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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집중해부]서울버스 내달 노선조정 어떻게?
서울버스가 오는 2월 8일부터 26개 노선이 부분적으로 조정된다.

이런 노선 변경은 해마다 상반기(5월)와 하반기(11월) 두 차례에 걸쳐 이뤄진다. 이밖에 시민, 자치구, 버스회사가 쉽게 합의한 내용에 대해 수시로 버스 노선 조정을 할 수도 있다.

‘대통령도 쉽게 못 바꾼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버스 노선 조정은 어려운 문제였지만, 지난 2004년 7월 서울버스 체계가 개편된 후부터는 이런 식의 노선 조정이 비일비재하다.

서울 전체 버스 노선은 369개. 이 노선을 달리는 버스는 총 7548대. 중앙버스 전용도로는 12개 도로에 100.4㎞, 중앙정류소는 284개, 중앙승차대는 660개가 설치돼 운영 중이다.

▶쉬워진 노선 조정 덕은 시민이 본다=지난해 12월 말 서울시 양천구의 W아파트단지 앞.

서울시 버스관리과 직원들이 “가까운 지하철까지 한 번에 가는 버스가 없다”는 주민들의 민원을 받고 현장으로 출동했다. 

서울 버스노선을 담당하는 서울시 버스관리과 버스노선팀 직원들이 한자리에 모여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정화섭 버스관리과장, 공성국 노선팀장, 이정기ㆍ강계표ㆍ이종운ㆍ최준혁ㆍ박흥수 주임)
현장으로 출동한 직원들은 정화섭 버스관리과장과 공성국 노선팀장.

경험 없고 나이도 어린 하급 공무원이 요식행위로 민원 현장에 잠깐 얼굴을 비추는 게 아니라 공직생활을 30년 넘게 한 정 과장과 버스 관련 부서에만 10년 넘게 근무한 베테랑 공 팀장이 직접 출두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이들은 아침 출근시간에 직접 이 지역 주민인 양 버스를 타고 지하철까지 환승하는 경험을 해 보면서 이곳에 한 번에 지하철역에 닿는 버스 노선을 만들어야 할지를 놓고 고심했다.

‘민원을 제기한 주민들의 생활이 좀 불편하긴 하겠지만, 이들의 민원을 들어주기 위해 버스 노선을 변경하면 다른 주민들의 불편이 가중될 수 있다.’

이들은 고심 끝에 결국 이 안건을 노선조정위원회에 올렸지만, 심의 결과 “이 정도 환승이 어렵다고 다른 버스 노선을 바꾸기는 무리”라는 이유로 부결.

그러나 이들은 ‘시민의 발’인 버스 행정의 최전선에서 시민들의 민원이 잦은 버스 구간이나 시민들의 불편이 쇄도하는 버스 현장을 버스 정책에 반영시키기 위해 각종 버스 민원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아무것도 나올 게 없어요. 깨끗합니다.”=옛날 서울버스 담당 공무원은 ‘뒷돈’ 두둑히 챙길 수 있는 보직 중의 하나였다고 한다.

오죽하면 “버스 공무원이 지도에 손가는 대로 그린 그림이 버스노선”이라는 말까지 전해져올까.

그러나 이제 그런 모습은 눈 씻고 찾으려 해도 찾기 힘들다.

서울시 버스체계가 개편되면서 이권의 핵심이었던 노선을 두고 업체 간 경쟁이 벌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서울버스의 운영은 공공이 결정하되 민간이 운영하는 소위 준공영체제로 운영된다.

서울시와 버스회사는 수입금공동관리협의회를 버스조합에 두고, 하루하루 버스가 벌어들인 수익금을 이곳에 넣어 관리한다.

서울시는 버스회사가 하루 동안 운행한 원가를 버스회사에 지급한다.

서울버스가 벌어들이는 1년 수입은 총 1조1000억원대. 서울시가 1년 동안 버스회사에 지급하는 버스 운행원가는 1조4000억원대로 매년 약 3000억원의 적자가 생긴다.

서울시는 이 금액에 대해 “버스요금을 인상하면 적자 해소는 충분하나, 버스요금 인상을 자제하고 대신 매년 3000억원가량을 사회복지를 위해 지출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민의 세금을 시민 교통비용 부담을 줄이는 데 쓴다는 것이다.

버스 1대당 하루 운행 원가는 50만원대. 버스업체는 성실히 운행하고 서울시와 원가 협상을 통해 원가만큼 받아가면 되니까 노선을 두고 싸울 필요가 없다.

▶우리동네 버스노선 조정 어떻게?=우리 동네 버스노선 이용이 불편하다면 어떤 방법으로 민원을 제기할 수 있을까.

민원을 제기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해당 자치구에 민원을 제기해 자치구가 서울시에 청하게 하는 방법, 구의회나 시의회 의원을 통해 서울시에 요청하는 방법, 지역 부녀회나 입주자 대표회의 등 주민의 대표성을 가지고 있는 조직에 의지해 민원을 제기하는 방법, 인터넷이나 전화를 통한 방법 등.

긴박한 사안이라면 위 거론된 다양한 방법을 총동원해 지속적으로 민원을 제기해볼 필요가 있다. 그러나 그 전에 한 쪽만의 편의를 지나치게 강조해 다른 쪽에 불편을 초래하는 건 아닌지 고민해봐야 한다.

▶서울버스 앞으로의 숙제는?=서울버스시스템이 도입한 준공영 운영체제는 현재 대구, 대전, 부산, 인천, 광주 등 대부분의 광역시에서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세계은행이 서울버스 개혁의 성과와 경험을 해외 도시에 전파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보고서 출간을 요청해와 서울시는 영문으로 된 교통백서를 출간하기도 했다. 또한 말레이시아가 서울 교통카드 시스템을 수입해가는 등 서울버스시스템의 국제적 인지도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한편 서울버스시스템은 2007년 7월 경기도에서도 환승이 가능해졌고, 2008년 9월 경기도 좌석 광역버스, 2010년 10월 인천시내버스까지 그 범위를 넓혀 범수도권 버스 환승시스템을 완비한 상태다.

그러나 여전히 보완해야 할 부분도 많다. 특히 경기도와 서울을 연결하는 광역버스의 간선화가 지상 숙제다. 현재 광역버스는 대부분 경기도에서 골목골목까지 다니는 경우가 많다. 모두 한 번에 자기 집까지 가고 싶어해 노선 조정을 하다 보니 생긴 일이다.

그러나 경기도에서의 노선 조정 문제는 경기도의 관할.

서울시 관계자는 “앞으로는 서울과 경기도를 잇는 광역버스는 주 간선도로를 빠른 속도로 연결하고, 간선도로를 달리는 광역버스 정거장에서 각 마을을 다니는 지선버스가 많아져야 한다”며 “그렇게 되면 서울 진입 차량도 줄어들고 경기도와 서울 간 왕복 시간도 줄어드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어 앞으로 (서울버스 발전을 위해) 경기도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수한 기자 @soohank2> soohan@heraldcorp.com

사진=박현구 기자/박현구기자phko@



사진은 서울 버스노선을 담당하는 서울시 버스관리과 버스노선팀 직원들이 한자리에 모여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정화섭 버스관리과장, 공성국 노선팀장, 이정기ㆍ강계표ㆍ이종운ㆍ최준혁ㆍ박흥수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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