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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컨템포러리아트의 세가지 키워드는?
1960년대는 전통적인 미술의 개념을 거부하고, 혁신적 매체와 주제를 통해 전복적인 미술을 선보였던 컨템포러리 아트(contemporary art)가 본격적으로 발아한 시기다. ‘시대와 함께하는 미술’이란 뜻에서 ‘동시대 미술’로 불리는 이 60년대 이후 미술을 세 가지 키워드로 들여다본 전시가 서울 청담동 PKM 트리니티갤러리(대표 박경미)에서 24일 개막됐다.

‘텍스트/비디오/여성-60년대 이후의 미술’전이라는 타이틀이 붙은 이번 전시는 1960년대를 기점으로 현대미술에서 새롭게 등장하기 시작한 매체와 표현방식을 ‘텍스트’ ‘비디오’ ‘여성’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해부했다. 전시에는 국내에는 작품이 처음 소개되는 리처드 프린스를 비롯해 에드 루샤, 루이스 부르주아, 브루스 나우만, 온 가와라, 백남준, 트레이시 에민, 폴 매카시, 댄 그레이엄, 로런스 와이너, 마틴 크리드 등 세계적으로 명성이 높은 11명의 주요 작품이 나왔다.

1960년대 이후 현대미술의 새로운 물줄기를 ‘팝아트’와 ‘미니멀아트’로 구획 짓는다면, 이 두 개의 미술사조 저변에는 ‘개념미술’이라는 공통의 지류가 흐르고 있다. 양쪽 모두 예술의 의미 자체를 새롭게 제시하는 움직임으로서 미술의 ‘개념성’ 추구에 대한 예술가들의 고민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미술의 개념성 추구는 미술의 표현 매체와 방식에 있어 과거엔 잘 다뤄지지 않았던 요소를 새롭게 차용하면서 풍성한 발전을 구가하기 시작했다. 그 새로운 요소 중 작품 표현의 수단으로서 언어(텍스트)의 차용, 새로운 기술적 매체인 비디오를 활용한 실험을 들 수 있다. 아울러 여성 미술가들의 본격적 등장 또한 동시대 미술을 이해하는 중요한 키워드다. 이들 요소는 반세기가 지난 오늘도 끊임없이 혁신성을 추구하는 동시대 미술의 핵심 근간이 되고 있다.

따라서 이번 전시는 동시대 미술을 ‘사조의 관점’에서 접근한 전시다. 그 전위성을 위해 작가들이 차용했던 대상과 주체에 주목하는 관점에서 기획된 것. 전시는 세 파트로 짜여졌다.

먼저 ‘텍스트’는 현대미술에 있어 매우 중요한 요소다. 표현의 핵심인 것. 리처드 프린스, 브루스 나우만, 로런스 와이너 등 이 섹션에 포함된 작가들은 문자나 문장을 활용하는 것이 공통점이다. 그러나 텍스트를 이해하는 방식은 전혀 다르다.

미국 작가인 에드 루샤의 그림 속에는 ‘WORD’나‘Without’ ‘Thoughts’ 같은 여러 단어가 등장하지만 그 뜻은 별반 중요치 않다. 루샤는 뜻은 개의치 않은 채 글자 모양으로 그림을 그렸기 때문이다.

반면에 일본의 괴짜 작가 온 가와라에게 텍스트는 시공을 초월해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매체다. 가와라가 1966년부터 매일같이 캔버스에 그날의 날짜를 그리고 뒷면에 해당 날짜의 신문을 오려붙이는 방법으로 작업해온 ‘날짜 그림’ 연작 중 1992년 6월 24일자 작품이 전시에 출품됐다.

60년대 이후 현대미술에서는 회화, 조각, 판화 같은 전통매체 외에 ‘비디오’라는 새로운 표현매체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백남준에 의해 물꼬가 트인, 비디오를 차용한 컨템포러리 아트는 이제 전 지구적으로 활발히 시도되고 있다.

전시에는 디즈니 만화나 인기 TV 프로그램 속 낯익은 주인공을 엉뚱하거나 괴기스럽게 표현하는 퍼포먼스를 담은 폴 매카시의 비디오 작업이 나왔다. 유리와 거울로 된 건물을 설치한 뒤 이 건물을 바라보는 관객의 모습을 살핀 댄 그레이엄의 영상작업도 볼 수 있다.

한편 컨템포러리 아트에선 여성 작가의 부상이 꽤 큰 이슈로 등장했다. 모더니즘 시기까지만 해도 남성 작가의 뒤에 가려 목소리를 거의 내지 못했던 여성 작가들이 본격적으로 미술 무대에 등장하기 시작한 시점은 1960년대 이후. 지난해 작고한 프랑스 출신의 미국 작가 루이스 부르주아의 작업은 단연 괄목할 만하다. 부르주아의 입체작품과, 영국 현대미술의 선두주자로 ‘yBa’(young British artists)를 대표하는 작가인 트레이시 에민의 작품이 출품됐다. 3월 23일까지. (02)515-9496

이영란 기자/yr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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