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 총영사관의 이번 스캔들은 외교관에 대한 잘못된 인사가 초래한 최악의 상황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정치적 이해를 앞세운 낙하산 인사, 힘있는 부서에서 파견된 재외공관 주재관의 막무가내식 행동, 이 틈을 노린 일선 외교관의 도덕적 해이 등 3박자가 한데 어우러지면서 한국 외교의 위기를 불러왔다는 것이다.
김정기 전 상하이 총영사는 이명박 대통령 보은 인사의 대표 사례로 거론되는 인물이다. 대통령선거 전 당시 한나라당 필승대회 준비위원장으로 일했던 그는, 2008년 총선 공천에 탈락해 두 달 뒤 상하이 총영사로 임명됐다.
이런 낙하산 인사는 바로 총영사관 내 직원 간 갈등으로 이어졌다. 현지 소식통에 따르면 부총영사는 낙하산을 타고 내려온 총영사를 못마땅하게 여겼고, 여기에 정보기관 특유의 배타성이 더해지면서 사사건건 마찰을 빚었다고 한다. 소위 힘있는 부서에서 파견된 주재관과 기존 외교관의 갈등은 상하이 총영사관의 일만은 아니다. 형식상 현지 공관장의 지휘를 받아야 하지만, 각각의 업무 특성을 앞세워 보고체계를 무시하거나 기본적인 출퇴근 보고마저 재대로 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상하이 총영사관의 낙하산 인사, 조직원 간 갈등 속에 30대 중국 여인 덩신밍과의 부적절한 스캔들이 터졌다. 좁은 교민사회, 주재국의 24시간 감시 속에서 살아야 하는 공관원이 한 여인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고 정보 누출과 협박, 싸움까지 벌였다는 것은 총영사관의 업무기강이 땅에 떨어질대로 떨어졌음을 보여줬다.
한 외교 전문가는 “대선 캠프에 있었다는 정치적 이유로 전문성을 묵과한 채 내보낸 인사가 결국 일부 부처 주재관의 잘못된 관행과 공관원의 기강해이라는 숨어있던 문제에 불을 붙인 셈”이라며 “이런 사태의 재발 방지를 위해서라도 외교관 인사에 대한 원칙을 재점검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정호 기자/choijh@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