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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포럼> 경칩이 슬픈 ‘북방산개구리’-
김춘래 농협안성교육원 교수

경칩이 다가온다. 경칩은 ‘계칩(啓蟄)’이라고도 하는데 이는 풀과 나무에 물이 오르고, 겨울잠을 자던 동물, 벌레들도 잠에서 깨어나 꿈틀거리기 시작한다는 뜻에서 이러한 이름이 붙었다. 경칩에는 개구리 알을 먹으면 몸에 좋다고 해서 이날 개구리 알을 먹기도 하고, 지방에 따라선 도룡뇽 알을 건져 먹기도 했다. 단풍나무나 고로쇠나무에서 나오는 즙을 마시면 위장병에 효과가 있다고 해서 수액을 약으로 먹기도 한다. 

또한 흙일을 하면 탈이 없다고 해서 이날 담벽을 바르거나 담장을 쌓는다. 경칩날에 보리 싹의 생육상태를 보아 그해 농사의 풍흉을 점치기도 한다. 그리고 옛날에는 경칩날 젊은 남녀들이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는 징표로써 은행씨앗을 선물로 주고받으며, 은밀히 은행을 나누어 먹는 풍습도 있었다 한다.

이렇게 경칩은 많은 속설과 행사가 있지만 경칩하면 무엇보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북방산개구리’이다. 북방산개구리는 몸길이 5.0~8.5㎝로 산간 계곡, 습지 등에 서식한다. 우리나라 양서류 22종 가운데 가장 산란이 이르기 때문에 경칩 무렵에 활동이 시작된다.

이러한 북방산개구리가 요즘 점차 사라지고 있다. 그 이유로는 첫째, 기후변화를 들 수 있다. 북방산개구리는 얼음이 녹으면 바로 산란을 시작하지만 최근 기후변화로 산란시기가 변하고, 산란 후 날씨가 갑자기 추워져 동사(凍死)하는 사례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둘째, 지금은 보호종으로 포획이 금지되어 있지만 과거 식용으로 이용돼 개체수가 크게 감소했다. 감기 등 몸에 좋다고 하여 무분별하게 포획을 행해 왔었다. 북방산개구리는 다른 종과는 달리 물속에서 동면을 하기 때문에 쉽게 사람의 표적이 되어 왔다. 특히 경칩을 전후 해 계곡에서 내려오는 개구리들은 그물을 설치하여 손쉬운 포획대상이 되었다.

셋째, 산란지 감소를 수 있다. 북방산개구리는 이른 봄 습지나 못자리를 위해 일찍 물을 가둔 논에 알을 낳는다. 그러나 관개시설이 개발되면서 습지가 있던 들판은 논경지로 대부분 바뀌어 개구리가 안전하게 산란할 장소가 급격히 줄어들었다.

끝으로, 가장 큰 원인으로 제초제 등 농약으로 인한 피해를 들 수 있다. 올챙이가 성장할 무렵 제초제나 농약의 대량 살포로 전멸을 당하곤 한다. 살충제의 살포는 개구리의 먹이인 곤충까지 전멸시켜 버린다. 이밖에 정화 처리 않는 축산단지, 농공단지로 인한 하천 오염 등도 북방산개구리의 서식지를 끊임없이 위협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요즘은 봄이 되도 우리 농촌에서는 새 울음소리 드물고 개구리까지 침묵한다. 이른바 ‘침묵의 봄’이 오고 있는 것이다. 농약으로 중독되거나 먹이를 잃은 개구리와 새들이 점차 사라지고 만 것이다.

자연은 우리 세대만 사용하고 마는 것이 아니다. 또한 한번 파괴되면 되돌리기 어렵다. 따라서 봄을 알리는 아름다운 개구리 향연을 우리 후손에게 계속해서 들려주기 위해서는 자연보호가 필수이다. 우리 모두가 참여하는 환경보호로 경칩에 힘차게 뛰어 나오는 북방산개구리의 모습을 어디서든 쉽게 볼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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