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시절 음악사 과목 시험문제로 작곡가들의 이름을 맞히는 문제가 있었던 기억이 난다. 모차르트의 이름은 볼프강 아마데우스, 바흐는 여러 명이지만 가장 유명한 ‘음악의 아버지’는 요한 세바스티안, 베토벤은 루드비히 반…. 이런 작곡가들의 이름은 익숙하지만 낭만주의 시대 뒤로 넘어오면, 그때부터는 예술고등학교생들에게도 비교적 낯선 작곡가들이 많이 등장하기 때문에 이름과 성을 한꺼번에 외울 필요가 있었다.
가장 기억이 나는 작곡가는 쇤베르크와 베르크, 베베른으로 음악적으로도 서로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의 이 작곡가들이 모두 A로 시작하는 이름을 가지고 있어 재미있다고 생각했던 적이 있다. (아르놀트 쇤베르크, 알반 베르크, 안톤 베베른).
하지만 아리송한 철자의 이름을 논할 때 영국의 작곡가 레이프 본 윌리엄스(1872~1958)가 빠질 수 없다. 영어철자는 Ralph Vaughan Williams로 쓰는데, 이 철자를 보고 ‘레이프 본 윌리엄스’라고 단번에 읽어내기는 쉽지 않다. 또한 가운데의 ‘본’은 미들 네임이 아니며 ‘본 윌리엄스’가 성이기 때문에 ‘본 윌리엄스’라고만 적을 때는 많은 사람이 ‘본’을 이름, 즉 퍼스트 네임으로 착각하곤 한다.
영국의 대표적인 도자기 브랜드인 웨지우드 사를 세운 웨지우드 가문의 딸이자 인류학자 찰스 다윈의 후손이기도 한 어머니를 둔 본 윌리엄스는 라벨과 브루흐 등을 사사하며 음악을 공부했다. 하지만 꽤 오랜 시간 동안 크게 빛을 보지 못했다.
영국의 민요에 큰 매력을 느낀 그는 영국 전역을 여행하며 구전 민요를 채보해 기록하기 시작했고, 이는 그의 음악에 큰 영향을 미쳤다. 그중 영국의 왕 헨리 8세가 작곡했다고도 전해지는 영국 민요 ‘푸른 옷소매’를 사용해 작곡한 관현악곡인 ‘푸른 옷소매 환상곡’은 우리 귀에도 익숙한 몽환적인 선율로 많은 이의 사랑을 받고 있다. 또한 ‘종달새의 비상’이라는 곡도 유명한데, 이 음악은 몇 년 전 김연아 선수가 경기에 사용한 적이 있다.
그 밖에도 시마노프스키(Szymanowski)라든지 크세나키스(Xenakis) 등등 철자를 쉽게 짐작할 수 없는 작곡가가 많지만 필자가 생각하기에 그 최고봉은 바로 ‘신세계로부터’ 교향곡을 작곡한 드보르작이 아닌가 싶다. 철자가 어떻게 되는지 여기서는 밝히지 않겠다. 머릿속으로 잠시 상상해본 다음 한번 찾아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아마 깜짝 놀랄 즐거움이 찾아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