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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도저 MB “조선, 자동차처럼 유전도 밀어붙여”
2009년 12월말.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은 이명박 대통령의 부름을 받고 청와대로 달려갔다. 아랍에미리트(UAE)로부터 최대 400억달러 규모의 한국형 원전을 수주한지 얼마되지 않은 시점이었다. 

이 대통령은 곽 위원장에게 ‘특별 미션’을 내렸다. 세계 6위의 매장량(세계 7.3%, 978억배럴)을 자랑하는 UAE 유전개발 사업에 한국이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을 찾으라는 지시였다. 

한국을 대표하는 석유공사가 세계 77위에 불과한 상황에서 메이저업체들이 독과점하는 중동의 대형유전시장 진출이란 사실상 불가능한 일. 곽 위원장은 그 자리에서 “자신 없습니다”고 했지만 대통령의 불호령에 정신을 다잡았다.

이 대통령은 “석유 비즈니스로만 보면 답이 나오지 않는다. UAE측이 중요시 하는 미래전략 차원에서 접근하라”면서 “조선, 자동차도 처음에는 기대하지 못했던 분야다. 유전이라고 해서 다를 게 있냐. 해보지도 않고 포기하면 안된다”고 독려했다.

이에 곽 위원장은 지난해 2월 미래기획위원회내에 특별팀(TF)을 꾸려 UAE측과 접촉에 나섰다. UAE측의 첫 반응은 예상대로였다. 검증된 기술과 자본력이 없는 나라에 유전을 맡긴다는 게 말이 되느냐는 것이다.

그해 5월 UAE 실권자인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아부다비 왕세자의 방한 이후 UAE측에 미묘한 입장 변화가 일었다. 협상팀은 “대통령의 뜻을 우리 측에 전해달라” 고 했고 곽 위원장은 8월 대통령의 친서를 들고 아부다비로 향했다.

이 대통령은 친서에서 “한국은 단순한 유전개발사업자가 아니고 100년 앞으로 내다보는 아부다비의 경제협력 파트너다. 크게 생각해 달라”고 밝혔고 이후 양측간 협상이 본괘도에 올랐다.

한국석유공사와 아부다비 국영 석유회사는 지난해 8월 석유ㆍ가스전 탐사 및 개발 공동참여를 위한 평가팀 구성,국제공동비축 협력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년여간의 협상과정을 직접지휘했으며 7, 8차례 친서를 모하메드 왕세자에게 전했다.

곽 위원장은 “올해 1월까지도 협상 전망이 불투명할 정도로 난관을 겪었지만 양국간 인간적 신뢰가 해결사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측 실무자들도 겨울에 UAE 관계자들과 겨울에 스키장에 함께 가는 등 인간적 신뢰를 쌓는데 관심을 기울였다”고 강조했다.

MOU체결까지 수 차례 고비가 더 있었지만 양측 정상과 고위급간의 인간적 신뢰가 돌파구 역할을 하면서 결국 UAE유전시장의 문이 열리게 된 것이다.
<양춘병기자@madamr123> y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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