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자 신분으로 경찰에 출석한 전 펜싱 국가대표 남현희 씨가 7일 새벽 서울 송파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안효정 기자] 경찰이 전청조(27) 씨의 사기 공범 혐의를 받는 전 펜싱 국가대표 남현희(42) 씨에 대해 출국 금지 조치를 했다. 경찰은 조만간 남씨를 다시 불러 조사하고 필요에 따라 전씨와 대질 조사도 할 계획이다.

7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송파경찰서는 6일 전씨의 출국을 금지했다. 경찰 관계자는 “남씨가 사기 공범 혐의를 일부 부인하고 있고 해외 출국이 잦은 점, 이번 사건의 사회적 파장성을 고려했다”고 했다.

남씨는 지난 6일 오후 2시 20분께 전씨의 사기 혐의 공범으로 입건돼 이날 자정을 넘어서까지 10시간 동안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 조사를 받았다.

남씨는 이날 0시 7분께 조사를 마치고 변호인과 같이 경찰서를 나왔고, “혐의 어떻게 소명했나” “피해자란 입장에 변함없나” 등 취재진의 질문엔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남씨는 경찰 조사에서 사기 공범 혐의를 부인하며 전씨의 사기 행각을 전혀 알지 못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남씨의 변호인은 전날 밤 기자들에게 문자를 통해 “그동안 전씨를 사기로 고소한 15명은 남 감독을 고소하지 않았지만, 최근 11억원 이상 사기를 당한 전문직 부부가 유일하게 남 감독을 공범으로 고소했다”고 입장을 밝혔다.

남씨의 변호인은 또 “범죄 수익을 숨겨 놓았을 전씨만을 상대하면 피해 회복이 불가능하다고 봤을 피해자의 심경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남 감독은 전씨의 사기 행각을 전혀 알지 못했다”며 “오히려 전씨에게 이용당했다. 하지 않은 일을 했다고 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남씨를 전씨의 공범으로 함께 고소하면 피해 금액을 돌려받을 가능성이 커질 거란 판단에서 남씨를 고소 대상으로 삼았다는 주장이다.

남씨의 재혼 상대였던 전씨는 강연 등을 하면서 알게 된 이들로부터 투자금 명목으로 돈을 건네받아 가로채거나 이를 위해 대출을 받도록 유도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이 현재까지 파악한 전씨의 사기 범행으로 인한 피해자 수는 20명으로, 피해 금액은 26억여원에 달한다.

전씨는 지난 3일 구속됐다. 서울동부지법 신현일 부장판사는 3일 오후 2시 30분부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를 받는 전씨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심사)을 한 뒤 “도망할 우려가 있고 주거가 일정치 않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송파경찰서는 전씨 관련 사건 총 12건(고소·고발 11건, 진정 1건)을 병합해 처리 중이다. 이 중 남씨를 함께 고소한 피해자는 1명이다.

남씨는 전씨의 사기 행각과 무관하다며 공범 의혹을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남씨는 지난달 31일 법률 대리인을 통해 송파경찰서에 전씨에 대해 사기와 사기미수 등의 혐의로 고소장을 제출했다.

남씨는 또 전씨로부터 받은 벤틀리 차량과 귀금속, 명품 가방 등 총 48점을 지난 4일 경찰에 임의제출했다.

남씨는 지난 2일 법률 대리인을 통해 “(전씨에게) 누구보다 철저히 이용당했고 마지막 타깃이 되기 직전 전씨의 사기 행각이 들통난 것”이라며 “세상을 시끄럽게 만들어 부끄럽고 죄송하다”는 입장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