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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금이 기회” 한국기업들 미얀마 진출 러시
【양곤(미얀마)=김대연 기자】지난 20일(현지 시간) 오후 7시 20분 미얀마 양곤국제공항. 저녁 시간임에도 입국 수속을 밟는 외국인들로 공항은 인산인해였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정전이 발생해 공항 전체가 암흑이 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한반도 면적의 약 3배, 5750만명(2009년 기준) 인구의 미얀마는 1인당 GDP 552달러로 아시아에서도 상대적으로 빈국(貧國)이다. 공항 같은 곳도 전력공급이 원할하지 않을 정도로 전력, 통신, 도로 등의 인프라가 취약하다.

그러나 ▷서남아시아와 동남아시아의 중심이라는 지정학적 위치 ▷천연가스를 비롯한 철ㆍ석탄ㆍ구리ㆍ아연ㆍ니켈ㆍ우라늄 등 6대 전략광물자원이 다량 매장된 점 ▷동남아시아에서도 상대적으로 낮은 임금 수준 때문에 중국과 인도 등 전세계 국가들이 앞다퉈 진출을 시도하고 있다.

양곤 시내 사쿠라 빌딩에서 만난 박철호 KOTRA 미얀마센터장이 “한국에서 사업을 하겠다는 팀이 하루에도 3~4개씩 찾아온다. 요즘 미얀마가 뜨긴 떴나봐요”라고 말했을 정도로 국내 기업들도 미얀마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

우선 자원탐사개발 기업인 케이엠디씨(KMDC- Korea Myanmar Development Company)는 최근 미얀마 해상 4개 광구에 대한 탐사개발권 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지난 1997년 대우인터내셔널이 미얀마 자원 개발 사업에 진출한 이래 가장 규모가 크다.

현대자동차의 경우 최근 미얀마에 조립공장을 짓기로 했다.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일본차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고, 현대차가 가격 대비 성능이 우수하다는 평가가 많아 현지 기업이 현대차와의 협력을 강력 요청한 것이다. 한국 보다 차값이 비쌌을 정도로 세금 등 규제가 심했지만 미얀마 정부는 최근 규제 완화에 나서는 분위기다. 

SK그룹은 ‘향후 아시아에서 미얀마가 가장 유망하다’는 그룹차원의 판단아래 SK에너지, SK텔레콤, SK건설, SK E&C 등이 총 출동해 사업 타당성 조사를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SK그룹은 미얀마 심해항구 관련 사업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도 지난 1997년 UMEHL과 합작으로 설립한 미얀마 포스코 이외에도 외국인 주택 관련 건설 작업 등을 추진중이다. 지난해 8월에는 정준양 회장이 직접 방문, 미얀마 투자 여건을 검토하기도 했다. 김창규 미얀마 포스코 법인장은 “포스코의 높은 브랜드 인지도를 바탕으로 철강, 건설, 자원개발을 추진할 계획”이라며 “건설용 철강수요, 외국인 진출에 따른 호텔 등의 건축수요도 급증할 전망”이라고 했다.

이 밖에 한화그룹이 진출을 서두르고 있으며, KT 역시 현지 사무소 오픈을 준비중이다. 벽산그룹, 토마토저축은행 등도 미얀마에 관심이 많으며, 화장품 브랜드 코리아나, 더 페이스샵에 이어 미샤도 미얀마에 곧 들어올 계획이다.
대우인터내셔널 봉제법인은 미얀마 최초 외자 투자유치 사례로 진출, 올해로 만 20년이 됐다. 현지인 3만2000여명을 고용 중인 이곳은 미얀마 진출을 추진하는 해외 기업들이 한번씩은 찾아오는 견학 코스가 됐다.

대우인터내셔널의 경우에는 청산 절차에 들어간 인근 봉제공장을 추가로 인수할 방침이다. 한광렬 봉제법인 대표는 “미얀마의 최초 외자 투자유치 사례인 만큼 최근 해외 기업들의 방문이 적지 않다”며 “미얀마는 아시아에서 하나남은 임금이 저렴한 곳”이라고 설명했다. 미얀마는 지난해 약 5곳의 봉제 업체들이 새로 들어왔으며 최근 공장을 늘리는 기업만 10여곳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미얀마는 현재 약 90여개의 국내 기업이 진출해 있다. 이 가운데 약 50여 곳의 업체가 봉제사업을 하고 있다. 물론 투자의 경우에는 대우E&P가 진행하고 있는 천연가스 개발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미얀마 주재 조병제 대사는 “자원개발을 비롯해 통신, 항만 등 고부가 인프라 사업, 그리고 노동집약적 제조업 등이 유망하다”면서도 “SOC가 취약하고 법과 제도 역시 미비하다는 것은 감안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uheung>
sonamu@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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