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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日대지진>‘7인의 사무라이’를 보면, 담담한 일본인이 보인다
”먹을 게 거의 떨어져가지만 정부에 큰 불만은 없습니다. 공무원들은 더 급한 다른 일을 처리하고 있을 테니 이해해야죠”

제2차 세계대전 패전이후 최대 국난으로 일컬어지는 일본 대지진 재앙속에서 특유의 인내와 극기, 침착성과 의연함을 보이는 일본인들에 세계인들이 또 한번 놀라고 있다. 남을 탓하기보다 묵묵히 견디며 제할 일을 하고 노약자를 더 배려하는 시민의식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거듭된 자연재해로 재난에 대한 내성이 생기거나 조직을 최우선시하는 국민성 등이 거론되지만 그 문화적 뿌리는 더 깊다.

일본인의 정신을 문화를 통해 들여다본 신간 ’일본문화사‘(경당 펴냄)는 지금 일본인들을 이해할 수 있는 코드들을 발견할 수 있다. 저자는 일본 중세사 전문가인 미국의 역사학자 폴 발리 컬럼비아대 명예교수로, 이 책은 1973년 초판이 미국과 영국에서 출간된 이래 수정과 보완을 거듭해 현재4차 개정판(2000년)까지 나왔다. 이번에 출간된 한국어판은 4차 개정판을 번역한 것이다.
저자는 고대 일본의 가미신앙, 즉 자연에 깃들어 있다고 믿어지는 신과 오직 이 지상세계의 삶을 중시하는 일본의 신앙부터 일본 전통시의 정수인 8세기 ‘만요슈’,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7인의 사무라이‘, 현대 작가 요시모토 바나나의 작품 등 문화전반을 아우르며 일본인의 의식의 근저를 파헤친다.

저자는 일본인들의 미적 감수성을 사라지는 것들의 아름다움을 즐기는 쓸쓸함으로 표현한다. “일본인들은 지속적이거나 영원한 것이 아닌, 깨어지기 쉽고 빨리 지나가 버리며 사멸하기 쉬운 것 안에서 자연의 아름다움을 추구한다”고 저자는 갈파한다.

‘시간의 전제적인 폭압성’이야말로 줄곧 일본 문학과 예술사의 주제가 돼왔다는 것이다. “일본인들은 상식적인 아름다움의 범주를 넘어서서 문자 그대로 시간에 의해 황폐화되고 시들어 소진된 것들에까지 이런 주제를 확장시켰다”며, 이런 능력은 실로 일본인들이 가진 미학적, 예술적 천재성으로 찬사받아 마땅하다고 평가한다.

저자는 14세기 중반 중요한 문학작품인 궁정시인 요시다 겐코의 수필집 ‘쓰레즈레구사’(徒然草)에서도 존재의 덧없음과 과거에 대한 깊은 향수의 쓸쓸한 정조를 끌어낸다. 근대문학의 기수인 나쓰메 소세키의 인간의 소외와 고독, 패전후 일본의 불운한 아름다움을 묘사한 가와바타 야스나리 등 환경의 변화와 시간의 흐름에 맞서기보다 순응하며 내재화하는 모습을 일본적 특징으로 꼽는다.

특히 구로자와 아키라의 ‘7인의 사무라이’를 분석한 부분은 일본인을 이해하는 결정적 열쇠를 제공한다. 약탈자 도적떼에 맞서 마을을 지키려는 16세기 용병 로닌들의 이야기지만 극한 상황에서 최종적인 선택에 직면한 사람들을 보여준다.

저자는 이 영화는 단순한 전쟁영화를 훨씬 넘어서서 그 이상의 것을 보여준다며, “그것은 가장 유서 깊은 일본 고유의 전통안에서 특히 계절의 변화를 통해 경험된 시간의 흐름에 대한, 그리고 자연을 거스르지 않은 채 그 자연안에서 살아가는 인간의 유한한 속성에 대한 일본인의 영원한 감수성을 시각적으로 뿐만 아니라 미학적으로 잘 드러낸 예술작품이다”고 평가했다.

산적들을 다 물리친 후 마을 사람들은 다시 농사일에 신경을 쓰고, 살아남은 무사들은 다시 길을 떠나는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이런 감수성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는 설명이다.

저자의 탐색은 문학에 그치지 않는다. 건축과 회화, 조각, 종교 , 음악, 정원, 만화 등 다방면으로 파고들며 일본다움을 찾아낸 저자의 눈 밝음이 돋보인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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