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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직원돈 착복·조세포탈까지 ‘비리백화점’
태광그룹 이호진 회장 구속영장…혐의 들여다보니
법인세·부가세등 포탈

계열사 주식헐값으로 매수

PP로부터 ‘주식 뇌물’도

간부들까지 수법 답습


“7000여개 차명계좌에 3000억원대 비자금 운용혐의도 모자라 직원 사택관리비도 착복하고, ‘아쉬운 입장’의 프로그램 공급업체(PP)에서 주식뇌물을 받아 수백억원의 시세차익을 남기는가 하면 회사 자산을 마구 빼내 손해를 입히고 매출을 누락시켜 세금을 떼먹고….”

18일 밤 구속영장이 청구된 이호진 태광그룹 회장의 범죄 혐의내용을 살펴보면 50여개 계열사를 거느린 재계순위 40위대 기업 총수가 이렇게 대담하고, 어떨 땐 치졸하게 범죄를 저지를 수 있는가 하는 놀라움을 금할 수가 없을 정도다. 그가 서울대와 뉴욕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수재라는 점 때문에 “그 좋은 머리를 그런 쪽에…”라는 비아냥도 쏟아지고 있다.

이 회장은 태광산업에서 생산되는 섬유제품의 실제 생산량을 조작하고, 판매 가능한 B급 제품을 폐기 처분하는 것처럼 속여 회사 자산 424억2000여만원을 횡령했다. 이 회장은 임직원들에 대한 급여 지급을 허위로 기재한 후 차액을 가로채거나 작업복 대금을 빼돌리고, 직원들로부터 사택 관리비를 받아 착복하는 등 직원들에게 돌아가야 할 복지마저 차단하고 개인의 부를 늘리는 데 골몰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은 18일 이호진 태광그룹 회장에 대해 7000여개에 달하는 차명 계좌와 차명 주식 등
을 이용해 3000억원대 출처 불명 자금 운용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사진은 지
난 4일 조사받기 위해 서울서부지검으로 출석하는 이 회장의 모습. 김명섭 기자/msiron@

회삿돈 횡령 과정에서 세금 계산서 없이 거래를 하며 태광산업의 매출을 누락시키다 보니 조세 포탈은 자연히 따라왔다. 검찰 수사 결과 이 회장은 법인세와 부가가치세 39억1400여만원을 포탈한 혐의를 받고 있다.

유선방송 분야에서 행사하는 독보적인 영향력을 등에 업고 부당한 거래를 하기도 했다. 한 프로그램 공급업체(PP)로부터 티브로드가 운영하는 케이블 TV에서 좋은 채널을 배정해달라는 청탁을 받고 ‘론칭비’ 명목으로 비상장 주식을 받기도 했다. 이 회장은 상장 후 주가 상승이 예상되던 이 주식을 무상증자 참여 형식으로 취득하고 상장 후 매각해 256억여원의 시세차액을 얻은 것으로 확인됐다.

또 이 회장은 티브로드가 인수한 한빛기남방송 소유의 한국도서보급의 주식 1만8400주를 본인과 아들 명의로 헐값에 구입해 태광 계열사인 한빛기남방송에 돌아갔어야 할 이익을 편취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당시 한국도서보급의 적정 주가는 한 주당 17만6354원인데, 이 회장과 그 아들은 주당 1만6660원에 구입했다고 밝혔다. 이 회장 부자가 주가를 시가에 못미치는 저가에 매입하는 바람에 한빛기남방송은 적정가에 주식을 넘겼을 경우 기대되는 이익보다 293억여원이 적은 금액만 받게 됐다. 태광관광개발이 보유하고 있던 태광 골프연습장도 적정 가격보다 현저한 저가에 매수해 89억여원 이상의 재산상 이득을 취한 혐의도 있다. 이 역시 그룹 계열사인 태광관광개발에는 89억여원의 손해를 끼친 셈이 된다.

한편 검찰은 태광그룹 계열사 대표 이모(54) 씨에 대해서는 무자료 거래를 통해 회삿돈 88억여원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공사대금 64억원을 부풀려 제출한 후 차액 3800만원을 빼돌리고 18억여원을 편취하려다 검찰 수사로 발각되며 미수에 그친 다른 계열사 상무 배모(50) 씨에 대해서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중견 기업을 이끄는 40대 젊은 기업인이 각종 비리 복마전을 벌인 것도 모자라 계열사 간부들까지 그 수법을 답습하는 행태가 큰 도둑 밑에 작은 도둑이 숨어있는 격으로 보인다.

도현정 기자/ kate01@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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