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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반복·답습은 毒…나는 100년뒤 꿈꾸며 그린다”
중국의 세계적 작가 쩡판즈 단독 인터뷰
작품경매가 100억원 호가

가면·초상화 시리즈 등

중국현대미술 대표화가

유럽서도 주목 전시회 예정



그의 이름에는 ‘수십억대 작가’라는 수식어가 늘 따라붙는다. 작품이 최소 10억원, 대작의 경우 100억원대에 팔리기 때문이다. 크리스티, 소더비 경매가 열릴 때마다 중국 미술가 중 가장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쩡판즈(曾梵志ㆍ47·사진). 아시아 현대미술품 중 최고가를 연달아 경신하고 있는 스타작가 쩡판즈가 서울에 왔다. 이번엔 중국의 신예 화가를 한국에 소개하기 위해서다. 헤럴드경제가 그를 단독으로 만났다.

-후배 작가의 한국 전시를 위해 왔다는데.

▶우연한 기회에 알게 된 송이거(31)라는 젊은 작가의 서울 전시 오프닝 참석차 왔다. 재능있는 후배를 소개하는 일이 이렇게 뿌듯할 줄 몰랐다.

-중국 현대미술의 위력이 엄청나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세계의 관심을 받으려면 앞으로가 중요하다. 천안문 사태 등의 격량을 경험한 중국 작가가 냉소적 그림을 내놓은 건 시대와 잘 맞아떨어진 시도였다. 그러나 이에만 머무르면 자멸한다. 반복과 답습은 작가에겐 독이다.

-쩡판즈 하면 ‘마스크(가면)’ 연작부터 떠올려진다.

▶1993년 촌놈이 거대도시 베이징에 와서 느꼈던 두려움 등 복잡한 심리를 표현한 그림이다. 핏빛 얼굴에 가면을 쓴 인물은 몸에 비해 머리와 손이 엄청 비대하다. 정체성을 상실한 현대의 군중을 ‘가면 쓴 얼굴’로 압축해봤다.

-당신에게 국제적 명성을 안겨준 ‘가면 시리즈’를 왜 이제는 안 그리나.

▶잘 팔리는 그림을 베끼 듯 그리면 더이상 작가가 아니다. 처음 베이징에 둥지를 틀고 절규하듯 그린 그림이 마스크 시리즈이나 이제 적응돼 마스크를 벗었고, 그 정서가 없으니 그릴 수 없다. 성공한 작가 중 자기복제를 하는 작가가 많은데 문제라 생각한다(그의 작품은 10여년마다 작품에 변화를 가져왔다. 병원 풍경과 푸줏간의 시뻘건 고깃덩이를 그렸던 초기작, 초상화 시리즈, 마스크 시리즈, 최근작 선묘 시리즈까지 소재와 표현방식이 크게 변화돼 왔다). 


-당신 그림은 ‘폴리티컬 팝’으로 대표되는 중국 현대미술의 큰 흐름과 궤를 달리한다.

▶예술작품에 사회적 이슈가 들어가는 걸 탐탁지 않게 생각한다. 나는 심미적이고 예술적인 것만을 고려한다.

-요즘은 동물 그림에 푹 빠져 있다던데.

▶맞다. 사슴ㆍ원숭이 등 동물그림을 많이 그리고 있다. 순정한 동물의 모습에 감동받을 때가 많다. 또 동물을 통해 생명과 죽음의 순환구조를 이야기하고 싶다. 지난해 크리스마스 이브에도 마음에 쏙 드는 동물 그림을 그렸다. 모두 왁자지껄 몰려다니는 날, 난 작업실에 우두커니 있었는데 마침 눈이 오더라. 아, 막 표범이 그리고 싶어 미친 사람처럼 그렸다. 아주 멋진 그림이 나왔다. (휴대폰 속 그림을 보여주며) 멋지지 않나?

-유럽 유수의 출판사에서 화집도 나왔고, 유럽 전시도 열린다고 들었다

▶독일의 미술전문 출판사인 하체칸츠에서 멋진 화집이 나왔다. 또 6~11월 베니스비엔날레 기간 중 팔라조 그라씨에서 열리는 전시에 참여한다. 그리고 5월에는 홍콩아트페어 기간 중 컨벤션센터에서 대규모 전시를 가질 예정이다. 두 전시 모두 크리스티경매의 피노 회장이 주관한다(구치, 입센로랑 등 명품과 크리스티를 이끄는 프랑소와즈 피노 PPR그룹 회장은 최근 쩡판즈 작품에 꽂혀 가로 9.5m의 대작(150억원 상회)을 비롯해 10여점을 컬렉션하고, 그를 전폭적으로 밀기 시작했다). 

아시아는 물론, ‘세계미술계 파워인물’ 인크리스티 경매의 피노 회장까지 주목하기 시작한 쩡판즈가 지난해 성탄 전야에 그린 표범 그림. 적막한 겨울 산을 누비는 표범의 형형한 눈매가 인간의 눈을 닮았다.

-한국에서도 전시를 갖는가.

▶내 파트너인 진현미 박사(베이징 아트미아 관장)가 삼성미술관 리움 및 국립현대미술관과 접촉 중인 걸로 안다.

-어떤 작가로 남고 싶나.

▶중국은 지난 30년간 너무나 변했는데 작가들은 과거에 너무 매몰돼 있다. 모든 예술가가 선택하는 길이 다른지만 나는 내 스스로 감동할 수 있는 그림을 그리고 싶다. 10년, 20년 후가 아니라 100년 뒤에도 평가받을 그런 그림 말이다.

이영란 기자/yrlee@heraldcorp.com
사진=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쩡판즈는 누구

중국 3세대 미술가 중 가장 주목받는 실력파 작가로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시에서 태어나 후베이미술학교를 졸업했다. 1994년 시작해 다양한 패턴으로 수년간 지속된 ‘마스크’ 시리즈로 국제적 명성을 얻었다. 2000년 상하이미술관에서 역대 최연소 작가로 대규모 개인전을 가졌으며, 최근에는 인물에서 가면을 벗겨내고 거친 붓질을 가한 작품 등으로 선회해 또다시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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