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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세대책 "알맹이도 없고 헛다리 잡았다"
“알맹이가 없다”

때아닌 한겨울 전세대란을 잡겠다고 정부가 전세대책을 발표했지만, 부동산 전문가들은 한마디로 ‘효과 없다’고 일축했다. 당장 전셋집이 부족하니 공급을 늘리고 전세금 올랐으니 자금 지원해주면 된다는 것은 ‘현실을 무시한 수박 겉핥기 식’ 접근이라는 것. 때문에 전세수요가 증가할 수밖에 없는 기형적 시장 상황을 정확히 분석하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진짜’ 대책을 마련하는 게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거래활성화대책 없는 전세대책은 유명무실= 전문가들은 집을 살 수 있는 실수요자들이 매매가 아닌 전세에 맴도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진단했다. 경제력이 뒷받침되는 전세수요가 위에서부터 매매수요로 전환돼야 전세시장에 어느 정도 숨통이 트일텐데 통로가 막히다보니 전세수요가 쌓일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이영진 닥터아파트 이사는 “지난해 수도권 입주규모가 17만 가구로 결코 적지 않는 물량인데도 전세금이 많이 뛰었다는 건 전셋집 늘리는 게 능사는 아니라는 의미”라며 “집 살 능력 있는 사람들이 집 안 사고 전세 전전하는 데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때문에 여전히 남아 있는 집값 하락에 대한 불확실성을 걷어낼 수 있는 거래활성화대책이 밑바탕되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임기흥 신한은행 부동산전략팀 부부장은 “그동안 집값 상승에 대한 모멘텀이 거의 없어 집살 사람도 전세살이해 전세난 야기했다”며 “3월 DTI 규제완화가 끝나면 전세시장은 더욱 불안해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당장 봄 이사철이 걱정인데 대책은 하반기에나 작동= 12월, 1월은 통상 전세시장에서 비수기인데도 현재 전세난이 과열되고 있어 봄철엔 더욱 심화될 게 불 보듯 뻔하다. 정부도 이를 감안해 봄 이사철에 맞춰 소형ㆍ임대주택 조기공급을 내놓았지만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실제 소형분양, 공공임대 주택 입주 물량을 보면 올 상반기보다 하반기 물량이 4300가구 정도 더 많이 잡혀 있다. 입주시기가 조금 늦춰지면 상하반기 격차가 더 벌어질 수 있는 셈이다. 서정렬 영산대 교수(부동산금융학과)는 “실질적으로 대책이 하반기에 가서야 발효될 가능성이 커서 올 상반기 까지 전세난이 이어질 수 있다”며 “여기에 민간건설사에 자금 지원해서 소형 늘리겠다는 것도 적어도 2~3년 후에나 기대할 수 있는 정책”이라고 말했다.

▶다 똑같은 전세수요? 유형별로 대책도 세분화 필요= 이번 대책에서 나타난 또다른 허점은 전세수요 분석이 부족했다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임대주택으로 전세 잡겠다는 내용이다. 정부가 발표한 총 물량 9만7000가구 중 국민임대 6만2000가구, 공공임대 6500가구로 임대 비중이 70%를 차지한다. 즉, 지금의 전세수요 눈높이에 안 맞는다는 것이다. 함영진 부동산써브 실장은 “중산층이 전세수요 상당 부분 차지하는데 소득제한 등 입주자격이 까다롭고 전세 끼고 매매할 수도 없는 임대주택이 얼마나 전세수요를 흡수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함 실장은 “지역별 물량도 더욱 세부적으로 쪼개서 공개해야 직주근접 희망하는 전세수요에게 실효성 있는 정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태일 기자@ndisbegin>

killpa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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