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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盧의 남자’를 친 ‘盧의 남자’...이광재-박시환의 인연
이광재 강원도지사가 27일 대법원 상고심에서 당선 무효형이 확정됐다. 그는 강원도 지사직을 잃게됐다.

이날 상고심에서 당선 무효형 확정 못지 않게 관심을 끈 것은 주심인 박시환 대법관과 이광재 지사간의 관계다.

이광재 지사는 대표적인 참여정부맨, 노무현 맨이다. 박 대법관도 참여 정부시절 날개를 단 진보 성향의 인사다. 결국 ‘노의 남자’가 ‘노의 남자’의 지사직을 뗀 격이 됐다. 
이광재                                              박시환

■‘노의 남자들’...이광재-박시환, 인연과 악연 

이 지사는 20대 나이에 당시 국회의원이던 노무현 전 대통령의 보좌관으로 정치에 입문했다. 그는 ‘5공 청문회’ 전 과정을 기획해 노무현 전 대통령을 스타 정치인으로 만들었다. 노 전 대통령이 청와대에 입성하자 이 지사도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냈고, 2004년 17대 총선에서 당선돼 국회의원 뱃지를 달았다. 그는 18대 재선에서도 성공했다.

박시환 대법관도 노무현 전대통령이 파격적으로 임명한 인물.

경남 김해에서 태어나 경기고와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한 박 대법관은 사법시험(21회)에 합격하고 판사로 임용돼 소수자와 약자를 배려한 판결로 일찌감치 주목받았다.

그는 1985년 초임지인 인천지법에서 반정부 거리시위로 즉심에 넘겨진 대학생 11명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가 춘천지법 영월지원으로 좌천되는 등 권위주의 정권에 맞서 개인의 인권을 보호하는데 주력했다.

박 대법관은 1980년대 5공 시절 ‘법관 인사파동’과 1993년 ‘3차 사법파동’에 각각 주도적으로 참가해 법원 개혁의 목소리를 높인 것으로도 유명하다. 2003년 8월 당시 대법관 인사를 비판하며 사직서를 낸 박 대법관은 2004년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에서 대통령 대리인으로 참여한데 이어 이듬해 11월 대법관으로 임명돼 화려하게 사법부에 복귀했다.

그는 진보 성향 판사들의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초대 회장을 지낸 대표적인 진보법관답게 대법원에서도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는 소수의견을 자주 냈다.
■이념 성향을 앞선 법의 잣대

공교롭게도 참여정부에서 발탁된 박 대법관이 주심을 맡은 재판에서 노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었던 이 지사의 도지사직을 박탈하기로 판결한 것은 그가 자신의 이념적 성향보다는 객관적인 법적 잣대와 동료 대법관들과의 합의를 중시했기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대법원에는 각각 4명의 대법관으로 구성된 3개의 소부가 있는데 사건별 주심판사는 기록을 먼저 검토하고 재판의 절차적 진행을 주관할 뿐 같은 부에 소속된 나머지 대법관 3명과 합의를 이루지 못하면 판결을 내리지 않고 사건을 전원합의체로 넘기도록 돼있다.

또 박 대법관이 속한 대법원 3부에 보수 성향의 신영철 대법관과 검사 출신인 안대희 대법관, 현 정부에서 임명된 차한성 대법관이 있기때문에 이번 판결에서 박대법관 개인의 영향력은 매우 제한적이었을 것으로 관측된다.

홍성원 기자/hong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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