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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뿌리깊은 포퓰리즘..자산에서 이념-복지로 전이
내년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의 망령이 대한민국 정치권을 엄습하고 있다. 정치 1번지 여의도는 무상복지 시리즈, 지방정치 1번지 서울시와 경기도는 무상급식을 놓고 각각 포퓰리즘 논쟁을 벌이며 날을 허비하고 있다.

한국 현대정치사에서 포퓰리즘은 다양한 옷을 입고 등장했다. 경제가 고속성장하던 1980~90년대엔 ‘반값 아파트’ ‘부채탕감’ 등 국민 자산과 관련한 청책이, 외환위기 이후 개혁적 정부시절엔 ‘부유세’ 등의 이념형 정책이 포퓰리즘의 대상이 됐다. 최근 고령화ㆍ저출산 사회를 맞아선 사람, 즉 복지로 포퓰리즘 대상이 바뀌었다.

어떤 정책이 포퓰리즘이냐 아니냐는 항상 논란의 대상이 돼왔다. ‘대중에 영합하는 정책’과 ‘대중을 위한 정책’을 판단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비용분석 ▷재원조달 방안 ▷구체적 실행계획 ▷국민적 동의 4박자가 갖추어지지 않으면, 차후 포퓰리즘의 재앙을 피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한국 정치사의 가장 대표적인 포퓰리즘 정책은 지난 1992년 대선 당시 정주영 통일국민당 후보의 ‘반값 아파트’ 공약이었다. 이 공약은 집값 폭등에 시달리던 서민들의 귀를 솔깃하게 했지만, 더욱 큰 허탈감만 남겨주었다. 반값 아파트 공약은 이후에도 선거철만 되면 고개를 들지만 매번 구체적 실행계획은 없었다.

1993년 출범한 김영삼 정부는 대내외 과시형 인기정책을 펴다 외환위기라는 참변을 초래했다. 1인당 국민소득 1만달러 유지를 위해 무리한 원화강세 기조를 유지하고, 선진국클럽인 OECD에 가입했지만 국가경제는 파산했다. 이어 등장한 김대중 정부의 농어업인 부채탕감 정책도 농민들의 처지를 근본적으로 개선하기보다 이들의 도덕적 해이를 부추기고 재정을 악화시켜 포퓰리즘 논란을 빚었다.

이후 포퓰리즘 논쟁은 이념대결로 비화했다. 노무현 정권은 부동산과 관련해 치밀한 정책분석보다는 가진 자와 없는 자의 대결구도를 만들면서, 종부세를 몰아붙였다. 박효종 서울대 교수는 “가진 자에 대한 가지지 못한 자의 반감을 극대화하고 이를 이용하려는 유혹을 떨쳐내지 못한 것으로 생각된다”고 설명했다.

2008년 총선 당시 뉴타운 공약으로 유권자의 표심을 흔들었고, 최근엔 민주당의 무상 시리즈 포퓰리즘 공방에 힘을 쓰고 있다. 민주당은 이명박 대통령도 대선 후보시절 0~5세 아동 무상보육 및 의료공약을 내놓았다고 역공을 펴고 있다.

권력쟁취를 위해 혈안이 된 정치인과 정당에게 뿌리칠 수 없는 ’달콤한 유혹’이 포퓰리즘이다. 하지만 달콤한 사탕이 몸에 좋지 않듯이, 당장 표를 가져다 주는 포퓰리즘에는 반드시 대가가 따른다. 그 대가를 떠안아야 하는 것은 국민이다.

안종범 성균관대 교수는 “포퓰리즘은 표를 얻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된다"며 "포퓰리즘이 경제나 복지인 경우, 그 피해는 포퓰리즘으로 표를 얻으려 했던 집단이나 계층에 돌아간다”고 지적했다.

김원식 한국사회보장학회 회장(건국대 교수) “복지부문은 그 속성상 포퓰리즘적인 요소가 강해 한 번 선심성 제도가 시행되면 이를 폐지하거나 축소하는 것이 매우 어려우며, 사회보장급여는 근로의욕을 저하시키는 속성을 갖고 있다”면서 “실업자 재취업, 저임금계층과 고용불안계층의 직업능력개발과 원활한 노동이동 등 고용ㆍ학습ㆍ복지 연계 사회안전망을 구축해야 한다”고 밝혔다.

<조동석ㆍ이태형 기자 @superletters>
dsch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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