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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하이 스캔들> 한ㆍ중, 사건축소 사전 교감?
상하이 주재 한국 영사들과의 스캔들 및 정보유출 주인공인 중국 여성 덩신밍이 올해 1월 현지 공안당국으로부터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한ㆍ중 정부 사이에 이번 사건을 조기에 수습하기 위한 사전 교감이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법무부 소속 H 전 영사가 덩씨의 남편에게 지난 1월말 보낸 이메일에 따르면, 덩씨는 1월 무렵 중국 공안 당국으로부터 조사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시기는 H 전 영사가 덩씨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고 비자발급 편의를 제공한 혐으로 국내에서 조사를 받던 때다. 때문에 중국 정부가 덩씨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이 사건과 관련한 정보를 우리 정부와 교환했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한편 김정기 전 상하이 총영사는 9일 총리실 공직복무관실에 출석해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자신이 앞서 주장했던 ‘정보기관 음해설’은 자신의 말실수였다고 해명했다. 총리실 관계자는 “전체적으로 기존에 언론 등을 통해 밝혔던 입장을 고수했지만 정보기관 음해설 부분은 자신이 단순히 추정해서 말한 것이라고 해명했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덩씨가 확보한 여권 고위 인사들의 연락처 등 기밀관련 정보들이 김정기 전 상하이총영사를 통해 유출됐다는 정황도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다. 덩씨의 한국인 남편 J씨가 기밀유출 의혹을 제기하며 일부 언론에 공개한 사진자료에는 덩씨가 작년 6월1일 오후 7시쯤 상하이 힐튼호텔에서 김씨와 함께 찍은 사진파일과 함께 정부ㆍ여당 고위 인사들의 휴대전화 번호가 담긴 명함 크기의 자료를 찍은 사진파일도 같은 폴더안에 함께 들어있다. 특히 해당 사진 모두 동일한 카메라로 같은 날 밤 시차를 두고 일제히 찍힌 것으로 밝혀져 덩씨가 김씨와 함께 사진을 찍은 후 김씨로부터 연락처 자료를 건네받아 직접 촬영했을 것이라는 추측을 가능케한다. 이는 덩씨가 기밀 정보를 확보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우리 외교관들에게 접근했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덩씨의 실체와 함께 이들 정보의 최종 기착지가 어디인지도 주목되는 부분이다.

각종 의혹이 꼬리를 무는 가운데 정부는 빠르면 10일 중 합동조사단 구성을 마치고 내주 초쯤 상하이에서 현지조사를 진행할 예정이어서 이번 사건의 실체가 정확히 규명될지 주목된다. 합조단은 상하이 영사관에서 각종 정보사항이 유출된 구체적인 과정과 추가 유출자료 등에 대해 집중적으로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모든 의혹의 핵심 인물인 덩씨가 이번 사건이 불거진 후 상하이에서 종적을 감춘데다 이번 스캔들이 ‘스파이 사건’으로 확대될까 경계하고 있는 중국 정부가 우리측 합동조사단 조사에 협조해줄 가능성도 낮아 실체규명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만약 범죄 혐의가 중대하다고 판단되면 중국에 수사공조 등을 요청할 수도 있지만 현실적으로 덩신밍의 혐의를 밝혀내기 위한 압수수색 등이 어렵고 덩씨가 빼낸 정보를 어떻게 활용했는지 조사하는 일도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안현태 기자 @godmarx>pop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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