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채상우 기자] 탈모와 전립선 비대증 치료제인 피나스테리드(제품명: 프로페시아, 프로스카)가 고지혈증에도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피나스테리드는 남성 호르몬 테스토스테론이 전립선과 모낭 조직에 나타나는 안드로겐 대사 산물인 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으로 전환하는 것을 억제하는 5-알파 환원효소 억제제(5-ARI)이다.
미국 일리노이 대학 농과대학의 하우메 하멩구알 식품영양학 교수 연구팀은 피나스테리드가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떨어뜨리고 동맥경화 진행을 억제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고 의학 뉴스 포털 뉴스 메디컬 라이프 사이언스가 22일 보도했다.
연구팀은 전국 보건·영양 조사(NHNES) 참가자 중 피나스테리드를 복용하고 있는 150명이 포함된 4천800명의 자료(2009~2016년)를 분석했다.
그 결과 피나스테리드 사용자는 사용하지 않는 사람들보다 혈중 총콜레스테롤 수치가 평균 30mg/dl 낮았다. '나쁜' 콜레스테롤인 저밀도 지단백 콜레스테롤 수치도 낮았다.
피나스테리드 사용자들이 어느 정도의 용량을 얼마동안 사용했는지는 자료가 없어 알 수 없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연구팀은 이 결과를 확인하기 위해 생쥐를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연구팀은 유전 조작을 통해 동맥경화 위험이 커지게 한 수컷 생쥐들에게 피나스테리드를 용량을 달리해 투여했다. 이와 함께 고지방, 고콜레스테롤 먹이를 12주 동안 먹였다.
12주 후 연구팀은 이 생쥐들의 혈중 콜레스테롤과 다른 지질의 수치를 측정하고 동맥경화반이 나타나는지도 살펴봤다.
그 결과 가장 높은 용량의 피나스테리드가 투여된 생쥐들만 혈중 콜레스테롤과 동맥경화반 수치가 낮아졌다.
피나스테리드의 체내 대사는 생쥐와 사람이 다르기 때문에 사람도 최대 용량을 투여해야 같은 효과가 나타나는 것은 아닐 것이라고 연구팀은 말했다.
피나스테리드가 투여된 생쥐들은 RNA 염기서열 분석 결과, 간의 염증 경로는 억제되고 지방의 분해를 도와주는 담즙산 대사, 산화적 인산화(OP), 콜레스테롤 경로는 활성화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팀은 앞으로 피나스테리드 복용자들의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추적하거나 임상시험을 통해 피나스테리드의 효과를 확인할 계획이다.
탈모와 전립선 비대증 치료제인 피나스테리드가 어떻게 혈중 콜레스테롤에 영향을 미치는 것일까.
콜레스테롤이 동맥 혈관에 쌓여 발생하는 동맥경화는 폐경 전 여성과 비교할 때 남성에게 훨씬 많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남성 호르몬 테스토스테론이 동맥경화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오래전부터 의심해오고 있다.
피나스테리드는 테스토스테론을 활성화하는 모낭과 전립선의 단백질을 차단하는 약이다.
이 연구 결과는 미국 생화학·분자생물학회(ASBMB) 학술지 '지질 연구 저널'(Journal of Lipid Research) 최신호에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