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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설 민심 따라 국회 열고 성숙한 정치를
길게는 9일, 짧게라도 5일이나 되는 설 연휴였다. 서민들의 살림살이는 여전히 팍팍하지만 그래도 설날의 귀성 인파가 길마다 가득했다. 혹한의 날씨도 때맞춰 풀려줌으로써 명절 쇠기에 큰 부조가 됐다. 이번 설에도 정치인들은 어김없이 민심을 파악하고 수렴한다면서 고향과 서민생활 현장을 다투어 찾았다. 물론 나름대로는 깨닫고 다짐한 바가 적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지만 의례적이거나 자기 과시 또는 표 관리를 위한 나들이를 하면서 ‘민심’ 운운한 경우도 적지 않았을 듯하다.

국민 생활은 언제나 공개돼 있고, 민심은 늘 표출돼 있어서 평소에도 관심만 가지면 누구나 깨달을 수 있다. 정치인들이 전한다는 ‘설 민심’은 자신의 생각이기 십상이다. 애먼 ‘민심’을 핑계 삼아 정쟁을 확대재생산하는 것이다. 특히 4·27 재보선의 판이 커질 예상이라 ‘설 민심’을 내세운 정치공방은 더 치열해질 개연성이 크다. 그래서 정치 쪽 입이 걱정스럽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6일 원내대표 회동을 통해 임시국회를 14일부터 열고, 이명박 대통령과 손학규 민주당 대표 간 영수회담이 주내에 열릴 수 있도록 노력한다는 데 합의했다. 하지만 정작 손 대표와 청와대가 어깃장을 놓고 있어 성사까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비싼 세비 받으며 놀고먹는 국회가 어렵사리 열린다 해도 전망은 썩 밝지 않다.

정치 및 입법 현안으로 부각돼 있는 것들, 이를테면 개헌, 무상급식, 과학벨트 입지 선정 등은 폭발성을 지닌 난제들이다. 물가급등, 전세대란도 민감한 문제이긴 마찬가지다. 한·미 FTA 비준이나 미디어렙 도입도 결코 쉽게 결론 내릴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정말로 진지하게 민심을 들었다면 국회 구성원 모두가 한마음으로 파행 없는 임시국회를 이끌어야 할 것이다.

이미 쟁점화한 사안들을 덮고 넘어가라는 말이 아니다. 국회는 어떤 문제든 제기받아 심의하고 결론을 도출해내는 의사결정의 장이다. 그리고 대결을 토론으로, 투쟁을 대화로 바꿨다는 데 대의민주정치의 의의가 있다. 우리 국회도 이제는 의회정치의 원론에 충실해질 때가 됐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것이다. 정치현안과 입법과제들을 완급을 가려, 또 민주적 의사결정 방식에 따라 풀어나가는 성숙된 모습을 보여주기를 국회와 정당들에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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