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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심 잃은 ‘新 정치드라마’
국내에도 순수 창작 정치드라마가 속속 등장했다. 지난해 최초의 여성 대통령을 그린 SBS ‘대물’과 젊은 3선 의원 출신 대통령을 앞세운 KBS ‘프레지던트’가 대표적이다.

실제 정치인들의 삶을 바탕으로 한 MBC ‘공화국 시리즈’와 SBS ‘삼김시대’를 잇는 이 두 편의 드라마는 ‘정치는 딱딱하고 어렵다’는 편견을 깨겠다는 공통된 목표를 갖고 출발했다. 정치의 세대교체 바람, 미드ㆍ일드로 인한 시청자들의 달라진 성향이 이를 뒷받침할 것이라는 기대가 높았다.

그러나 ‘신(新)’정치드라마의 현주소는 아직 그늘에 가려있다. 30%를 오르내리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대물’은 현실감이 떨어지는 설정과 주인공들의 어설픈 멜로 라인으로 질타를 받았다. 최수종ㆍ하희라 부부의 공동 출연으로 기대를 모았던 ‘프레지던트’도 한 자리대의 저조한 시청률을 기록 중이다. 
일각에서는 우리나라에 만연한 정치 혐오증에서 그 원인을 찾는다. 흑색선전과 금품수수, 폭력과 거짓말이 난무하는 정치판을 두고 두 드라마는 상이한 전개방식을 내놨다. ‘대물’이 털어도 티끌 한 점 안 나올 듯한 여성 정치인 서혜림을 등장시켜 일종의 ‘판타지’ 정치 세계를 구축하고 있다면 ‘프레지던트’는 현실 정치의 어두운 부분을 실감나게 그리는 데 중점을 둔다.

여당 3선 의원 장일준(최수종 분)이 대통령에 오르기까지의 숨 가쁜 선거과정을 그린 이 드라마는 휠체어 탄 그룹 회장, 재벌과 정치인 간의 금품거래, 당내 경선 후보들끼리 벌이는 흑색 선전과 특정 정치인에 대한 대통령의 노골적인 후원 등을 담았다. “정치는 선과 악의 게임이 아닌, 권력의지”라는 극중 장일준의 대사는 드라마의 방향성을 단 한마디로 압축한다.

충남대 윤석진 교수는 “이미 현실 정치인들의 비리와 흑색선전이 뉴스를 도배하고 있으며,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틱한 일들이 비일비재하게 벌어진다. 시청자들이 굳이 픽션인 드라마를 통해 정치 혐오증을 재반복하고 싶어하지 않는 것이 ‘프레지던트’가 부딪힌 한계”라면서 “반면 ‘대물’은 드라마에서 판타지를 찾으려는 시청자들의 욕구에는 부합했지만 결국 허황된 스토리와 현실감 없는 설정이 좋지 못한 평가를 받았다”고 지적했다.

쉽고 편안한 멜로를 선호하는 국내 시청자들의 성향도 정치 드라마와는 대립각을 이룬다. 장르 속성상 현실의 복잡한 정치적 역할구도가 개입될 수밖에 없는데 시청자들이 드라마를 통해서까지 현실문제를 고민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자연스럽게 주인공들의 멜로 라인이 강화되고, 제작진은 민감한 정치적 문제를 용두사미로 흐지부지 마무리한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우리나라는 미국ㆍ일본과 대중문화를 바라보는 시선이 다르다. 국내 시청자들은 보기 편안한 줄거리, 특히 멜로를 갈구하는 경향이 강한 반면 미국은 긴박감 있게 돌아가는 드라마에 오랜 시간 노출돼 왔고 자연히 그런 장르 드라마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최근 미드ㆍ일드를 통해 장르물에 대한 수요가 서서히 생겨가고 있으며 ‘대물’과 ‘프레지던트’는 그 과도기에서 만들어진 드라마”라고 평가했다.

<김윤희 기자 @outofmap> wor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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