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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근로계약서? 없는게 관행" 법 없는 변호사들
“로펌에 고용돼 일하는 변호사들 가운데 월급이 얼마인지 알고 입사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근로계약서를 쓰지 않는 관행 탓이죠. 법을 다루는 사람들이 정작 법의 사각지대에서 처해있는 실정입니다.”

로펌을 두어군데 옮기며 일해온 경력 6년차 변호사 박모(37)씨. 이직할 때마다 자신의 연봉도 모른채 입사했다. 다른 변호사들처럼 근로계약서는 구경조차 못했기 때문. 1년동안 연차휴가 5일도 못쓴 채 일했지만 로펌의 일방적인 통보로 퇴사해야했다. 그만둘때 퇴직금을 요구했지만 안 주는 게 관행이라는 답만 돌아왔다.

▶법적 보호 못받는 노동자=로스쿨생 검사 우선 임용방침에 사법연수원생들과 변호사들이 집단 반발하면서 뒤숭숭한 서울 서초동 법조타운. 법률시장 개방도 코 앞에 다가온 가운데 변호사들은 업계가 이미 한계상황에 처했다는데 입을 모았다. 수임료와 수임건수가 줄어 사무실 임대료와 직원 월급을 대출해 지급했다는 얘기는 이제 흔한 사례. 젊은 변호사들일수록 부당해고, 퇴직금 체불 등 악화된 근로조건에도 시달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경력 10년차 변호사 김모(40)씨는 “아이러니하게도 변호사는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직종이다. 근로계약서를 쓰지 않는 관행탓에 임금과 연차휴가에 대한 정당한 요구는 못하는 반면 로펌은 변호사를 자르고 싶으면 아무때나 자른다. 하지만 이직을 고려해 문제제기도 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여성변호사 육아휴직은 ‘희망사항’=여자변호사들의 사정은 더 열악하다. 김 변호사는 “기업내 변호사들은 대부분 1년 계약직으로 입사하고 로펌은 근무기한이 아예 명시되지 않는다. 법적으로 보장된 연차 휴가도 제대로 못쓰는 분위기가 자연스레 조성된다. 여자변호사들의 육아휴직은 정말 쉽지 않다. 만약 임신이라도 한다치면 고용주로부터 업무효율성을 핑계삼아 퇴사를 노골적으로 요구받는다”고 말했다.

대형로펌들이 주도한 수임료 덤핑 경쟁도 변호사들을 더 극한 상황으로 내몰고 있다는 지적이다. 경력이 짧은 변호사들이 100만원대 사건을 수임하는 것은 다반사. 수임료를 깎지 않으면 가격경쟁력을 유지할 수 없어 ’박리다매’식 사건처리에 나서기도 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안정성이 보장된 정부기관이나 국선변호인 지원율은 매년 고공곡선이다. 생활고에 시달리던 변호사들이 행정고시와 외무고시 등을 별도로 봐 공무원으로 전직하는 사례도 빈번해졌다. 과거 행시와 사시 양과를 모두 합격할 경우 당연히 법조인을 선택했으나 이제 상황이 역전돼 판검사로 임용되지 않으면 행시와 외시 등을 다시 봐 안정적인 공무원의 길로 간다는 것.

▶서울-지방 로펌 차별…‘배경’없으면 찬밥될 수도=내년 변호사시장에 신규유입될 로스쿨생들의 진로도 불투명하다. 로펌업계에서 서울 소재대학과 지방대간 학교차별은 공공연하게 이뤄지는 실정. 최근 서울 일대 로펌에서 이뤄진 실무수습에 참여할 기회를 얻은 로스쿨생의 70~80%은 서울소재 학생들로 알려졌다.

중소형 로펌 관계자는 “대형로펌은 명문대생 위주로 선발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라면서 “로스쿨생 내부에서도 유력층 자제가 선발되기 쉬운 법무부 안에 대해 거부감이 많고, 이로 인해 위화감이 조성되는 등 심리적인 동요가 심하다”고 전했다.

권도경 기자/k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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