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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꺄~ 마크 오빠가 내 이름 불러줬어”…금지된 ‘스타와 직접 대화’ 열어준 ‘프라이빗 메시지’ [프메의 세계]
3대 서비스 버블·위버스 DM·프롬
아티스트 IP 확보가 ‘성공의 키’
팬 이름 불러주며 채팅 매력 키우고
안전장치 강화해 아티스트 보호
“팬덤 결속력, 유대감 강화 장점”
NCT드림 [SM엔터테인먼트 제공]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때는 바야흐로 2019년, 팬덤 사회에서 ‘꿈’에서나 가능한, 희귀한 일이 ‘현실’이 됐다. 국내 최초 프라이빗 메시지 서비스 ‘버블’이 태동한 것이다. SM의 팬클럽 회원 대상 ‘이벤트’로 시작한 채팅 서비스가 2020년 2월 팬데믹과 함께 안착했다. 수십 년 전 ‘오빠부대’가 처음 생겨난 시절부터 K-팝이 글로벌 시장의 강자가 된 현재까지 ‘금기’시 됐던 가수와 팬의 ‘직접’ 소통이 바야흐로 가능해진 것이다.

프라이빗 메시지 구독 서비스는 SM엔터테인먼트 자회사 디어유의 버블이 처음 시작해 현재 ‘절대 강자’로 자리매김했다. 이후 원더월의 프롬, 위버스컴퍼니의 ‘위버스DM(Direct Message)’ 등이 생겨나며 1강 2중 체제로 재편, 각각의 팬덤을 공략하고 있다.

아티스트와 팬의 ‘1대 1 소통’이라는 파격적인 채팅 서비스는 적극적인 팬덤 문화를 가진 국내 팬들의 특징과 시대적 변화라는 흐름 속에서 태어나게 됐다.

버블 관계자는 “K-팝의 인기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며 팬덤 문화는 MZ(밀레니얼+Z)세대의 일상이 됐다”며 “주 소비층이 MZ 세대이다 보니 팬덤 활동이 오프라인에서 모바일 기반으로 확대하며 이러한 서비스를 시작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디어유는 SM엔터테인먼트 팬 커뮤니티 앱 서비스 ‘리슨(Lysn)’을 기반으로 발전한 프라이빗 메시지 구독 서비스 버블을 운영하는 SM의 IT계열사다. [버블 제공]
절대 강자 버블…아티스트 IP 확보는 ‘성공의 키’

프라이빗 메시지 구독 서비스는 2020년 ‘DM계의 1인자’ 버블의 등장 이후 현재까지 빠르게 늘었다.

업계에선 K-팝은 물론 K-콘텐츠 시장이 급속하게 성장하면서 이와 연동된 팬 플랫폼이 늘어나 경쟁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버블 관계자는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제조업과 같은 상품 산업이 아니기 때문에 다수로 분산되기 보다는 소수로 집중되는 경향이 크다”며 “많은 팬 플랫폼이 생겨났지만, 주요 엔터테인먼트사의 IP(지적재산권)는 소수 업체로 재편됐고, 결속력 또한 강화되고 있어 소규모 팬 플랫폼 업체들의 점유율 확보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현재 이 시장은 버블을 필두로 3파전의 양상을 보인다. 서비스 성공의 관건은 ‘아티스트 점유율’이다. 보유 아티스트의 숫자가 많을수록 플랫폼의 영향력과 인지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버블은 업계 최초로 1대 1 대화 서비스를 시작하며 자타공인 ‘선구자의 길’을 걸었다. 소녀시대, 엑소, NCT, 에스파 등 SM엔터테인먼트 소속 아티스트를 기반으로 2대 주주인 JYP엔터테인먼트 소속 아티스트들이 뒤이어 합류했다. 올 초엔 팬덤 플랫폼 유니버스를 인수하며 입점 아티스트를 모조리 흡수, K-팝 그룹부터 배우에 이르기까지 다수의 스타를 보유하고 있다.

위버스(Weverse)의 프라이빗 메시지 구독 서비스 ‘위버스 DM(다이렉트 메시지)’. [위버스컴퍼니 제공]

위버스DM은 4개월 차 ‘새싹 서비스’다. 일본 인기 걸그룹 AKB48, 배우 이수혁, 츄, 펜타곤 등 총 11개 팀이 입점, 가장 적은 수의 아티스트가 참여하고 있다. 하이브의 자회사인 위버스컴퍼니가 운영하고 있지만, 정작 하이브 산하 레이블의 걸출한 스타들은 이 서비스를 사용하지 않는다. 이동환 위버스컴퍼니 플랫폼서비스실 실장은 “위버스DM은 위버스 내에서의 소통 방식의 다양화를 위해 추가된 서비스로, 위버스 전체의 서비스 영역이 확장됐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프롬에 입점한 아티스트는 결이 좀 다르다. K-팝 그룹과 배우도 있지만 작사가, 힙합 아티스트, 인디 가수까지 만나볼 수 있다. 프롬을 운영하는 원더월이 아티스트의 영감과 노하우를 전하는 ‘클래스’를 선보여 온 플랫폼이라는 특장점이 프라이빗 메시지 서비스로 이어졌다. 때문에 구독자의 연령대도 10~20대에서 30대까지 다양하다. 더불어 각종 이벤트, 상품, 콘텐츠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며 팬덤의 요구를 충족하고 있다.

김선우 프롬 COO(운영총괄) 이사는 “과거 엔터 시장은 대중 인지도가 높은 대형 아티스트에게 관심이 집중되는 형태였지만, 방송 외에 콘텐츠 채널은 물론 아티스트와 팬덤의 수 등도 다양해졌다”며 “팬덤 활동 뿐 아니라 예술을 꿈꾸는 지망생들이 직접 멘토링을 받을 수 있는 창구로도 활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디어유는 SM엔터테인먼트 팬 커뮤니티 앱 서비스 ‘리슨(Lysn)’을 기반으로 발전한 프라이빗 메시지 구독 서비스 버블을 운영하는 SM의 IT계열사다. [버블 제공]
일대일 채팅 매력 극대화…안전 장치도 강화

빅3 플랫폼의 프라이빗 메시지 서비스는 사실 거의 비슷하다. 이 서비스를 시작한 ‘버블’이 지금의 형태를 만들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료 서비스인 3사의 프라이빗 메시지는 매달 구독료도 4500(버블, 위버스 DM)~5000원(프롬) 선으로 비슷하다. 버블과 프롬에선 같은 그룹에서 여러 명을 구독하면 ‘다인권 할인’이 적용된다. 한 그룹에서 둘 이상의 멤버를 동시에 좋아하는 경우가 많은 K-팝 팬덤의 특성을 반영해 만들어졌다. 버블 관계자는 “한 명의 이용자가 2인 이상을 구독하는 경우가 많고, 최애 아티스트 1인과 메시지를 나누다 다른 아티스트를 추가로 구독하는 경우가 많다”고 귀띔했다.

네이버와 연계한 번역 서비스를 구축한 것도 닮은 꼴이다. 버블의 경우 해외 유저 비중이 무려 80%이다 보니 구글과 파파고의 자동 번역 기능을 탑재해 8개 언어로 번역 서비스를 제공한다. 위버스 DM은 14개, 프롬은 13개 언어로 번역된다.

디어유는 SM엔터테인먼트 팬 커뮤니티 앱 서비스 ‘리슨(Lysn)’을 기반으로 발전한 프라이빗 메시지 구독 서비스 버블을 운영하는 SM의 IT계열사다. [버블 제공]

프라이빗 메시지 서비스의 강점은 ‘쉬운 사용’이다. 팬들은 ‘국민 메신저’인 카카오톡을 사용하는 것처럼 아티스트와 1대 1 소통을 할 수 있다. 물론 다수의 팬들이 프라이빗 메시지를 이용하는 만큼 아티스트의 입장에선 1대 다수의 소통이 된다. 이러한 형태로 구축된 것은 탄생 배경과 관련이 있다.

버블 관계자는 “소속사와 아티스트는 국내외로 바쁘게 활동을 하고 있어 아티스트가 팬들과의 접점을 갖고 새로운 콘텐츠를 제공하기에는 물리적, 시간적 한계가 있다”며 “프라이빗 메시지를 통해서라면 바쁜 아티스트도 부담 없이 다양한 콘텐츠를 팬들에게 제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많은 사람들이 카카오톡을 통해 대화를 나누고, 사진과 영상을 주고받는 것처럼 프라이빗 메시지에서도 이러한 소통을 가능하도록 했다.

원만한 소통을 위한 ‘안전 장치’와 ‘프라이빗 메시지’의 환상을 극대화하는 장치도 곳곳에 숨어있다.

대표적인 안전 장치는 이용자의 메시지 횟수에 제한을 둔 것이다. 아티스트의 마지막 메시지 기준, 답장은 3회까지만 가능하다. 아티스트의 입장에선 1대 다수의 대화이다 보니 적게는 수십 명에서 많게는 수만 명에 달하는 팬에게 동시다발적으로 답장을 받아 ‘메시지 폭탄’에 시달릴 수 있다. 버블의 경우 답장 가능한 글자 수도 제한돼 있다. 해당 아티스트의 구독 일수가 증가할수록 글자 수도 늘어나도록 설계했다. 구독을 연장하게 하는 영리한 장치다.

위버스(Weverse)의 프라이빗 메시지 구독 서비스 ‘위버스 DM(다이렉트 메시지)’. [위버스컴퍼니 제공]

이미지, 영상, 음성 콘텐츠는 아티스트만 업로드할 수 있도록 제한한 것도 안전 장치 중 하나다. 절대 다수의 팬덤이 이용하는 서비스이기에 아티스트 보호를 위해 ‘유해 콘텐츠’의 업로드를 제한하려는 의도에서다.

진입 장벽이 있는 유료 서비스인 만큼 악성 유저들은 철저하게 관리된다. 위버스DM의 경우 AI(인공지능) 기반 클린봇 시스템을 도입, 악성 메시지 자동 검수를 진행하고 있다. 각사마다 ‘채팅방 금칙어 설정’으로 악성 메시지를 방지하고, 무분별한 도배성 메시지에 대해 실시간 징계 처리가 가능한 모니터링 시스템도 구축했다. 아티스트와 팬의 소통을 저해할 수 있는 상황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서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지에 프라이빗 메시지 구독 서비스에서 나눈 아티스트와 팬의 대화가 공개되는 경우도 있으나, 원칙적으로는 화면 캡처나 녹음, 녹화 등을 통한 콘텐츠 유출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각사의 공통점이다.

팬과 아티스트의 ‘직접 소통’ 서비스의 매력을 극대화하기 위한 장치도 많다. 아티스트가 팬들과 소통할 때 이용자가 설정한 이름(닉네임)을 불러주는 서비스가 바로 그것이다. 버블 관계자는 “개인 닉네임 치환은 물론 구독일이나 생일 축하 메시지를 표시해 친밀감을 높일 수 있도록 했다”고 귀띔했다. 1대 1 프라이빗 소통이라는 콘셉트에 몰입할 수 있는 기능인 셈이다.

프라이빗 메시지 구독 서비스 프롬엔 K-팝 그룹과 배우를 비롯해 작사가, 힙합 아티스트, 인디 가수까지 입점해있다. 프롬을 운영하는 원더월이 아티스트의 영감과 노하우를 전한 ‘클래스’를 선보여온 플랫폼이라는 특장점이 이어졌다. [프롬 제공]
직접 소통이 가져다 준 유대감·결속력 강화

업계에선 프라이빗 메시지 서비스를 통해 팬과 아티스트의 ‘직접 소통’이 가능해지면서 이 서비스가 팬덤의 충성도나 결속력을 높이는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왔다고 입을 모은다.

이동환 위버스컴퍼니 실장은 “우리가 평소에 사용하는 일반적인 메신저 서비스의 장점과 유사하다”며 “팬이 아닌 일반 대중은 참여하지 않는 소통이기에 아티스트는 내용에 대한 부담 없이 친구에게 메시지를 보내듯 편하게 소통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프라이빗 메시지와 같은 유료 서비스는 ‘팬과 아티스트 관계’의 순수성을 해친다고 보는 시각도 많다. ‘유료 소통’이라는 낯선 서비스가 팬덤 입장에선 모든 것을 상품과 소비자의 관계로 인식한다는 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다.

프라이빗 메시지 구독 서비스 프롬엔 K-팝 그룹과 배우를 비롯해 작사가, 힙합 아티스트, 인디 가수까지 입점해있다. 프롬을 운영하는 원더월이 아티스트의 영감과 노하우를 전한 ‘클래스’를 선보여온 플랫폼이라는 특장점이 이어졌다. [프롬 제공]

그럼에도 아티스트와 팬들만이 접속한 메신저 앱을 통해 1대 1 메시지를 주고받고, 아티스트가 팬들에게 공유하고 싶어하는 사진, 영상, 음성을 실시간으로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서비스의 약점을 극복했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도리어 팬들의 입장에선 “최애 스타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아가고 이해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프라이빗 메시지라는 콘셉트 상 다른 팬의 참여 내용은 보이지 않아 아티스트와의 관계를 더욱 친밀하게 느끼게 된다.

이 과정에서 팬과 아티스트 간 ‘유대감’이 쌓인다. 김선우 프롬 COO 이사는 “실제로 프롬 사용 아티스트들은 ‘내 편들이 모여 있는 느낌’을 받는다며 일상 이야기는 물론 깊은 고민까지 털어놓게 된다는 피드백을 줬다”고 귀띔했다. 프롬의 경우 아티스트 전용 앱(App)을 통해 팬들의 메시지를 채팅하듯이 볼 수 있는 ‘라이브 채팅’과 메시지를 모아볼 수 있는 ‘답장 보기’ 기능을 만들었다. 실시간으로 들어오는 팬들의 많은 메시지를 쉽게 읽을 수 있도록 한 장치다.

프라이빗 메시지 서비스는 결국 소속사, 아티스트, 팬 등 ‘모두의 니즈’를 충족하기 위해 고안된 결과물이다. 버블 관계자는 “K-팝 산업 전체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앨범, 콘서트, 투어 등 직접적인 아티스트 활동을 통해 산출되는 지표 뿐 아니라 팬덤을 지속적으로 유지·관리하고 확대해 나갈 수 있는 생태계가 형성돼야 구조적이고 장기적인 성장이 가능하다”며 “이를 위해 프라이빗 메시지와 같은 구독 기반 서비스가 (팬덤 관리에) 가장 효과적이다”라고 말했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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