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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외국계 자본에 휘둘리고…조세회피‘먹튀’못 막고…......대한민국 금융주권은 없다?
CLN 관련 손실금 소송 “리먼본사-서울지점 별개” 법원, 투자 책임 없다 판결 투자책임 없고 권리만 주장 형평성 훼손·투자위축 우려
영업활동에 대한 권리만 누리고 그에 따른 의무는 피해가는 외국계 금융기관의 영업행태가 잇따라 도마에 오르고 있다. 국내 금융기관과의 과세형평성 문제와 함께, 국내 자본의 외국계 금융기관 관련 투자도 위축시켜 금융산업 발전을 저해할 가능성만 더욱 커지는 모습이다.
지난 11일 서울남부지법은 한국증권이 리먼브라더스서울지점을 상대로 ‘신용연계채권(CLN) 관련 손실금 3527억원을 돌려달라’며 낸 소송에 대해 사실상 패소인 기각을 판결했다.
한국증권은 CLN 발행주체는 리먼 본사지만 이와 관련된 실질적 행위를 주도한 것은 서울지점인 만큼 한국내 재산으로 손실을 배상해야 한다며 소송을 냈다. 하지만 법원은 발행주체인 리먼 본사와 실무를 담당한 서울지점은 별개로, 서울지점이 이에 대한 책임을 질 필요가 없다고 판결했다. 2심과 3심에서 판결이 뒤짚어지지 않을 경우 한국증권과 신한금융투자, 아이투신 등 리먼 CLN 관련 국내투자자들은 손실액을 한푼도 돌려받지 못하게 된다.
한국증권 CLN 투자에 정통한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사실상 미국식 기준인 글로벌 스탠더드와 대한민국의 금융주권이 충돌한 것이다. 정부는 글로벌 스탠더드보다 금융주권을 지키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지만, 법원은 법리에 따라 글로벌 스탠더드에 무게를 둔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이 같은 판결은 국내에서 막대한 투자이익을 거두고도 세금 문제엔 극도로 방어적인 론스타를 떠올리게 한다. 2004년 스타타워 매각과 2007년 외환은행 지분매각 블록딜 과정에서 발생한 차익에 대해 론스타는 해외계열사를 통한 투자결과인 만큼 조세협약에 의해 한국 정부에 세금을 낼 필요가 없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국세청은 론스타가 실질적인 국내 고정사업장을 통해 이익을 낸 만큼 스타타워 매각이익에 대해 과세했고 조세심판원도 국세청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론스타는 이에 불복, 항소했고 최근 고법에서 승리했다.
대법원 확정판결이 남았지만, 론스타가 하나은행에 외환은행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세금관련 문제도 ‘뜨거운 감자’될 건 분명하다.
론스타는 2004년 스타타워 매각으로 1000억원, 2007년 외환은행 지분 일부 매각으로 2000억원의 세금을 추징당했다. 최근 진행 중인 외환은행 경영권 매각으로 약 4700억원의 세금을 추징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0월 골드먼삭스는 국세청 세무조사 결과 668억원의 세금을 추징받고 곧바로 납부했다. 하지만 그건 법인세다. 외환위기 이후 국내에서 거둔 ‘조(兆)단위’ 이익에 대해선 세금을 거의 내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규모가 미미하다.
골드먼삭스는 대표적 성과물인 진로관련 투자이익에 대해 “서울지점은 수수료만 받았을 뿐 대부분의 국내투자는 홍콩의 아시아태평양 본사와 아일랜드 등에 설립된 펀드가 주도했다”며 세금을 피해왔다.
그나마 골드먼삭스는 법인세라도 냈지만, 이 조차도 피하는 경우도 있다. 피델리티는 2008년부터 3년간 국내에서 펀드판매 등으로 벌어들인 이익 175억원을 가져가면서 2억원도 안 되는 세금만 냈다. 보통주를 우선주로 바꾸고, 대주주를 글로벌 본사에서 아시아본사로 바꾸면서 직접배당이 아닌 의제배당 형태로 이익을 회수했다.
▶본지 2010년 9월 28일 ‘피델리티의 기막힌 세테크’ 참조
이와 함께 외국계 금융기관에 대한 처벌의 실효성도 논란이다.
지난 11월 ‘옵션쇼크’ 장본인으로 지목된 도이치증권에 대해 금융당국이나 법원이 도이치증권 한국법인에 대해서는 영업정지나 과징금 등의 처벌을 할 수 있지만, 해외본사나 해외투자자에 대해서는 사실상 처벌이 어렵다.
거래를 주도한 외국계 금융사 본사에 대한 수사 없이 혐의 전체를 입증하기도 쉽지 않다.
실제 법원은 2005년 주가조작 혐의로 기소된 영국계 펀드회사 헤르메스에 대해 무죄를 판결했다. 금감원은 오는 23일 증권선물위원회에 도이치뱅크와 도이치증권 서울지점에 대한 제재안을 상정한다.
홍길용 기자/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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