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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운의 대구3인방? “LIG 날개 단 건영, 너마저...”
“우방, 청구에 이어 건영까지...”

1980~1990년대 중반 주택시장에서 이른바 ‘대구 3인방’으로 불리며 명성을 날리던 우방, 청구, 건영 등 3개사의 비운의 스토리가 눈길을 끈다.

이들 3사는 과거 주택명가로 이름을 날리다가 90년대 후반 외환위기 이후 부도를 내 법정관리에 들어갔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더욱이 이들은 새주인을 맞아 제2의 부활을 꿈꿨지만, 한결같이 모두 날개짓을 하는데 그치고 말았다. 또 다시 법정관리에 들어가거나 퇴출된 것. ‘비운의 주택명가 3인방’을 조명해본다.

▶청구...이미 ‘퇴출’

아파트 브랜드 ‘지벤’으로 알려진 대구지역 중견 건설업체인 청구는 지난해 7월 최종 부도 처리됐다.

청구는 농협중앙회에 돌아온 4억원의 만기 어음을 막지 못해 최종 부도 처리됐다. 청구는 앞서 금융권의 기업신용위험평가에서 ‘C등급’으로 분류돼 기업개선작업을 준비해왔다.

시공능력평가순위 323위인 청구는 C&우방, 화성산업과 함께 대구의 대표적인 건설회사다. 이에 따라 대구지역 ‘빅3’ 건설사 중 화성산업만 남게 됐다. 청구는 2006년 경기 김포 신곡지구 주택사업에서 시행사 차입금 7400억원에 대한 지급보증을 선 것이 화근이 돼 지난달 채권단으로부터 C등급을 받았다.

청구는 앞서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8월 부도로 회사 정리절차에 들어갔다가 2006년 3월 법정관리를 졸업하고 정상화의 길을 걸어왔다.

▶C&우방, 또 법정관리 신청

지난 2008년 11월27일 워크아웃을 신청한 C&우방은 시공능력평가 62위로 영남을 대표하는 대표적 중견 건설사다.

㈜우방은 1978년 ㈜우방주택라는 이름으로 대구에서 건설사업을 시작했다. 지난 93년에는 ㈜우방랜드를 흡수합병하며 ㈜우방으로 이름을 바꾼 뒤 주택전문업체에서 종합건설업체로 성장했다.

㈜우방은 97년 전국 아파트 공급 규모 2위를 차지하는 등 확장을 거듭했다. 그러나 외환위기 이후 유동성 위기를 겪으며 1998년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을 시도했으나 2000년 결국 부도가 나 이듬해부터 법정관리에 들어간 바 있다.

이후 지난 2005년 2월 C&그룹의 전신인 쎄븐마운틴 그룹이 총 3359억원에 ㈜우방을 인수했다. 건설업 경기가 밝았던 당시만 해도 이 인수전에는 4~5개의 업체가 뛰어들었으며 경영권에 대한 프리미엄도 상당히 높게 매겨졌다.

쎄븐마운틴그룹에 인수된 우방은 그룹 사명이 C&그룹으로 바꾸면서 C&우방으로 사명을 변경했고, 의욕적으로 사업을 추진하며 재기를 모색했다. 하지만 부활의 날개짓은 오래 가지 못했다.

지난 2009년 5월 대구지법 파산부에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C&우방의 법정관리 신청은 경영진이 아닌 임직원으로 구성된 비상대책위가 체불임금과 협력업체들의 채권을 확보해 신청한 것으로, 국내에서 임직원들이 법정관리를 신청한 첫번째 사례로 꼽힌다.

▶LIG건설(옛 건영), 법정관리 신청

우방, 청구에 이어 나머지 주택3인방 중 하나로 꼽혔던 건영도 또 다시 법정관리를 신청해 눈길을 끈다.

LIG그룹 계열의 중견건설사 LIG건설은 21일 오후 자금난을 이기지 못하고 서울중앙지법에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했다.LIG건설은 아파트 브랜드 ‘리가’를 사용하는 회사로, 시공능력평가 순위 47위(작년 기준)의 중견 건설사다.

이 회사는 최근 건설경기 침체로 신규 사업에 어려움을 겪어왔고, 아파트 분양사업에서 미분양이 쌓이며 자금난이 심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8000억원 규모의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사업이 장기화하면서 금융부담이 커져 유동성이 악화한 것으로 전해졌다.

LIG건설이 공사를 진행 중인 아파트 사업은 서울역 리가, 이수역 리가, 중랑숲 리가, 용인 구성 리가 등 4개 현장 1천500여가구에 달한다. 이 회사가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아파트 입주민들의 입주 지연 등 피해가 우려된다.

LIG그룹 계열사인 ㈜TAS는 2006년 당시 법정관리 중이던 건영을 인수해 2007년 2월 회생정리절차를 마치고 LIG건영으로 사명을 바꿨으며, 2009년 6월 LIG건설로 사명을 바꿨다.

LIG건설의 법정관리 신청은 과거 건영이 법정관리에서 벗어나 LIG를 새주인으로 맞아 갖가지 변신을 꾀하며 힘찬 부활의 날개짓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또 다시 법정관리를 신청하게 된 것으로 건설업계에도 큰 충격을 주고 있다. 건영은 대구지역 업체는 아니지만 설립오너가 대구출신이어서 대구3인방으로 꼽혀 왔다.

▶건설업계 충격 '일파만파'

LIG건설이 21일 전격적으로 법정관리를 신청하자 건설업계는 큰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LIG건설의 경우 최근 공격적인 수주로 사업을 확장하면서도 과거 건영 시절부터 이어오던 주택 의존도를 낮추고 토목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SC한보건설을 인수하는 등 사업 다각화를 꾀했기때문.

이 같은 변신 노력에도 불구하고 결국 법정관리를 신청하게 되자 중견 건설사들의 불안감을 더해지고 있다.

한 중견 건설사의 관계자는 “건설업계는 상위 10개 대형 건설사를 제외하고는 모두 줄도산 공포에 시달리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최근 2~3년간 건설경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장연주 기자 @okjyj>
yeonjoo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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