, 위기 상황에서도 맛을 잃지 않다보니 헤지펀드가 마치 ‘대박 상품’으로 오인받는 이유다.

하지만 특수상황이 지나면 헤지펀드는 본연의 기능으로 되돌아 간다. 금융위기를 겪으며 주요 헤지펀드 투자자들의 투자목적 변화는 이를 반영한다. 미국의 재간접헤지펀드 전문회사인 SEI의 2011년 기관투자자 설문결과를 보자. 금융위기의 충격이 채 가시기 전인 2009년 투자목적은 절대수익과 자산다양화가 각각 30%대였지만, 금융위기가 일단락 된 2010년에는 같은 응답이 20%와 24%로 크게 줄었다. 반면 10%가 채 되지 않았던 변동성 축소목적이 약 20%로 두 배이상 급증했고, 투자전략간 비상관성도 24%에서 30%로 높아졌다. 투자목적이 수익중심에서 위험관리 중심으로 바뀌고 있는 셈이다.

2008년 이후 글로벌 기관투자자들의 자산배분에도 이같은 경향은 나타나고 있다. ▶그래프참조. 헤지펀드를 포함한 대체투자 비중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또 헤지펀드는 목표대비 비중이 더 늘어난 반면 주식은 비중이 더 줄었다. 수익률도 더 나았던 셈이다.

양봉진 한국운용 글로벌AI운용부문장은 “미국 기관투자가들은 채권을 줄이고 대체자산을 늘리는 추세다. 향후 2~3년간은 채권에서 대체자산으로의 전환증가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JP모간은 최근 발간한 글로벌 시장전망 및 투자전략 보고서에서 “올 해 국공채에 대해서는 비중축소하는 대신 대체자산에 대해서는 비중을 확대하라”고 조언했다. 대체자산으로는 상업용 부동산과 헤지펀드를 꼽았다.

JP모간 조사를 보면 헤지펀드는 12개월 동안 6.4%의 위험기여율로 10.6%를 수익률을 기록했다. 쉽게 말해 손실확률 6.4%를 감수하고 얻은 실제수익률이 10.6%라는 뜻이다. 반면 선진주식과 신흥국주식의 손실확률은 20.1%, 26.2%에 달했지만, 수익률은 15%, 17%에 그쳤다. 고수익채권과 사모펀드도 손실확률은 12%, 17.3% 였지만, 실제 수익률은 7%, 16.9%에 불과했다.

하지만 헤지펀드의 이같은 수익률은 그냥 얻어지는 게 아니다. 수 십 가지의 헤지펀드 전략 가운데 어떤 전략을 택하느냐에 따라 수익률은 천차만별이다. 하지만 헤지펀드에 현재 투자하고 있거나, 투자하려는 국내 개인투자자 상당수는 제대로된 이해조차 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싱가포르투자청(GIC) 주식운용 책임자 출신의 김준성 삼성자산운용 전무는 “헤지펀드는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분야다. 그런데 매력적인 조건을 제시하는 헤지펀드는 많지만, 애초 기대만큼의 성과를 가져다주는 곳은 많지 않다. 선택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헤럴드경제는 본 시리즈를 통해 10회에 걸쳐 헤지펀드의 기본 전략과 특징 등을 자세히 다룰 계획이다.

<홍길용 기자 @TrueMoneystory>
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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