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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과격한 대결정치가 배경” 자성…페일린 책임론 부각
미국 애리조나 주(州) 투산에서 발생한 가브리엘 기퍼즈 연방 하원의원 피격 사건으로 미국 사회가 충격에 빠진 가운데 편파적 정치 발언이나 증오 연설 등이 사회 담론으로 떠오른 것이 이번 비극의 배경이 됐다는 목소리가 고조되고 있다. 아직 용의자 제러드 리 러프너(22)의 범행동기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으나 그가 범행 전 반 정부 메시지를 인터넷 사이트에 올려놓은 점 등으로 미루어 건보개혁법안 입법논쟁과 중간선거 운동 과정에서 불거진 과격한 표현과 극단적 대결정치가 이번 사건의 배경이란 분석이다.

민주당 상원의 딕 더빈(일리노이) 원내총무는 9일 CNN의 ‘스테이트 오브 유니언’ 프로그램에 출연해 “유독성 표현들은 불안정한 사람들로 하여금 폭력을 허용되는 행동으로 믿도록 할 수 있다“며 정치적 표현을 순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하원의 스텐리 호이어(메릴랜드) 원내총무도 이날 CBS의 ‘페이스 더 네이션’에 출연해 “정치권, 미디어, 공공 영역에 있는 사람들은 그들의 말이 대가를 치를 수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매체들이 대중의 분노를 조장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일부에서는 티파티와 세라 페일린 전 알래스카 주지사를 겨냥한 책임론도 거론되고 있다. ‘티파티의 대모’를 자처해 온 페일린 전 주지사가 지난해 봄 건강보험개혁 법안이 통과된 후 찬성투표를 한 기퍼즈 의원을 포함해 민주당 의원 20명을 낙선대상 ‘살생부’에 올리고 이들 지역구를 총기 십자선 과녁 모양으로 표시해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기 때문이다. 이후 기퍼즈 의원은 지역구 사무실이 괴한이 던진 돌에 유리창이 깨지는 등 수 차례 살해협박을 받아 왔다.

민주당의 라울 그리잘바(애리조나) 하원의원은 “기퍼즈 의원과 나는 페일린이 만든 틀 속에서 그들의 ‘적’으로 간주됐다”며 책임을 돌렸다. MSNBC 방송의 뉴스 진행자 키스 올버맨도 “페일린이 정치 환경에서 폭력을 조장하고 증폭시킨 책임을 씻어내지 않는다면 정치판을 떠나야 한다”고 비판했다. 뉴욕 데일리 비스트는 9일 인터넷 기사를 통해 “벌써 사람들은 페일린의 ‘과녁 지도’가 애리조나의 불행을 조장했다며 그를 손가락질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물론 페일린에 책임을 지우는 것은 또 다른 정치적 주장이란 반론도 있다. 공화당의 캐시 맥모리스 로저스(워싱턴) 의원은 9일 폭스뉴스에 “이번 사건은 정치적 동기가 배경이 된 것이 아니다”라면서 “러프너가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인물이란 점을 상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페일린 측도 즉각 웹사이트에서 살생부 지도를 내리고 “(십자선이) 과녁임을 의도한 바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페일린의 과격한 정치 선동이 이 같은 불행을 부추기는 원인이 됐다는 비난만큼은 면하기 어렵게 됐다.

한편 이번 사건으로 애리조나 주의 총기 소지법이 다시 한번 도마 위에 올랐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0일 보도했다. 애리조나 주는 최근 21세 이상 성인은 면허 없이 총기 소지하도록 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유지현 기자/prodig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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