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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이치증권 ‘옵션테러’ 막전막후
옵션만기일인 2010년 11월11일 ‘빼빼로 데이’를 기념이라도 하듯 코스피는 쭉쭉 뻗어나갔다. 장중 한때지만,1976.46포인트까지 오르며 연중 최고치를 경신하기도 했다. 이 때까지만 해도 연중 최고치 마감에 대한 기대가 부풀었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도 않아 2시30분 이상기류가 감지되기 시작했다. 여의도 증권가에는 메신저를 타고 수상한 움직임을 알리는 급보가 돌기 시작했다. “외국인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는 소문이 확산되면서 지수는 조금씩 밀리기 시작했다.

동시 호가가 시작된 오후 2시50분. 코스피는 정확히 1963.03포인트를 향하고 있었다. 매물은 이때부터 쏟아지기 시작했다. ‘별 일이야 있겠느냐’는 예상을 깨고 장 마감 시간인 3시까지 단 10분 동안 2조4000억원의 매물 폭탄이 떨어졌다. 이 매물 가운데 2조3000억원이 도이치증권 창구에서 나왔다.

10분동안 쏟아지는 매물을 당할 재간이 없었다. 코스피는 순식간에 48포인트 급락했다. 결국 1914.73으로 마감했다. 그러는 동안 동시호가 전 2800억원 순매수했던 외국인은 1조3099억원 순매도로 급반전했다.

이 처럼 한국 주식시장을 한 방에 날린 10분간의 11.11 옵션테러사건의 막전막후가 23일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이하 증선위)에서 밝혀졌다.

금융위에 따르면 이번 사건은 사전에 면밀하게 준비됐다. 도이치뱅크 홍콩지점과 뉴욕 도이치증권, 한국 도이치증권 담당자는 서로 연락을 주고 받아 11월 옵션만기일을 D-데이로 정하고 보유한 주식을 대량 매도하기로 했다. 대신 주가가 하락하면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옵션거래 계획을 사전에 세웠다.

영국 국적의 도이치뱅크 홍콩지점 지수차익거래 운용팀 팀장 겸 상무와 프랑스 국적의 이사, 호주 국적의 거래 및 리스크 담당 헤드가 주도적으로 이 계획을 세웠고, 뉴욕 도이치증권에 보고했다. 뉴욕 도이치증권은 이를 승인했고 가담했다. 한국도이치증권 파생상품 담당 상무도 협조했다.

홍콩지점 지수차익거래팀은 작년 차익거래를 통해 삼성전자 등 코스피200 구성종목을 대량 매수해 놓은 상태였다.

매도 주문 창구 역할은 한국 도이치증권이 했다. 한국 도이치증권은 삼성전자 등 코스피200 구성종목 199개 주식 전량(2조4424억원)을 옵션만기일 장마감 동시호가에 직전가 대비 4.5~10% 낮은 가격으로 총 7회에 걸쳐 분할 매도했다.

한꺼번에 물량을 내놓으면 코스피200 하락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판단한 홍콩지점 지수차익거래팀은 주가가 하락하면 이득을 얻을 수 있는 콜 옵션 매도, 풋옵션 매수 조합을 동시에 취해 448억7873만원의 부당이익을 취했다. 한국 도이치증권 파생상품 담당 상무는 사전에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홍콩지점과 별도로, 한국 도이치증권 법인의 고유 계정을 통해 풋옵션을 매수해 이익을 또 챙겼다.

증선위는 명백한 현·선물 연계 시세조종으로 판단, 관련자 검찰고발 및 한국 도이치증권 일부 영업정지 6개월이라는 징계를 내렸다.

헤럴드생생뉴스/onlinenew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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