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승택 하나증권 리서치센터장

“일본, 금리 올리기 어려운 환경 지속”

코스피 예상 2350~2750선…“테크·바이오 유망”

“장기 국채 ETF 투자, 아직 늦지 않아”

“日증시, 엔저·실적·주주환원 3박자에 강세…올해도 통화완화 지속” [리서치수장에게 듣는 2024증시⑤]

[헤럴드경제=유혜림 기자] “일본 증시가 엔화 약세로 인한 수출 개선, 주주환원정책 등을 기반으로 밸류에이션이 상승했습니다. 현재 경기흐름상 일본은행(BOJ)이 당장 ‘마이너스 금리’를 해제해야 할 만한 니즈가 크지 않은 분위기로 보입니다.”

황승택 하나증권 리서치센터장은 24일 헤럴드경제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일본은행이 금리 인상과 같은 강력한 긴축정책을 쓰기는 쉽지 않은 환경이 유지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이같이 진단했다. 올해 일본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 전망치 모두 전년 대비 개선세가 뚜렷하지 않다는 분석에서다.

일본은행이 올해 첫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도 ‘마이너스 금리’ 기조를 이어가기로 했다. 그간 마이너스 금리 해제의 선결조건으로 강조해 온 ‘임금 인상을 동반한 물가 상승’ 흐름이 아직은 확실치 않다는 판단에서다. 시장에선 올 4월께 일본은행이 17년 만에 기준금리를 올려 출구전략에 나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황 센터장은 마이너스 금리를 해제하더라도 시장이 기대할 만한 큰 폭의 금리 인상은 어려울 것으로 봤다. 0% 위로 금리를 인상하는 건 내년 이후로 예상하는 시장 전망도 우세하다. 그는 “일본 경기가 시장 기대치보다 잘 버티고 있고 관광수지나 내수 소비 측면에서 과열 조짐도 포착되지 않은 상태”라며 “일본은행 입장에선 금융 정책을 변경해야 할 필요성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새해 들어 미국과 일본 주요 주가지수가 신고가를 갈아치운 반면 한국과 중국 증시는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황 센터장은 “‘산이 높으면 골이 깊다’는 증시 격언이 있듯 수출이나 경기 회복에 대한 뚜렷한 확신 없이 국내 증시가 지난 10월부터 연말 랠리를 달린 여파”라고 진단했다. 여기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조기 금리 인하 기대감이 꺾이면서 상승 동력도 약해졌다는 설명이다.

황 센터장은 “올해는 추가적인 주가수익비율(PER) 상승이 아닌 이익 증가를 통해서 PER을 낮추고 주가 기대수익률을 높일 수 있는지가 중요한 이슈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잠재된 시장 리스크에 대해선 “이전 초저금리 시대와 비교할 때 시중금리나 기준금리 수준이 높아졌다”며 “항상 부채 문제와 기업·가계의 자금경색에 대한 위험을 주시해야 할 것”이라고 짚었다.

대신 기업 신용 위험이 불거지지 않는다면 경기 자체는 아주 나쁘지 않다는 게 황 센터장의 진단이다. 특히 반도체와 대중국 수출은 완연한 회복세를 나타내면서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이에 하나증권은 올해 코스피지수 예상 밴드로 2350~2750을 제시했다. 밴드 상단이 23일 종가(2478.61)와 비교해 270포인트 넘게 남은 전망치다. 유망 업종에는 테크와 헬스케어를 꼽았다.

황 센터장은 “현재 수출 경기는 중국보다 미국에 영향을 많이 받고 있는데, 특히 국내 테크 산업은 미국 경기와 투자에 강하게 연동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일본과 중국 경기가 작년보다 나아진다면 전통적인 경기민감 섹터인 소재와 산업재 업종에서의 이익 개선과 주가 상승에도 긍정적인 영향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중국 경기 회복 관건은 올 3월 양회에서 발표될 대규모 경기부양책이 될 것으로 봤다.

채권 투자도 아직 늦지 않았다는 판단이다. 황 센터장은 “올해는 연준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있는 만큼 특히 장기국채 ETF(상장지수펀드)를 눈여겨볼 것”이라며 “작년처럼 시중금리가 빠르게 내리는 흐름보다는 점진적으로 변동성 낮게 시중금리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