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광장] 핀란드 ‘휴대폰’과 韓 ‘반도체산업’ 차이
[헤럴드광장] 핀란드 ‘휴대폰’과 韓 ‘반도체산업’ 차이

우리나라의 대표 수출품목은 반도체다.

2022년 기준 우리나라 전체 수출에서 반도체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18.9%였으며, 2021년에는 19.9%로 매우 높게 나타나고 있다.

게다가 2020년 우리나라 제조업 부가가치 중 반도체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16.6%이며, 출하액은 9.4%에 달하고 있다.

따라서 반도체산업이 우리나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크다.

하지만 우리나라 경제가 반도체산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질수록 이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지금은 우리 반도체산업이 메모리반도체 덕분에 경쟁력을 가지고 있지만 시장 변화는 예측할 수 없으므로 반도체 산업에만 지원을 늘려 의존도가 높아지는 것은 위험하다는 것이다.

과거 핀란드의 노키아 사례에서 주는 교훈을 우리는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핀란드의 노키아는 2000년대 초반 세계 휴대전화 단말기 시장을 주름잡으며 2008년에는 세계 휴대전화시장의 40%를 점유했다.

또한 시가총액이 유럽에서 가장 컸었고 핀란드 국내총생산(GDP)의 두 배에 달하면서 핀란드 경제는 노키아에 의존도가 매우 높았다.

하지만 2007년 ‘아이폰’의 등장과 함께 스마트폰 시대가 열리면서 침몰하였고 그 여파로 인해 핀란드 경제가 10여년간 어려움을 겪었다. 스마트폰시장이 열렸음에도 노키아는 수요 예측에 실패했고 시장의 흐름에 따라가지 못한 것이다.

우리도 한 산업에만 집중하다가 그 산업이 어려움을 겪게 되면 나라 전체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하지만 단언컨대 우리나라의 반도체산업은 핀란드의 노키아의 전철을 밟지는 않을 것이다.

노키아는 휴대전화로 세계를 주름잡았고 우리는 메모리반도체 세계 시장 점유율 1위다. 하나의 제품으로 세계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같지만 주력 제품의 특성에서 매우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휴대전화는 먼저 각 부품을 결합해서 만든 최종 완제품이다. 그리고 1980년대 초반 등장해서 2010년 전후에 대부분 스마트폰으로 대체되었다. 휴대전화의 수명주기는 30년에 불과했다.

하지만 반도체는 전기·전자 제품에 채용되는 부품이며, 1950년대 말 발명 이후 70년이 지난 지금도 시장이 연평균 10% 수준의 성장률을 보인다.

게다가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자율주행 자동차 등 신산업의 발달로 인해 반도체 수요는 더욱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휴대전화가 스마트폰으로 대체되면서 노키아는 시장에서 도태되었지만 반도체 중에서도 우리가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메모리반도체는 우리 기업들이 최첨단 기술로 시장을 선도하는 한 노키아처럼 도태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할 수 있는 것이다.

최근 미-중 무역 갈등과 코로나19 이후 기존의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이 무너지고 지역별로 재편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미국을 선두로 일본과 유럽연합(EU) 등 여러 국가(지역)에서 반도체 제조업 부활을 외치고 있다. 일본과 EU는 TSMC, 인텔 등 외국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설비투자에 대해서 보조금도 지급하고 있다.

이렇게 주요국들의 반도체산업 지원이 강화되는 동안 국내 반도체산업에 대한 지원은 수많은 벽에 부딪히고 있다. 노키아를 반면교사로 해서 우리는 반도체산업에만 올인하기보다는 첨단산업을 골고루 성장시켜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로 인해 주요 경쟁국들보다 반도체산업에 대한 지원은 줄어들고 지역별 반도체산업 공급망 재편 경쟁에서 밀리고 있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우리가 반면교사로 삼으려 하는 핀란드의 노키아는 휴대전화에서 스마트폰으로 변하는 기술과 시장에 적응하지 못해 도태되었다.

우리 반도체기업들은 현재 메모리반도체 분야에서 시장 점유율이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고 기술도 주도하고 있어 분명 같은 전철을 밟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세계적으로 반도체산업에 대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나라가 반도체산업 공급망 재편 경쟁에서 뒤처지게 된다면 노키아와는 다른 이유로 어려움을 겪게 되고 그로 인한 경제적 파장이 크게 나타날 것이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성장동력산업연구본부 신산업실 전문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