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구본혁 기자] “어제 소맥을 많이 마셨는데 소주만 마실때보다 훨씬 빨리 취기가 찾아온 것 같네요. 섞어 마시는 것이 더 부드러워서 덜 취하는게 아니었나요?”(김일중 아나운서)
한국화학연구원은 최근 공개한 유튜브 ‘마시는 화학’에서 대한민국 국민들이 가장 즐겨찾는 소주(증류주)의 모든 것을 과학적 관점에서 쉽게 재미있게 분석했다. 이번 영상에는 김일중 아나운서와 한국화학연구원 김영윤, 김세희 박사가 출연했다.
도수가 높은 소주를 마시는 것보다 소주와 도수가 낮은 맥주를 섞은 ‘소맥’이 더 빨리 취하는게 사실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소주와 맥주를 섞으면 우리의 체내에서 알코올을 흡수하기 위한 좋은 도수가 되어서 더 잘 취하게 된다.
김영윤 박사는 “소맥을 마시게 되면 그냥 소주를 마시는 것과 같은 양의 술을 먹더라도 맥주에 포함된 탄산으로 인해 위와 장에서 알코올의 흡수를 촉진하게 된다”면서 “같은 양을 마시더라도 빠른 흡수로 인해 금방 취하고 숙취가 심할 수 있고, 보다 목넘김과 입맛을 부드럽게 해주므로 섭취하는 양 자체도 증가하는 경향이 있어 숙취가 좀 더 강하다고 느끼게 된다”고 설명했다.
소주에 사이다, 콜라와 같은 탄산음료를 섞어 먹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탄산음료는 대부분 수분과 당분으로 이뤄져 있으므로 알콜 분해시에 도움을 줄 수 있지만 탄산음료에 포함된 탄산이 알코올 흡수를 촉진하는 경향이 있어 그냥 마시는 것에 비해 보다 빨리 취기가 올라온다고 느낄 수 있다.
김영윤 박사는 “탄산음료의 탄산이 대부분 산성이므로, 위에 자극을 줄 수 있어 위장에 부담을 주게 되기 때문에 별로 권하고 싶지는 않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25도짜리 술을 한잔 마시는 것과 5도짜리 술을 5잔 마시는 것은 숙취에 차이가 있을까?
숙취는 결국 흡수된 에틸알코올이 분해되어 생기는 아세트알데히드로 인해 발생한다고 알려져있으므로, 마신 술의 도수에 따라 숙취의 정도가 다를 수 있다. 따라서 같은 양의 에틸알코올을 술을 통해 마셔서 똑같이 흡수한다면 같은 숙취를 가질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김영윤 박사는 “다만 술을 마신 뒤 체내에 흡수되는 속도가 술의 도수에 따라 다를 수 있는데 20~30% 정도의 알코올 농도를 가질 경우 흡수가 가장 빠르다고 알려져 있으며, 이보다 높은 농도에서는 오히려 알코올이 흡수가 억제된다”며 “따라서 농도와 잔 수를 비교했을 때 절대적인 알코올의 양은 25도짜리 한잔과 5도짜리 다섯잔이 같다고 하더라도, 흡수되는 속도가 25도가 더 빠르기 때문에 25도짜리 술을 한잔 마신 경우 빠른 알콜 흡수로 인해 숙취가 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특히 최근 인기를 끌고있는 제로슈거 소주의 효과는 사실상 없다고 강조했다.
제로슈거 소주는 기존 소주에 포함되는 감미료 중 과당을 제거하고 스테비아 등의 대체 감미료로 맛을 내는 소주다. 그러나 기존 탄산음료 등과 다르게 소주에서 과당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낮은편이고 대부분 알코올에서 기인한 칼로리이므로 과당을 대체한다고 해도 크게 칼로리가 낮아지지는 않는다.
김영윤 박사는 “우리가 활동하고 생명현상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에너지가 필요한데, 보통 지방을 태우면서 에너지를 얻고 이 때 살이 빠진다”면서 “그러나 알코올이 체내에 들어오게 되면 지방 연소가 잘 되지 않고 이 때 안주까지 곁들이게 되면 제로슈가라고 해도 큰 효과를 보이기 어렵다”고 말했다.