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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 중산층 재테크현장>美 중산층, Look East!...亞 자산에 분산투자 러시
[뉴욕ㆍLA=안상미 기자]#미국 산타모니카에 사는 샌드라 케인(가명ㆍ51)씨. 20여년간 광고회사를 운영했던 그는 몇 년전 회사를 넘기고 은퇴생활로 본격 접어들었다. 보유 재산이면 충분히 편안하게 노후 생활을 보낼 수 있으며, 사후에는 기부를 하려던 생각이었다. 그러나 금융위기 이후 사정이 다소 달라졌다. 부동산도, 주식도 가치가 급락하면서 자산 관리에 비상이 걸린 것. 일단 약달러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현금부터 유로화와 신흥 아시아 통화 등으로 바꿔놨다.

#마샬 브루스(가명ㆍ43)씨는 최근 자신이 최대주주로 있는 회사를 기업공개(IPO) 하는데 성공했다. 자산의 가치는 올라갔지만 전체 자산의 90%가 주식으로 채워지면서 증시 부침에 그대로 노출된 것. PB조언에 따라 향후 3년까지 필요한 자금은 현금으로, 3~7년간 중장기적 자금은 펀드로, 8년 이상의 자금은 자녀들의 결혼과 상속을 위한 설계를 고민중이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진원지라고는 하나 미국은 미국이다. 미국은 고액 자산가(287만명, 2009년 기준, 100만달러 이상)를 포함해 여전히 금융자산이 최소 10만달러(1억원) 이상의 중산층이 전 세계에서 가장 많다.
중산층의 위상은 지키고 있으나 현지에서 만난 그들의 모습에는 고민이 깊었다. 부동산이든 주식시장이든 아직 이전 수준까지는 회복하지 못했고, 은퇴 시점은 점점 다가왔다.
금융위기 이전엔 자산 ‘불리기’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제는 자산을 ‘지키기’ 위해 이전보다 리스크를 줄이고 다양화된 포트폴리오인 ‘스마트 솔루션(Smart Solution)’으로 구성해 가고 있었다.

▶자산운용형→자산보전형=전통적으로 유럽과 미국의 자산관리 서비스는 성격이 좀 달랐다. 유럽은 주로 보수적인 초고액 자산가를 대상으로 고객 자산에 대한 위험 관리를 하다 보니 자산보전을 위한 집사나 비서 역할을 자처한 반면 미국의 자산관리는 증권사 위주로 수익에 초점을 맞췄다.
그러나 금융위기로 미국 중산층들은 돈을 버는게 문제가 아니라 지키는게 중요하단 것을 깨달았다. 

미국 현지 한 PB는 “은퇴를 앞둔 이들에게는 리스크를 최대한 줄이면서 그들의 자산을 보호하는게 가장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다”며 “앞으로도 예금금리는 낮고, 부동산에도 큰 기대를 걸 수 없는 상황에서 이제는 인플레이션으로부터도 자산을 지켜야 한다”고 설명했다.
여전히 아시안계 미국인 고객들은 공격적 성향이 강하다는게 업계 얘기다. 금융위기 이후 PB 사이에서도 몇 %의 수익률을 내주겠다는 것보단 리스크 관리를 먼저 말하지만 아시안계 고객들은 이를 잘 수긍하지 못한다는 분위기다. 

▶다변화된 포트폴리오=금융위기 이전까지의 포트폴리오는 간단했다. 고객의 투자성향에 따라 미국 주식을 담고, 나머지는 채권을 사면 끝이었다. 전 세계적으로 성장의 축이 옮겨가면서 더 이상 이런 포트폴리오로는 자산관리가 불가능해졌다.
지금까지 나스닥에 10년을 투자했다고 해도 결국은 원금밖에 안 되며, 오히려 당시에 현금이나 양도성예금증서(CD)에 넣어뒀다면 더 돈을 벌었을 것이다.
현지 한 금융사 PB로 있는 신승우 이사는 “이제는 미국이나 유럽 등의 자산만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수 있는 시기는 지나갔다”며 “신흥시장으로의 관심을 높이고 있으며 한 곳이 망가져도 영향을 받지 않게끔 자산을 다양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신 이사가 관리하는 고객층은 금융자산 기준 최고 250억원 이상이다. 

신흥 아시아로의 관심이 커지면서 미국에서는 시장에서 지난해 중산층의 포트폴리오에서 아태 지역 비중이 10%를 넘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신 이사는 “1분기에는 구리나 팔라듐 등의 원자재류와 아시아 신흥시장의 통화 비중을 늘렸다”며 “다른 신흥시장으로는 브릭스를 비롯해 프론티어 시장의 남아프리카공화국과 폴란드를 좋게 본다”고 설명했다.

자산관리의 주체가 부의 1세대에 이어 유산 및 상속에 따른 부의 2세대로 넘어가는 것도 미국 시장의 특징이었다. 1세대는 대부분 은퇴 전후의 베이비부머들이었지만 2세대의 경우 해외 경험이 있거나 관련 지식인들이 상대적으로 더 많다. 자산이나 지역의 다변화는 금융시장의 변화도 있었지만 자산관리의 주체가 바뀌고 있는 것도 영향을 미쳤단 해석이다.

▶글로벌 PB, 아시아시장 공략=BNY멜론에 따르면 오는 2014년 아시아의 자산은 44조 7000억 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이는 북미의 자산에 비해 1조 3000억 달러를 웃도는 것이다. 같은 기간 아시아의 총 자산규모는 63%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세계 평균 증가율 5.5%를 크게 웃도는 것이다. 지금은 미국의 중산층 자산관리의 중심이지만 이마저도 옮겨갈 수 있다는 얘기다.
미국을 중심으로 움직이던 글로벌 금융기관도 아시아 시장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메릴린치는 미국에 아시아 고객들을 위해 이미 5년 전에 전담팀을 만들면서 기반을 다져놨다. JP모건은 미국 서부 지역의 총 책임자가 홍콩으로 자리를 옮기며 입지 강화에 나섰고, BNY멜론 역시 기존 홍콩과 싱가포르에 이어 다른 지역들까지 아시아 시장에서의 네트웍크를 더 촘촘히 하고 있다. 

hu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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