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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카이로의 봄 오나’ 술레이만 부통령 체제 전환
이집트 민주화 시위가 2주째로 접어드는 가운데 시위규모가 줄어들고 정부가 야당과 협상에 나서는 등 카이로에 ‘봄기운’이 돌고 있다. 특히 이번 사태가 무바라크 대통령의 ‘질서 있는 퇴장’ 또는 ‘점진적 권력 이양’ 쪽으로 가닥이 잡히면서 오마르 술레이만 부통령(75)이 차기 대권을 좌우할 ‘키맨’(Key man)으로 전면에 부각되는 분위기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지난 5일 술레이만 부통령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공식 표명했다. 무바라크의 최측근인 술레이만이 향후 정치개혁을 이끌 인물로 걸맞지 않다는 지적도 있지만 미국을 비롯한 서방은 그가 주도하는 점진적 권력 이양이 힘을 실어주는 분위기다.

무바라크는 지난달 29일 30년간 공석이었던 부통령직에 술레이만을 임명했다. 술레이만 카드를 통해 반정부 시위 격화를 막고 안정적인 퇴진을 보장받겠다는 계산이었다. 술레이만 부통령은 1967년과 1973년 두 차례에 걸쳐 이스라엘과의 전쟁에 참전한 경력을 지니고 있으며 1993년부터는 정보국장을 역임하며 막후에서 막강한 실력을 행사해 왔다. 특히 그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갈등 중재 등 중동 외교정책 전반에서 무바라크의 충실한 조언자 역할을 하는 동시에 미국의 이해를 잘 반영해 온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위키리크스가 폭로한 미 국무부 외교전문에서도 술레이만은 양국 관계의 핵심으로 여러 번 언급됐던 것으로 밝혀졌다. 마거릿 스코비 현 이집트 주재 미국 대사는 전문에서 술레이만을 “무바라크의 무한 신뢰를 받는 인물”이라 칭하고 “매우 샤프하고 분석적 성향을 가진 실용주의자”로 극찬했다. 

2006년에 작성된 외교전문에는 술레이만이 중동 평화유지에 필요한 “가장 성공적인 요소”로 묘사되기도 했다. 또 술레이만은 이란이 이집트 극단주의자들을 지원해 평화를 방해하고 있다며 “그들이 무슬림 형제단을 지원한다면 우리의 적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던 사실도 외교전문을 통해 드러났다.

현재 술레이만은 무바라크 대통령의 현직 유지를 지지하면서 차기 대권 출마설을 부인하고 있다. 6일 미국 ABC 방송의 ‘디스 위크’(This Week) 인터뷰에서 그는 “무바라크 대통령이 지금 물러나겠다고 한다면 누가 국정을 인계 받겠는가”라고 지적하고 대선 출마 가능성에 대해서는 “이집트 헌법이 나의 대통령 취임을 용납하지 않는다”고 거부했다. 

기존 헌법이 대선 후보자가 되려면 주요 정당의 간부직을 최소 1년 이상 해야 한다고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정부와 야권이 협상중인 개헌안에 대선 출마 자격 제한 등이 포괄적으로 포함될 것으로 보여 그의 대선 출마 가능성이 열릴 가능성은 남아 있다.

특히 무바라크 대통령의 차남인 가말 무바라크(47)가 5일 정책위 의장직에서 물러남에 따라 술레이만으로의 권력이양 가능성이 더욱 높게 점쳐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2007년 작성된 미 외교전문에는 술레이만이 무바라크의 부인인 수잔 무바라크의 반대로 10여 년 전 부통령직에 오르지 못해 개인적으로 상심이 컸으며 가말의 권력세습을 극렬히 반대했던 것으로 기록됐다. 뉴욕타임스(NYT)는 “전직 군 장교 출신인 술레이만 부통령이 군이 지지하는 정권 이양을 주도하고 있으며, 그는 이미 무바라크의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고 정치 분석가들의 말을 인용해 전했다.

유지현 기자/prodig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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