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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 자원전쟁 그 현장을 가다>뛰는 가격, 뜨거운 확보전...짙어진 자원민족주의
‘아닥스.’ 우리나라 자원개발 종사자에게 두고 두고 회자되는 이름이다. 자원개발 분야에서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우리나라가 2009년 인수하려다 막판에 자본력을 무기로 무섭게 비집고 들어온 중국의 시노펙에 빼앗겨 쓰라린 상처로 남아있는 스위스 석유기업이다.

1년 뒤인 지난해 볼리비아에선 일본이 한국에 비슷한 쓴맛을 봤다. 리튬이 많은 볼리비아 우유니 소금광산 개발권이 일본과 프랑스를 제치고 후발주자인 광물자원공사에 돌아온 것이다. 이것을 뒤집기 위해 일본의 스미토모가 이후 한 달간이나 현지에 남아 구애활동을 계속했다는 후문도 있다.

자원을 둘러싼 총성 없는 전쟁이 연초부터 아프리카, 중남미, 동남아, 중앙아시아 등 자원 보유 지구촌에서 계속되고 있다. 최근 ‘고유가ㆍ고광물가’ 현상이 재연될 조짐이 보이자, 자원 보유국을 향한 각국의 발걸음은 더욱 다급해지고 있다. ‘자원 블랙홀’ 중국은 연초부터 정부 고위 인사를 아프리카로 보내 강력한 자원 외교를 펴고 있고, 일본과 미국 등도 민간기업을 앞장세워 올인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달 말까지 경제협력사절단을 아프리카 10개국에 파견했다.

▶자원개발 시장의 무법자 중국=중국은 아연ㆍ중정석ㆍ주석ㆍ희토류ㆍ카드뮴ㆍ텅스텐 등 주요 광종의 세계 매장량 1위 국가다. 그러나 ‘세계의 공장’이 된 뒤 급증하는 내부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자원 수입국으로 바뀐 지 오래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중국의 석유 해외 의존도는 2008년 51%에서 2030년 74%까지 증가하고, 가스 해외 의존도는 2007년 5%에서 2030년 48%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중국의 무기는 막대한 외환보유고. 이를 바탕으로 전 세계의 자원을 집어삼키고 있다. 세계 곳곳에 중국의 ‘식탐’이 과시되지 않는 지역이 없다. 아프리카는 물론 최강대국 미국의 텃밭인 중남미에도 손을 뻗치면서 공격적으로 자원 확보에 나서고 있다.

국가 지도자와 페트로차이나 시노펙 시눅 등 국영 에너지기업이 전면에 나서 ‘자원전쟁’을 주도하고 있다. 중국 투자자문 업체인 차이나벤처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해외 자원 관련 기업 인수ㆍ합병(M&A)은 46건, 523억6800만달러(약 60조원)에 달했다. 전년도의 3배가 넘는 수준이다. 석유ㆍ천연가스에서부터 철광석ㆍ우라늄까지 손 안 대는 분야가 없다.

아프리카 빈국에는 무상원조와 재건사업 협력을, 이란과 베네수엘라 등 반미 국가에는 정치ㆍ외교적 지지를 보내는 식이다. 각지에서 자원 확보처를 다변화해 유럽ㆍ호주ㆍ미국 등 서방 선진국의 견제대상이 된 지 오래다. 선진국에 거액의 채무를 진 앙골라에 20억달러를 융자해줘 국제금융 질서를 위반했다며 IMF와 미국의 비판을 받았을 정도다.

이러다 보니 광구 개발권을 확보해놓고도 중국의 자본력에 밀리는 사례도 속출한다. 민간기업이 자원개발을 주도하는 자원 소국 일본과 한국이 대표적인 피해국가다. 아프리카 DR콩고의 르왓 구리광산에 1억달러를 제시한 광물자원공사는 7배인 7억달러를 제시한 중국에 개발권을 뺏겼다.

이런 사례가 아프리카에서만도 지난해 상반기까지 3개에 이른다. 후이랑위 부총리는 최근 조셉 카빌라 DR콩고 대통령을 찾아 양국 간 자원 개발과 기간산업 협력 강화안을 발표하는 등 연초에도 바쁜 외교 행보를 보였다.

그러나 중국의 공격적 투자 이면에는 현지인 채용 회피, 기술 전수 거부, 자원개발 통제권 독점 등 문제점도 노출된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아닥스를 중국이 인수한 뒤 인력을 무리하게 교체해 기술전문 인력이 대부분 빠져 나갔다”며 “인수후통합(PMI) 작업의 실패 사례”라고 지적했다.

전 세계 희토류 생산량의 97%를 보유한 중국은 자원 무기화에도 앞장서고 있다. 희토류의 채굴ㆍ분리ㆍ가동 등 전 과정에 걸쳐 통제를 확대하고 수출도 줄여 나가고 있다. 내몽골 바오터우의 희토류 산업은 보안산업화했다. 외국기업이 중국 희토류 시장에 진출하는 것은 이제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만큼이나 어려워졌다.

▶자원 보유국 “더이상 그냥 못넘겨”, 짙어지는 자원민족주의=자원 보유국의 자원민족주의와 자원 국유화 경향은 더욱 짙어지고 있다. 특히 자원 보유국은 외자는 유치하되 자원에 대한 통제권은 완전히 내주지 않는, 실용주의로 무장하고 있다.

러시아ㆍ카자흐스탄은 광구 투자유치 시 세율 인하와 함께 합작법인에 일정 이상 자본을 확보받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호주는 2012년부터 모든 국내산 광물에 대한 초과이윤세를 부과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중국ㆍ인도ㆍ브라질ㆍ캐나다ㆍ페루에서도 ‘자원세’ 도입이 검토되고 있다.

터키는 자원민족주의 차원에서 우즈벡ㆍ카자흐, 키르기스, 타지크, 투르크멘 등 ‘스탄’ 계열 국가와 연대를 강화하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의 틈바구니에서 형제국 지위를 확보한 터키는 이런 차원에서 지난해 티케트 소요사태 때 티베트의 입장을 지지하는 성명을 발표했다가 중국의 압력으로 철회하기도 했다.

아프리카에선 광구 운영권자인 외국 기업이 광구 개발 뒤 수익을 낼 경우 외국인 지분을 점차 줄여가도록 현지 정부가 압박하는 일이 흔하다. 외국 기업 광구에 대한 지분은 탐사단계에선 100%지만 개발과 생산에 성공하면 절반 이하로 낮추도록 한 것. 베네수엘라는 일부 지분을 아예 몰수해 국유화해버리기도 했다.

광구 개발권 인수계약서에 서명할 때 계약금과 별개로 일정 금액을 현지 정부에 지급하는 ‘서명 보너스’ 가격은 치솟고 있다. 직접투자 외에 로열티, 세금, 각종 비용 등 탐사단계에서 비용은 점점 높아지는 추세다.

60~70년대 호주와 미국 등 구미 선진국에 자국의 자원창고를 고스란히 열어줬던 브라질ㆍ칠레ㆍ멕시코 등 중남미 자원국가 또한 서서히 문을 걸어잠그려 하고 있다.

미국의 뒷마당으로 불리던 브라질은 2007년 말 매장량이 최소 800억배럴에서 최대 1000억배럴로 추정되는 심해유전 지대를 발견한 뒤로 고개가 빳빳해졌다. 이는 브라질의 현재 확인 매장량 140억배럴의 6~7배에 해당하는 규모. 앞으로 심해유전 개발이 본격화하면 브라질은 세계 5~6위 석유 생산국으로 도약하게 된다.

브라질에서 중국의 움직임이 눈에 띄게 증가하면서 브라질 정부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일본ㆍ한국에 이어 아시아 국가로선 가장 뒤늦게 진출한 중국은 막대한 자금을 바탕으로 장기 석유 구매, 광산, 제철소 투자를 추진하며 가장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중국국가개발은행은 페트로브라스에 100억달러 차관을 제공하는 대신 중국국영석유회사인 시노펙이 향후 8년간 하루 20만배럴의 석유를 공급받기로 했다. 특히 철광석 인수 시 풍부한 외환보유고를 바탕으로 현금을 지불하는 조건으로 시가보다 낮은 가격에 사들이고 있다.

이에 브라질 국회를 중심으로 중국의 자원 확보를 견제하기 위한 광산법 개정 목소리가 높다. 1960년 제정 이래 1967년 단 한 차례 개정만 된 이 법이 외국 기업의 진출을 너무 쉽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브라질 에너지 광업부는 광산 개발 로열티 현실화, 광산 개발 관리위원회 설치를 통한 개발 규제 강화, 광산 개발 허가 기간 단축, 광산 개발 관련 입찰제 도입 등 규제를 대폭 늘린 광산법 개정안을 마련해 연내 국회에 상정할 계획이다.

특별취재팀/jshan@heraldcorp.com



특별취재팀

베이징= 박영서 중국 특파원, 상파울루(브라질)ㆍ페루=이충희 기자, 마푸토(모잠비크)ㆍ요하네스버그(남아공)ㆍ루안다(앙골라)=한지숙 기자, 야운데(카메룬)ㆍ아크라(가나)=최정호 기자, 이스탄불ㆍ카자흐스탄=조문술 기자, 양곤(미얀마)=김대연 기자, 두바이=윤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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