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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슬픔·절망에 빠진 이들에게…모차르트의 레퀴엠을 바치며
서양에서는 예로부터 많은 작곡가들이 세상을 떠난 이들을 위한 음악인 레퀴엠을 작곡했다. 본래 레퀴엠이란 가톨릭에서 진혼 미사에 쓰이는 의식 음악을 말한다. 하지만 종교적인 의식과 관계없이 세상을 떠난 이를 추모하고 애도하는 의미를 담아 작곡되기도 했다. 여러 작곡가들이 레퀴엠을 작곡했지만 그 중 모차르트와 베르디, 브람스, 베를리오즈, 포레 등의 작품이 널리 연주된다.

모차르트의 레퀴엠은 모든 클래식 음악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작품들 중 하나로 손꼽힌다. 모차르트에게 이 곡을 위촉한 이가 저승사자였고 그렇기 때문에 모차르트가 이 곡을 완성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는 이야기가 전해질 정도로 이 레퀴엠은 천상의 아름다움을 지닌 것으로 유명하다. 모차르트는 ‘라크리모사(눈물의 날)’의 앞 8마디까지 작곡하고 세상을 떠났고 그의 제자인 쥐스마이어가 나머지를 완성했다.

브람스는 무척 가까이 지내고 존경했던 작곡가 슈만이 정신이상으로 병원에 입원했다 세상을 떠나자 큰 비탄에 잠겼다. 그리고 몇 년 후 어머니까지 잃은 브람스는 ‘독일 레퀴엠’을 작곡하게 됐다. 보통의 레퀴엠이 라틴어를 가사로 하는 것과 달리 이 ‘독일 레퀴엠’은 루터의 독일어 성경을 가사로 한다. 연주시간만 1시간가량인 이 대곡을 듣고 있노라면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은 브람스의 슬픔이 고스란히 전해져 온다.

포레의 레퀴엠은 서정적이고 따스한 분위기가 감도는 곡이다. 이 작품을 감싸고 있는 온화한 공기는 사랑하는 이를 잃은 사람의 마음을 어루만지며 위로한다. 전체 악장 중 ‘피에 예수 (자비로우신 예수)’가 가장 유명하지만 ‘아뉴스 데이(신의 어린 양)’의 아름다운 합창도 극적인 감정의 표출 없이 따뜻한 공기의 흐름만으로 우리를 위로한다.

일본에서 일어난 대지진으로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사람들이 세상을 떠났거나 가족, 친구를 잃었다. 물질적인 피해도 엄청나고 특히 방사선 피해는 앞으로도 수십년간 많은 이를 괴롭히겠지만 무엇보다도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를 잃은 이들이 마음에 입은 상처가 걱정이다. 그 어떤 말로도 위로가 될 순 없겠지만, 음악으로나마 위로를 전하고 싶다. 모차르트와 브람스, 포레가 남긴 위로의 선율에 마음을 함께 실어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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