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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완서 문학의 힘은 6.25 전쟁
“내가 살아낸 세월은 물론 흔하디 흔한 개인사에 속할 터이나, 펼쳐 보면 무지막지하게 직조되어 들어온 시대의 씨줄 때문에 내가 원하는 무늬를 짤 수 가 없었다"

’영원한 현역’으로 젊은 작가 못지않게 최근까지 왕성하게 활동해온 소설가 박완서는 자전소설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의 작가의 말을 통해 자신의 삶이 원치 않은 길로 들어서게 된 안타까움을 이렇게 내비쳤다.

2일 오전 담낭암 투병중에 별세한 박완서는 불혹의 나이인 40세에 소설가로 데뷔했지만 지난 40여 년간 쉼 없는 창작으로 한국 문학사에 한 획을 그었다. 1970년 여성동아 장편소설 현상공모에 ‘나목’(裸木’)이란 작품으로 등단한 이후 지난해 발표한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까지 지난 40여년간 쉼없이 작품을 발표해온 ’영원한 현역’이었다.

그의 수많은 작품의 큰 줄거리는 바로 그의 인생의 행로를 바꿔놓은 6.25전쟁이 놓인다는 점에서 그의 문학사적 위치는 특별하다.

그 중심에 그의 자전적 소설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가 놓인다.

’그 많던~’은 작가의 어린 시절과 학창시절의 일들을 그리고 있으며, ’그 산이 정말 거기에 ~’는 6.25전쟁동안 작가가 스무살의 처녀로 겪었던 체험을 회상하고 있다.

평론가 이남호는 "박완서의 자전소설은 우리 문사에서 가장 치밀하고 풍성하게 기록된, 한 개인의 삶의 역사를 보여주는 작품이 될 것이며, 또 한 가장 진실되게 씌어진 20세기 한국의 생활 풍속사적 의의를 지니는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박완서 문학의 특징을 보여주는 세태소설 역시 그 연장선상에서 우리가 지닌 것, 잃은 것을 세심하게 들여다 보는 작가의 눈이 자리잡고 있다.

생전에 작가는 "6.25가 없었으면 소설을 썼을까. 소설가가 되겠다는 근원적인 생각은 내가 텅 빈 서울에 남아있었고 그걸 나만 봤다는 것이었다.온갖 수모를 당하면서도 그 상황을 견딜 수 있었던 힘은 이야기를 만들겠다는 생각이었다"며 작가가 된 배경이 6.25의 경험이었음을 털어놓기도 했다.

박완서는 그런 의미에서 치유로서의 이야기의 힘, 인간의 행복과 불행, 인간다움에 기여하는 문학의 힘을 스스로 경험했고 보여줬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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