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지진의 여파로 후쿠시마(福島) 원전에서 나흘새 4번의 폭발이 발생한 데 이어 16일에도 4호기에 화재가 발생, 사실상 통제불능 상태에 빠지면서 열도를 핵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가고 있다. 1, 2호기 연로봉이 파손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제1원전 정문 부근 방사선량이 이날 오전 급격히 상승하는 등 방사성 물질 대량 유출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에다노 유키오 일본 관방장관은 16일 후쿠시마 제1원자력 발전소 정문 부근의 방사선량이 오전 10시께 급격히 상승해 작업원이 일시 철수했다고 밝혔다. 에다노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또 “제1원전 3호기의 격납용기가 손상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방사선량은 오전 10시 54분부터 낮아지기 시작했다. “3호기의 격납용기에서 방사선을 포함한 수증기가 발생, 일시적으로 높은 수치가 검출됐을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말했다.
전날 2차례에 걸쳐 폭발 및 화재가 발생했던 제1원전의 4호기에서는 이날 오전 5시45분께 또 화재가 발생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4호기의 사용후핵연료저장소(SFP)에서 화재가 발생한 후 진화됐다고 설명했다. 아마노 유키야 IAEA 사무총장은 “4호기 화재는 냉각기능 문제일 수 있다”면서 “이 화재로 방사능이 유출됐을 수 있다”고 말했다. 에다노 장관은 4호기의 사용후 핵연료 수조가 임계상황에 이를 가능성에 관해서는 “그것을 상정해 대응할 필요는 없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이날 오전 백색 연기가 발생한 3호기에 대해서는 “폭발 보고를 받은 바 없다”고 덧붙였다.
또 IAEA는 제1원전 2호기에 대해 노심손상 가능성이 있다고 밝히고 핵연료 손상량을 5% 이내로 잡았다. 요미우리 신문은 도쿄전력의 점검결과를 인용해 1호기 핵연료의 70%, 2호기 핵연료의 30%가 파손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 우려했던 노심용해가 진행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방사능 대량 유출의 공포도 커지고 있다.
일본 정부는 신속히 4호기 수조에 냉각수를 투입할 것을 지시했으나 내부 방사선 수치가 높아 직원들의 접근이 어려워지면서 작업이 진행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헬기를 이용해 낭각수를 투입하는 방안이 검토되면서 사태해결의 희망이 보이는 듯했으나 도쿄 전력은 실행 상의 문제를 들어 소방차 등 다른 방식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프랑스 원자력안전위원회(ASN)는 14일 이번 사고를 5~6등급 사이로 진단한 데 이어 하루 만에 6등급으로 격상했다. 이는 최고등급(7)을 받았던 1986년 체르노빌 사고보다 한 단계 낮은 등급이다.
일본 운수성은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반경 30㎞ 지역에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하고 통합대책본부를 조직, 총력대응에 나섰다.
유지현 기자/prodigy@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