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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인의 DNA를 찾아서>집단이기주의가 가장 큰 벽…이젠 ‘나눔·배려’가 힘이다
어떻게 계승할까
상부상조 전통 품앗이엔 적극

온정주의 팽배 품팔이엔 소극


동창·친목회부터 트위터까지…

지연·학연 등 파벌문화 형성


사이버 공동체엔 배타성 만연

공사구분·신뢰회복이 최우선



모내기, 김장, 월드컵 응원에는 공통점이 있다. 여럿이 함께해야 제맛이라는 점이다. 모내기는 우리 조상의 두레 정신이 가장 잘 나타나는 전통이다. 무리지어 이동하는 기마민족에게 공동체 의식은 본능이라 할 정도다. 무리에서 이탈한 들소가 하이애나의 표적이 되듯 노마드에게 이탈은 생존을 위협받는다. 그래서 뭉치면 좋고 흩어지면 위험하다는 인식이 한민족 뇌리에 뿌리깊게 박혀 있다. 

▶두레와 품앗이 정신=농경사회였던 조선시대에는 농경을 바탕으로 한 공동체 삶이 매우 강조됐다. 농민이 부락이나 마을 단위로 조직을 만들어 공동으로 농사일을 하던 두레, 서로 노동력을 교환하는 형식의 품앗이는 한국인의 상부상조 정신을 잘 보여준다.

물론 두레와 품앗이가 대가 없는 희생은 아니었다.

이상현 안동대 민속학과 교수는 “조선 후기 마을 개발권이 상대적으로 농민에게 많이 주어졌다. 협동을 해야 기존의 종속관계에서 벗어나 농사를 지을 수 있었다”며 두레가 활성화한 배경을 설명했다.

또한 두레와 품앗이 등이 마을 단위로 이뤄지다보니 참여하지 않을 경우 마을 공동체에서 소외될 수 있다는 불가피함도 있었다.

하지만 정형호 문화재청 문화재전문위원은 “놀이, 신앙, 의례는 연중 1~2회에 그치지만 두레는 최소 10~30일 이상 소요되다보니 가장 오랜 기간 이뤄지는 집단생활이었다. 일이 끝난 후에도 함께 쉬고 식사하고 풍물을 즐기며 놀았다”며 “두레와 품앗이 등으로 생성된 공동체는 유사 시에는 지역민이 힘을 하나로 뭉칠 수 있는 강력한 민중 조직체로 발전했다”고 분석했다.

붉은함성(왼쪽)·촛불시위 등의 정서적 양극화를 극복하는 것이 현 한국사회의 최대과제다. [헤럴드경제 DB]
▶동창회, 산악회부터 트위터 ‘당’까지
=농경사회가 쇠퇴하면서 마을을 중심으로 한 두레, 품앗이 등 전통 공동체도 소멸했다.

혈연이나 지연을 바탕으로 만들어지던 전통 공동체는 현대사회에 들어서면서 이해관계에 의한 공동체로 모습을 달리하고 있다. 소집단 중심의 금전적이고 개인주의적인 공동체로 변화하고 있는 것. 각종 계, 동창회, 향우회, 친목회, 취미활동에 따른 동호회 등이 대표적인 예다.

정 위원은 “대부분의 도시인은 개인적인 연줄망 속의 소집단을 통해 공동체 욕구를 충족시키고 있다. 이런 집단을 통해 사회활동의 어려움을 상부상조의 정신으로 해결해 나간다”고 설명했다.

포털사이트의 카페, 블로그 등 사이버 공동체도 시ㆍ공간을 초월한 대표적인 현대 공동체다. 최근 대중화하고 있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트위터에도 ‘당’이라는 모임이 하루에도 수십개씩 만들어진다. 취미, 직업, 관심사뿐만 아니라 동일한 휴대폰을 사용하는 사람끼리 ‘아이폰당’ ‘캠핑당’ 등 다양한 종류의 당을 만들어 소통하고 유대감을 형성한다.

▶나눔정신↑ vs 결속력↓=유대감이 커질수록 서로를 위한 배려와 나눔정신도 커진다.

이 교수는 “한국인은 품앗이에는 적극적이었지만 품팔이에는 소극적인 면이 있었다. 서양인이 노동에 따른 대가를 분명히 한 데 비해 한국을 비롯한 동북아시아인은 자신이 가족, 마을의 한 구성원으로서 역할과 의무를 다하려는 경향이 있었다. 큰 범위에서 나눔정신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트위터에서는 ‘팔로잉’이나 ‘당’으로 맺어진 관계 안에서 서로 도움을 주는 모습이 종종 눈에 띈다. 얼굴 한 번 보지 못한 사이지만 ‘수술을 받는데 혈액이 부족하다’ ‘10년 전 입양됐는데 부모님을 찾고 있다 도와달라’는 등 상대의 부탁을 적극적으로 돕곤 한다.

그러나 현대의 공동체는 이합집산적 성격이 강해 결속력이 약하다는 문제점도 있다. 사이버 공동체의 경우는 인간적 교류도 없고 가입과 탈퇴가 자유롭다보니 상호 결속력, 신뢰도가 약하다. 일각에서는 공동체 정신을 지연ㆍ학연주의, 집단이기주의 등의 원인으로 지목하기도 한다.

정 위원은 “사이버 공동체는 타 집단에 대한 배타성을 지니고 있는 경우가 많아 바람직한 미래 공동체가 되기는 어렵다. 하지만 오프라인에서의 인간적 대면을 병행한다면 새로운 형태의 공동체를 형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수진 기자 @ssujin84>

sjp10@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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