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억울하다고?
정작 국민들이 골났는데
대통령이 더 삐졌다니…
“요즘 들어 부쩍 억울함, 분노 같은 게 밀려들곤 하는데, 내 마음을 나도 잘 모르겠어…. 나이 탓인가.”
가까이 지내는 ‘형님’ 한 분이 소주잔을 앞에 놓고 푸념처럼 던진 말이다. 그 억울함과 분노는 딱 이거다 하고 집어내기는 어렵지만 그의 마음 한구석에 뭔가 똬리를 틀고 있는 것은 분명했다. 굳이 표현하자면 배신감과 박탈감이라고 할까…. 그는 성실하고 근면한 대한민국 보통 국민이다. 그런데 골이 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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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유신, 100억달러 수출, 1000달러 국민소득이 달성되면 ‘멋진 신세계’가 도래할 것이란 희망을 안고 중동행 비행기에 올랐다. 살인적 더위와 뜨거운 모랫바람, 지독한 향수병과 싸우며 하루 12시간씩 꼬박 일했고, 그 과실은 고스란히 영광스런 조국에 바쳤다. 그런 까닭에 우리나라가 한강의 기적을 넘어 세계 10위권 경제강국으로 우뚝 서는 데 일조했다는 자부심도 가득하다.
열심히 일하면 반드시 보상이 있다고 그는 굳게 믿었다. 그런데 외환위기를 겪으며 그의 믿음은 조금씩 금이 갔다. “열심히 일한 내가 왜 구조조정의 희생양이 돼야 하나.” 처음 억울한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기술이 있어 일자리는 얼마든지 있을 것이라 큰 걱정은 하지 않았다.
그러나 사정은 이전 같지 않았다. 일은 계속하지만 수입은 들쭉날쭉했다. 그나마 그 일도 그리 오래가지 않는다는 것을 그는 잘 알고 있다. 공부를 덜 마친 자식이 있고, 결혼도 시켜야 하는데…, 가진 것은 집 한 채와 얼마나 받을지 모르는 국민연금 하나뿐이다. 평균수명도 길어져 앞으로 ‘100살 시대’가 된다는 보도가 희망적이기도 하고, 불안감을 더 키우는 요인이기도 하다. 노후가 걱정되지만 사실 무방비 상태다.
그런 그가 감사원장이 될 뻔했던 ‘정동기 씨 사건’은 그야말로 충격적이었다고 털어놓았다. 아무리 후하게 생각해도 대검차장검사 출신이 ‘월급 1억원’짜리는 아니지 않으냐는 것이다. 게다가 ‘전관예우’ 관행이라 억울하다는 당사자의 변명에는 분노가 치민다고 했다. 정작 억울한 사람은 누구인데…. 또 전관예우라는 말이 대명천지에 가당키나 한 말인가…. 하긴 입만 열만 소수 약자의 권리를 외치는 ‘존경하는 대법관님’도 22개월간 20억원을 전관예우로 벌었는데…, 그의 골난 소리는 끝이 없었다.
그는 ‘국가를 위해 군대를 다녀오고, 달러를 벌어왔고, 세금도 한푼 에누리 없이 냈는데 국가는 해준 게 뭔가’ 하는 생각도 자주 든다고 했다. 그렇다고 나라가 뭘 해줄 것이라고 바랄 마음은 추호도 없다. 웬만한 일은 속으로 삭이며 살아왔지만 알 수 없는 배신감과 박탈감이 자꾸 밀려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했다.
느닷없이 “MB 임기가 얼마나 남았지”라고 물었다. 물론 몰라서 하는 소리는 아닐 게다. ‘정동기 씨 사건’은 그렇게 착한 국민들의 속을 헤집어놓았다. 그런데 이명박 대통령은 정 씨의 감사원장 임명에 난색을 표한 여당 대표에 잔뜩 골이 나 말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국민들이 보면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이러니 임기가 얼마 남았느냐는 소리가 나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