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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꿈 꾸는 ‘달인’의 6일
서른일곱의 달인 김병만은 아직도 꿈을 꾼다.

김병만의 삶을 풀어내면 카니발의 ‘거위의 꿈’이라는 한 곡의 노래가 들려온다. ‘꿈’은 10대들의 전유물도, 방황하는 20대 청춘의 상징만도 아니다. 30대 중반을 넘어선 김병만에게도 늘 ‘꿈’이 함께 한다.

7전 8기 끝에 개그맨 공채에 합격한 후로 코미디 외길 인생을 걸어온 김병만의 이야기가 12일 KBS2 ‘세 번의 만남’을 통해 펼쳐졌다.

지금의 김병만이 있기까지 긴 무명의 이야기와 험난한 인생여정은 최근 KBS2 ‘승승장구’를 통해 알려졌다. 그리고 달인이 된 김병만의 현재의 이야기는 ‘세 번의 만남’을 통해 엿볼 수 있었다. 그의 이야기 곳곳에는 ‘꿈’이라는 흔하디 흔한 단어가 숨어있었다.

‘달인’의 하루를 만나기 위해 시청자들은 6일을 기다린다. 그 6일간 달인은 ‘달인’으로 서기 위해 수련의 시간을 갖는다. 그리고 단 ’6분의 무대’ 위에서 완벽한 달인으로 선다. 반짝이는 눈으로 김병만은 말한다. 자신은 ‘땀 흘리는 개그맨’이라고.

그는 왜 이렇게까지 ‘땀’을 흘리는 개그맨의 길을 걷는 것일까. ‘개그콘서트’에 오른지 10년, ‘달인’이라는 코너를 만든지 3년 6개월. ‘달인’을 통해 몸을 혹사시키고 위험을 무릅쓴다. 단 6분의 무대를 위해 6일을 투자해 ‘달인’에 버금가는 수련을 한다.

김병만은 이 ‘6분을 위한 노력’은 “그 만큼 박수를 받고 응원해주시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팬들의 응원은 김병만의 삶의 원동력이 됐다. 그로 인해 늘 새로운 것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은 말할 것도 없다. 이미 그가 걸어왔던 길은 ‘버려지고 찢겨 남루한’ 꿈의 가시밭길이었음을 너무도 잘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보물과 같이 간직했던’ 그 꿈은 이제야 빛을 발하고 있는 것이다. 상으로 보답받기도 했다. 2010년 연예대상 최우수상, 이제서야 지친 등을 토닥여준 긴 기다림과 노력의 결실이었다. 

김병만은 스스로 “꿈이 있어 쉬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았다. 최고의 자리에 갈 때까지 달려야 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일을 보며 달리다 보니 쉬지 않게 된다”면서 지금의 노력의 이유를 말한다.

‘꿈’을 코드로 한 드라마나 영화의 주인공은 죄다 미래가 활짝 열린 10대의 소년소녀들이거나 방황하는 20대 청춘들이다. 드라마 ‘드림하이(KBS2)’는 상처입고 방황하고 부딪혀야 하는 어린 소년소녀들의 꿋꿋한 성장스토리가 ‘꿈’이라는 큰 틀 안에서 그려진다. 영화 ‘소라닌’은 불안한 미래에 꿈도 목적도 잊은 20대 청춘들이 겨우겨우 뚜렷한 한 장의 그림을 그려나가는 모습들이 그려진다. 그들의 그림은 따사롭고 예쁘다. ’보장된 미래’는 없지만 더 많은 ’기회의 미래’가 그려질 것이 분명한 꿈의 이야기들은 순수하고 아련하다.
아무리 지나온 시간이었더라도 ‘승승장구’를 통해 알게 된 김병만의 과거는 드라마나 영화에서 보여주는 청춘들의 것과 달리 어두웠다. 집안 형편은 어려웠고, 대학은 6번 낙방했다. 개그맨 시험도 8번의 도전 끝에 붙은 것이었다. 그 사이 사이의 과정에 힘든 일은 셀 수없이 많았다. 길고도 짧은 그 시간은 상승과 하강이 어우러진 롤러코스터가 아닌 서서히 벼랑 끝을 향해가는 낙하의 일종이었다. 

한 시청자는 당시 김병만의 방송을 본 뒤 “아무리 안 풀려도 그 긴 시간동안 저렇게까지 안풀릴 수가 있을까. 20년동안 힘들게 살 거라면 이제 자리를 잡고 정상에 선 현재와 조금 나눠서 힘이 든 게 낫지 않을까”라며 원초적인 소감을 드러냈을 정도다.

흔히들 겪어나가는 과정보다 조금 더 힘들었을지 모를 시간들에 그를 버티게 한 원동력은 꿈이었다. 이제 개그맨 김병만이 바라는 또다른 꿈과 함께 그는 앞으로의 생을 간다. 그 잊지 못할 시간들을 기억하며 아무리 ‘무거운 세상의 벽이라도 넘고서 그의 삶의 끝’엔 늘 ‘웃을 그날이 함께 하리라’는 기분이다. 달인의 삶엔 늘 ‘꿈’이 있으니 말이다.

<고승희 기자 @seungheez>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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