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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짝패’...민초들의 삶을 보는 즐거움
우리는 오랜 시간 그러한 삶을 꿈꿨다. 조금 힘들고 부대껴도, 웃전들이 때때로 아니꼬아도 한판 신나게 놀다 갈 수 있는 삶 말이다. 판소리 다섯마당은 ’커다란 원’이라는 세상 안에서 부조리한 양반들을 농락하다 이내 그들과 상관없이 우리의 ’흥’을 만난다. 승부와는 관계없는 이러한 민초들의 삶, 그리운 것이 분명하다.

MBC ‘짝패(극본 김운경, 연출 임태우 김근홍)’는 이 같은 드라마다. ’민중사극’이라는 타이틀을 걸고 들어왔다. ‘궁궐 중심의 드라마에서 탈피해 가난하지만 선량했던 노비와 거지, 갖바치, 백정, 왈자패의 삶과 사랑을 보여준다’고 제작진은 호언했다. ‘천민’이라 통칭되던 이들의 이야기, 현대극으로 치자면 사회지도층 김주원과 대비되는 길라임(‘시크릿가든’)이고, 구용식과 대비되는 황태희(‘역전의 여왕’)의 이야기다.

다르긴 했다. ‘대장금’에서 ’동이’로 이어진 사극의 흐름에는 ’그 시대’에서의 신분상승에 대한 욕구를 반영했다. 대리만족을 위한 것이었다. 구중궁궐을 배경으로 한 사극들엔 암투가 그려졌고, 영악한 여인들과 노련한 벼슬아치들의 지리한 힘겨루기가 담겼다. 이와는 다른 것이 ‘짝패’였다.

7일 첫 방송된 ‘짝패’, 뒤바뀐 운명을 그리는 것으로 포문을 열었다. 진사댁에서 태어난 아이와 거지 움막에서 태어난 아이였다. 한 날 한 시 태어난 ‘양반과 거지’의 뒤바뀐 삶, 이제 그들은 예상치 못했던 ‘운명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된다. 늘 격정적인 민초들의 삶 안으로다.

’양반과 거지’의 극적인 대비는 리얼하고 우스꽝스럽게 그려졌다. 초상을 치른 김진사댁(최종환) 앞에 선 거지패는 때 아닌 ‘누드쇼’를 감행한다. 양반네들을 향한 희롱은 거침없었다. “문상을 치르러 온 사람에게 몽둥이질이라니...이왕 맞는 거 홀딱 벗고 맞아드리자”는 것이었다. 이러한 상황에 전통적인 마당놀이에서의 아둔한 양반들은 기겁하며 꼬리를 내린다. 김진사라고 별 수 없었다. ’교활한 힘겨루기’가 아닌 해학이 넘실대는 희롱으로 인한 전세 역전은 유쾌한 흥분을 가져다준다.


’민초들의 삶’을 보는 즐거움이었다. 시청자들은 이내 그들과 뒤섞여 한판 놀이의 주인공이 되듯 열린 공간으로 스며든다. 이 드라마가 보여주는 큰 줄기는 뒤바뀐 운명이 중심이 돼 얽혀버리게 되는 스토리가 기저에 있겠지만 그 주변부로 펼쳐진 다양한 인물군을 통해서는 전통 민중 사극의 묘미를 제대로 만끽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풍자와 해학은 조미료처럼 가미되기에 보기에도 불편하지 않다.

그들에게서 일찍이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왕의 남자’의 마지막 장면의 그 대사 “나 여기 있고 너 거기 있다”며 외줄을 훌쩍 뛰어 하늘 위로 날아오르는 공길과 장생을 떠올렸다면 이 드라마의 숨은 재미를 만끽할 준비는 시작된 것이다.

첫 방송된 ‘짝패’는 이러한 이야기로 눈길 끄는 ‘아이돌’ 스타 한 명 없이 10.2%(AGB닐슨미디어리서치)의 전국 시청률을 기록했다.

<고승희 기자 @seungheez>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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