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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제역…한국경제 성장 ‘발목’
5일까지 살처분 규모 82만두

보상금액만 7000억원 육박

백신비용 등 포함땐 1兆 넘어


농가이어 가공·요식업도 피해

지자체·민간 행사 잇단 취소

관광·레저산업 등도 큰 타격


구제역의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 경제 전반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 정부 재정만 1조원 이상 투입되고, 축산가공ㆍ유통ㆍ관광 등 관련 분야 파급 영향까지 감안하면 그 피해는 수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정부 재정만 1조원 이상 소요=구제역 살처분 두수는 5일, 82만두를 넘어섰다. 지금까지 네 차례 발생한 구제역으로 매몰된 두수를 전부 합친 것보다 4배나 많다. 현재까지 살처분 보상금만 7000억원에 달한다. ‘백신 구입비’ ‘방역비’ ‘초소 운영비’ 등은 빠진 액수다. 이를 고려하면 구제역이 당장 종식된다고 해도 1조원 이상이 들어간다.

특히 살처분 규모가 커질수록 늘어나는 생계안정자금과 가축 수매비용, 경영 안전자금 지원 등 후속 지원성 자금까지 포함하면 정부가 책임져야 할 재정 소요액은 이보다 훨씬 크다.

지난해 4월 경기 지역 구제역으로 총 4만9874두의 가축이 살처분됐고 1242억원가량의 국비가 쓰였다. 살처분 보상금과 초소운영 방역비 등으로 900억원 이상이 소모됐고, 가축 수매와 경영 안정자금 지원 등 지원성 자금으로 330억원 가까이가 들어갔다.

이번엔 그때의 16배가 넘는다. 피해 농가도 10배 이상이다. 단순하게 봐도 1조9000억원가량의 재정이 들어간다.

▶소ㆍ돼지고기 값 움직이나?=민간의 경제적 피해도 크다. 당장 축산업과 관련 가공업, 요식업 등이 타격을 입는다.

국내에서 사육되는 소와 돼지는 총 1400만두(2010년 11월 기준). 그동안에는 구제역으로 살처분된 소ㆍ돼지가 10만두 미만이어서 고깃값엔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이번에는 좀 다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구제역이 향후 2개월간 진행되고 총 100만두 이상이 살처분될 경우 한우와 돼지고기 가격이 각각 9%, 10% 정도 하락할 수 있다고 예측한다.

공급이 감소하지만 국민의 수요가 7~8%가량 줄면서 가격을 끌어내릴 것이라는 시나리오다. 올해는 국제 사료 가격도 올라 축산 농가와 관련 업계의 경제적 어려움은 더 커질 수 있다.

유통 일선에서 보는 관측도 마찬가지다.

이마트 관계자는 “ ‘설에는 한우’라는 인식과 함께 소비자들의 학습 효과가 높고, 한우를 대체할 만한 갈치 등의 고급 어류 가격이 조업 부진으로 상당히 높아 수요는 비교적 양호하게 유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는 “당장보다는 오히려 설 연휴 이후에 쇠고기 가격이 하락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관광, 레저산업도 타격=구제역 확산 시 관광이나 레저산업 등도 적지 않은 영향을 받는다. 역대 최고 피해로 꼽히는 지난 2001년 영국 에식스 주의 구제역에서도 관광업이 엄청난 타격을 입었다. 당시 영국 재무부는 구제역으로 인한 관광산업 피해액만 3조원에 육박한다고 추산했다.

이미 국내에서는 구제역으로 전국의 해맞이 행사들이 일제히 취소된 데 이어 각종 지자체와 민간이 주최하는 축제와 문화행사도 잇따라 연기ㆍ취소되고 있다. 구제역 확산 방지 차원에서 주최 측이 자발적으로 취소하는 경우가 많지만, 이용객들의 예약 취소와 참여 저조로 행사가 취소되는 경우도 다반사다.

해마다 진행해온 충남 지역의 한 마을 축제는 5일 개막을 사흘 앞두고 취소를 결정했다. 행사 관계자는 “구제역으로 차량 접근이 어렵지 않겠냐는 전화와 함께 펜션 등에 대한 예약 취소 문의가 잇따르는 등 분위기가 예년 같지 않다”고 전했다.

홍승완 기자/sw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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