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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집트 군부 정권 잡나…군부 움직임에 촉각
30일 이집트에서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의 완전퇴진을 요구하는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6일째 이어지는 가운데 시민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 군부의 움직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군부가 어느 편에 설 것인가에 따라 이번 사태의 향배가 결정되는 상황에서 이날 영국의 한 언론이 마르 술레이만 부통령과 모하메드 탄타위 국방장관이 무바라크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했다고 보도해 향후 군부가 정권을 잡는 것으로 이집트 시위가 귀결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는 상황이다.

▶도심 장악한 시위대=이날 카이로 타흐리르 광장에는 날이 밝으면서 시민들이 모여들기 시작해 오후 들어 규모가 1만여 명으로 불어났다. 이들은 ‘무바라크, 술레이만은 미국의 대리인’ 또는 ‘무바라크, 비행기가 기다리고 있다’는 등의 구호를 외쳐대며 무바라크 대통령의 완전 퇴진 등을 요구했다. 일요일인 이날은 일주일이 시작되는 날로 정상 근무일이지만 은행과 증시 등은 모두 문을 닫았다. 시위대는 31일 대통령 집무실까지 가두행진을 벌이기로 해 유혈충돌이 우려된다.

일부 폭도들은 경찰이 철수한 공백을 틈타 상가를 부수고 물건과 식료품 등을 약탈하는 등 혼란이 빚어졌다. 군 당국은 지금까지 카이로에서 450명, 수에즈에서 63명 등의 약탈자들을 체포한 것으로 집계됐다. 또 카이로 인근 파윰과 와디 나트런 등지의 교도소에서 수감자 수천여 명이 탈옥하는 과정에서 수십여 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지금까지 최소 100여 명이 숨진 것으로 전해진 가운데 아랍권 위성방송 알-자지라는 사망자가 150명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시민들 군인 지지=이날 경찰 대신 치안을 담당하는 군인과 시위대 사이에 별다른 충돌은 없었다. 부패 집단으로 인식되는 경찰과 달리 이집트군은 청렴한 엘리트 계층으로 시민들에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하비브 알-아들리 이집트 내무부 장관은 경찰병력을 수도 카이로 및 주요 도시에 재투입, 군부와 협력하도록 명령했다. 그러나 일부 지역에선 시민들이 “군대가 우리를 보호하며 경찰 침입자가 들어오지 못하도록 막을 것”이라며 경찰에 야유를 보내기도 했다.

이집트의 수도 카이로의 타흐리르 광장엔 군부의 탱크가 줄지어 서 있고 헬리콥터가 일대에 출몰하며 경찰 대신 치안을 유지하고 있다. 29일 오후 4시경 전투기 2대가 경보음을 울리며 위로 저공 비행을 하자 시위대에선 박수가 터져 나왔다. 그러나 일부 시민들은 군부가 완전히 시민 편이란 사실을 신뢰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가말 아메드(40)란 시민은 “이는 테러리즘”이라면서 “군대가 비행기와 탱크를 이용해 시위대를 쫓아내려고 한다”고 비난했다.

▶이집트 軍ㆍ부통령도 무바라크 퇴진 요구=한편 이날 선데이타임스는 이집트 정부 소식통을 인용, 부통령과 국방장관이 현 상황을 진정시키려면 권력이양이 불가피하다는 뜻을 밝혔다고 전했다. 이들은 무바라크 대통령에게 퇴진을 요구했으며 ‘점잖게’ 물러날 방법을 마련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은 “탄타위 장관은 슐레이만 부통령보다 인기가 높고 무바라크의 잠재적 후계자로 거론되고 있다”고 말해 군부의 정권 장악 가능성을 높게 전망했다.

슈피겔은 사미 아난 군참모총장과 탄타위 국방장관이 지난주 초 미국을 방문한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면서 이집트 군부가 미국 국방부와 다음 조치를 협의할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보도했다. 이집트 상황이 미얀마, 터키, 이란 등 3개 모델 중 하나의 시나리오로 귀결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터키 모델은 이슬람의 정치화를 경제ㆍ외교적 차원에서 성공시킨 유일한 사례로 이집트가 이를 따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하고 있다.

유지현 기자/prodig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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