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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정현변호사의 TV꼬리잡기] ‘로얄패밀리’, 금치산 선고가 허술?
요즈음 밤 10시경에 각 방송사 드라마를 보면 ‘재벌’을 엿볼 수 있어서 재미가 있습니다. 재벌이 될 수 없는 저와 같은 서민들은 재벌들의 집이나 생활상을 보면서 눈으로나마 좋은 구경을 하게 됩니다. 월화에는 SBS에서 ‘마이더스’, 수목에는 MBC에서 ‘로얄패밀리’가 방송되고 있는데요. 두 드라마 모두 재벌을 다루고 있습니다. ‘마이더스’가 주로 재벌 2세들과 천재 변호사가 벌이는 머니게임이 주된 테마라면, ‘로얄패밀리’는 여자회장님의 지주회사를 손에 넣어 그룹 전체를 장악하기 위한 세 며느리들의 ‘동서들의 난’을 주로 다루고 있습니다.

‘로얄패밀리’에도 검사출신 스타 변호사가 나옵니다. 오늘은 ‘로얄패밀리’ 초반 부에 나오는 몇 가지 법률적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우선, 공회장은 둘째 아들이 사고로 사망한 후 며느리인 김인숙(염정아)을 미워하며 18년간이나 감금과 다를 바 없는 감시를 하면서 오직 봉사활동만 할 수 있게 하는데요. 그러면서 인숙을 ‘금치산자’로 만드는 작업을 합니다. 법원의 재판으로 금치산자가 되면 경제적인 법률행위를 할 수 없게 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드라마에서처럼 허위 진단서 등으로 금치산선고를 쉽게 받을 수는 없습니다. 법원의 판사님들이 그렇게 허술하게 재판을 하지는 않습니다. 

또, 인숙과 엄기도(전노민)가 공모한 것으로 보이는 첫째 며느리 딸이 결혼을 앞두고 호스트와 정사를 벌이는 장면이 담긴 동영상을 인터넷사이트에 올리는 장면이 있습니다. 이런 경우, 그 촬영행위 자체도 처벌되고 인터넷 사이트에 업로드 하는 행위도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명예훼손죄, 음란물유포죄에 해당될 수 있습니다. (최근 대법원에서 ‘음란물’판단에 관하여 ‘성기노출’을 기준으로 제시한 듯 한 판단을 해서 화제가 되기도 했죠.)

또, 예상을 깨고 JK클럽의 사장에 임명된 인숙의 첫 출근 때 재미난 에피소드가 있었습니다. 인숙이 클럽의 직원 시절, 그룹 회장에게 약을 먹여주는 사진을, 셋째 며느리가 클럽 내부 CCTV가 없는 곳에 수 십장을 붙여놓고 인숙의 과거를 구설수에 오르게 한 것이지요. 

이러한 행위도 사실 심각한 명예훼손 또는 JK클럽에 대한 업무방해죄가 성립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물론 재벌가 내부에서 실제 이런 일이 벌어지게 되면 고소, 고발을 하지는 않을테죠. 처벌보다는 비밀이 우선일테니까요.

마지막으로, 극 중 JK가의 집사인 엄기도가 인숙과 공모하여 JK그룹의 가족들을 응징해나가는 장면들. 만약 이로 인하여 JK그룹에 재산적인 손해가 발생한다면 엄기도에게는 업무상 배임죄가 적용되겠습니다. 배임죄는 이름 그대로 배신하여 재산적 피해를 주는 경우입니다.

아직 극 초반임에도 여러 중범죄가 등장하면서 극의 긴장감이 더해지고 있는데요. 실제 재벌가의 암투를 얼마나 리얼하게 다루어 나갈지 궁금하기도 합니다. 물론 이런 드라마를 통해 경제적으로 풍족한 분들의 라이프스타일을 지켜보는 재미 역시 쏠쏠합니다.

또한 인숙이 힘없는 약자로서의 18년 세월을 뒤로하고 변호사 한지훈(지성)의 도움을 받아 통쾌한 복수극을 벌이는 장면은 극의 중요한 줄거리가 될 듯 합니다. 한 가지 아쉬움이 있다면 급하게 귀국하여 JK클럽에서 숙박하게 되는 한국의 세계적 성악가 ‘캐리 킴’의 이름. 그냥 한국 이름 쓰시는 편이 나을 뻔 했다는 생각이 살짝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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